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이 풍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견본주택 문도 못 여는 상황이지만, 1순위 청약 마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 규제에 나서면서 ‘청약 당첨=시세차익’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12만5600여 가구(임대 포함)로, 5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전통적으로 분양시장 비수기로 꼽히는 7~8월에도 월평균 4만 가구 넘게 쏟아졌다.
3분기 물량 5년 만에 최다 청약 경쟁은 치열하다. 3분기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21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대 1)보다 높다. 서울 평균 경쟁률은 64대 1을 기록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산은 82대 1, 울산은 24대 1을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권에 억대 웃돈도 붙었다. 지난 8월 분양한 충남 천안시 성성동 푸르지오 레이크사이드 84㎡ 분양권은 지난달 6억1600만원(9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청약 한 달 만에 1억7000여만원 웃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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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여파에도 분양시장 열기가 뜨겁다. 강원도 속초 롯데캐슬 인더스카이 견본주택에서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분양상담 중인 모습. [사진 롯데건설]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지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에 청약 수요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예컨대 고분양가 관리지역인 서울은 정부가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적용해 분양가를 규제한다. 주변 시세의 100%를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보증을 해주지 않는다. 지난 8월 청약을 받은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는 평균 3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992만원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7월 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분양가는 더 내려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상한제 적용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추정한다. 보증공사의 기준보다 낮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2730만원이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며 3.3㎡당 161만원이 내려갔다. 당분간 청약 열기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4분기는 분양물량이 더 늘어난다. 전국에서 14만5100여 가구가 나올 예정이다. 이 중 절반이 서울·수도권이다. 서울 1만3000여 가구, 경기도 4만8000여 가구, 부산 1만1000여 가구, 충남 1만2000여 가구 등이다.
서울에선 다음 달HDC현대산업개발이 구로구 고척동에 고척 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옛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에 들어서며 최고 45층 규모다. 64~79㎡ 2205가구로 이뤄진다. 주변에 고척동주민센터, 구로세무서 등이 입주하는 행정타운이 조성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이달 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에서 대곡역 롯데캐슬 엘클라씨 청약을 받는다. 59~84㎡ 중소형으로 이뤄졌다. 834가구 중 25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인근에 지하철 3호선·경의중앙선 대곡역이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서해선 등 교통 호재가 있다. 능곡초·중·고교를 걸어서 통학할 수 있다.
같은 달 안성시 공도읍에선 쌍용 더 플래티넘 안성 1693가구(59~141㎡)가 나온다. 지하철 1호선과 수서고속철도(SRT)가 지나는 지제역이 가깝다. 단지 안에 국공립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과 북카페, 스터디룸 등이 조성된다.
대구에선 이달 말 포스코건설이 북구 침산동에 더샵 프리미엘을 분양한다. 최고 48층 규모며 아파트 300가구, 오피스텔 156실로 이뤄진다. 주변에 칠성·침산·달산초, 침산중, 칠성·경상여고, 경북대 등 각급 학교가 모여 있다. 이마트·롯데마트·롯데백화점을 비롯해 대구복합스포츠타운·대구오페라하우스 등이 가깝다. 동구 신암동에선 동대구 더 센트로 데시앙이 나온다. 태영건설이 짓는 이 아파트는 대구 지하철 1호선 신천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동대구 고속철도역이 가깝다. 59~84㎡ 860가구다.
전매기간·세금·대출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시세차익을 노린 ‘묻지마 청약’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입주(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분양권 거래가 어렵고 지역마다 전매제한 기간도 최대 10년이다. 내년 1월 이후엔 분양권이 주택 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조성수 리얼투데이 과장은 “젊은 층이나 신혼부부는 특별공급을 노려볼 만하다”며 “단 단기 차익을 생각하고 청약에 나섰다가 전매제한이나 세금, 대출 규제 등으로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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