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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건축의 무풍지대, 건축 내외장 마감
필자는 서울의 한 곳에서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두 번째로 동네 전체가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기존에 있던 주택이나 건물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리모델링이나 신축이 진행되는 것이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 동네 집들은 다 똑같았던 것 같다. 외관은 물론이고 집의 내부도 방문, 손잡이, 하물며 구조까지도 같았다. 아마도 동네 주민들이 같은 업자에게 다 맡겼던 것 같았다. 이웃한 친구네 집을 가도 같은 느낌이라 이상할 것이 없었다. 최근 들어 또다시 동네에 신축 바람이 불었고,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 달라 보이는 게 없이 획일적이다. 2~3년 전에 지은 신축이나 최근 지어진 신축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데, 그사이 건축 단가는 올랐다. 땅값도 올랐고 한적하던 곳에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등, 동네의 모든 것들이 변하고 있으나 이전에 비해 실내 마감 수준이 높아졌는지 의문이 든다.

인테리어 공사를 따로 의뢰하지 않는다면, 중소형 신축에서는 실내 마감재의 수준을 포기 해하는 것일까?
 
관련해서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다. 필자가 작년에 건축 디자인을 했던 중소형의 빌딩의 경우, 건물 내부 곳곳에 포세린 타일(건물의 내ㆍ외부 마감에 많이 쓰이는 세라믹 타일의 한 종류)을 붙여서 마감했었다. 현장에서 타일 마감상태를 확인해보니 너무나 엉망이어서 밤잠까지 설쳤던 기억이 난다. 작업자는 인테리어 타일을 주로 시공하는 기술자였고 다시 제대로 붙여줄 것을 요구하니 "건축 단가와 인테리어 단가가 달라서 안된다"라고 말했다.

통상적인 마감 공사에서 건축 단가는 인테리어 단가보다 금액이 낮은 것이 관행이다. 당시 해당 현장은 예산 문제로 건축 단가로 내부 마감을 진행했었는데, 그 기술자는 "좋은 마감 수준을 원하면 돈을 더 달라"라는 말을 하며 정상적인 마감 작업을 거부했다.
 
언뜻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금액이 싼 건축 타일을 붙일 때는 대충 마감하고, 그보다 돈이 되는 인테리어 타일 마감 시에는 제대로 시공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타일을 붙이는 마감 작업인데 건축과 인테리어로 금액이 이원화된 관행도 아직까지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국내 중소형 건축시장의 대부분의 마감 시공 금액은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사람이 보는 눈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필자의 눈에 누더기처럼 보이는 마감 수준이 작업자들과 시공사의 눈에도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관련업계와 건축주 모두가 문제
 
중소형 건축에서 인테리어를 제대로 하고 싶지만 정작 건축 시공 내역을 보면 실내마감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마감하려면 건축주가 또 별도의 비용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적금을 해지하던지, 은행을 가든지 해서라도 말이다.

반대로 건축주 자신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평당 단가라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개념으로 접근해서 어려움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평당 얼마에 지어주세요"라는 말은 오히려 건축주에게는 족쇄가 되어 예산이 부족해지고, 정작 건물의 옷을 입히기 위한 작업이라 할 수 있는 마감재 시공 수준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건축 소비자들로부터 시작된 작은 변화
 
하지만 최근에는 건축물의 내외장 마감(건축 디자인)에 있어서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사를 하거나 집 장만을 하면서, 집의 형태를 불문하고 여러 번의 변화와 탈바꿈을 시도한다. 그만큼 인테리어에 대한 갈증이나 욕구도 강해졌다. 월세방에 단 하루를 살아도 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꾸며야 하고, 스스로 만족하고 주변에 자랑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작은 변화라도 주기 위해 전문가에게 인테리어 의뢰까지 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 DIY 인테리어 제품들로 변화를 주고 있다. 당연히 관련된 상품들과 서비스는 점점 다양해지고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각자의 공간을 소개하고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셀프 인테리어, 자취방 인테리어라는 말로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사이트들이 이러한 흐름을 증명하고 있다.

젊은 층에서 시작된 이러한 변화를 시작으로, 중소형 건축시장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몇 달 전 필자는 과거에 함께 신축 설계를 하면서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건축사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구청 근처의 소위 ‘건축 허가방’에서 몇 십 년간 건축 인허가 업무와 지역의 신축 건물 설계를 해온 노련한 건축사로 기억한다. "안방, 창문, 그리고 욕실은 무조건 커야 하고 주방은 작아도 괜찮다"라는 식으로 건축과 인테리어에 대한 생각도 그의 경력만큼이나 오래된 생각을 하던 사람이라서 필자와 충돌이 많았다. 그 건축사가 연락한 이유는 이러했다.
 

▲ 수십 년간 정체된 건축물의 내외장 마감(건축 디자인)분야를 소비자들이 바꾸고 있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70대 노부부가 설계를 의뢰해서 설계 중인데, 내부 인테리어 설계와 마감재에 대한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수십 년 동안 설계를 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청 근처 설계사무실에 찾아오는 건축주의 대부분은 그저 "설계비는 싸고 용적률은 최대로, 인허가는 빨리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점점 건축 디자인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니 같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이제는 공간과 마감재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부터가 너무 반가웠고, 가슴이 뛰기까지 했다.
 
성공적인 건축 디자인, ‘나’부터 변해야
 
앞서 말했듯이 젊은 세대들은 본인들의 공간에 있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며,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가는 성향이 강하다. 동시에 첫 번째 사례에서 언급했듯이 건축 디자인에 있어서 아직 국내의 중소형 건축 시장은 갈 길이 멀다.

그러면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내 집이나 건물을 지으려는 예비 건축주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건축 디자인 분야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부단한 노력과 공부, 그리고 시공사의 마감 수준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공부할 수 있는 자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작은 노력과 변화들이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저작권자(c)중앙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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