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던 공모 리츠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기존에 상장된 리츠 주가는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반등장에서 철저히 소외됐고, 기업공개(IPO) 성적도 저조한 모양새다.
리츠(REITs·부동산 투자신탁)는 투자자의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임대료·매각 차익)을 배당 방식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이 중 증시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게 상장 공모 리츠다. 공모가 대비 연 5~7%가량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부동산 펀드와 달리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어 지난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올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상장 리츠 중 시가총액 1위인 롯데리츠 주가는 올해 들어 16.1%(22일 종가 기준) 하락했다. NH프라임리츠(-26.8%)와 이리츠코크렙(-21.2%), 케이탑리츠(-19.9%), 신한알파리츠(-13.5%) 등도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지난 16일 상장한 이지스밸류리츠는 22일 4465원에 마감, 공모가(5000원)를 밑돌고 있다. IPO 시장에도 냉기가 돌고 있다. 최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 이지스레지던스리츠 경쟁률은 2.6대 1에 그쳤고, 미래에셋맵스제1호리츠는 9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장한 롯데리츠(63.3대 1)와 NH프라임리츠(317.6대 1)의 청약 경쟁률과 대비된다. 상장 일정을 미룬 곳도 나왔다. 마스턴투자운용은 22~24일 예정했던 마스턴프리미어1호의 공모 청약 일정을 연기했다.
▲ 국내 상장 리츠 주가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 여건이 달라진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바이오·2차 전지 같은 신산업으로 시중 유동성이 쏠리면서 배당을 주는 ‘인컴’(소득)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저하된 탓”이라고 말했다.
리츠의 주요 투자 자산인 사무실·상가·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한몫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활동이 위축돼 기업과 자영업자 벌이가 줄어서다. 실제로 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것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최근 주춤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9년 연평균 9% 안팎이던 상업용 부동산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올해 1~4월 2.8%에 그쳤다.
이런 비우호적인 여건에도 하반기에 ‘대어급’ 리츠가 증시로 쏟아진다. 공모 규모가 4850억원에 달하는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오는 24일까지 공모청약을 거쳐 다음 달 상장 예정이다. 국내 첫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대형 오피스에 투자한다. 이를 포함해 이지스레지던스리츠와 미래에셋맵스1호리츠,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등 8개 종목이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근 상장한 이지스밸류리츠까지 총 9개로, 2001년 국내에 리츠가 도입된 이후 연간 기준 가장 많다. 총 공모액만 2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최근 리츠에 대한 투자 심리가 꺾여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인 리츠들도 흥행을 자신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리츠 상품 자체가 아닌 수급이 안 좋은 상황이라 지금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보다 금리가 낮아져 상대적으로 배당 매력이 높은 데다, 주가가 공모가보다 내려가 배당수익률은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모 리츠는 안정적인 배당에 중점을 두는 상품”이라며 “지금 주가는 저평가된 수준으로 오히려 투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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