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놓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2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임대차 2법’(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심각해진 전세난을 덜기 위한 방안이다. 밑그림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관훈토론회에서 “매입 주택이나 공공 임대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확보해 전·월세로 내놓는다거나 오피스텔·상가·호텔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내놓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의 ‘만능열쇠’로 LH를 내세운다. 하지만 LH는 이미 ‘제 코가 석 자’다. LH의 올해 말 예상 부채는 132조3000억원에 이른다. LH는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라 2024년까지 연평균 33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공공 임대주택 물량을 늘려나가야 한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의 공공임대 아파트. [사진 LH]
LH가 임대주택을 지으면 가구당 1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 땅값이나 물가상승, 임금인상 등이 정부 지원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정부가 LH에 지급한 공공임대 지원금은 3.3㎡당 평균 742만원이었다. 반면 실제 건설비용은 3.3㎡당 872만원이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인상)’도 LH에겐 부담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LH가 신도시나 공공택지를 조성할 때 땅 주인 등에게 줘야 하는 보상비가 늘어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아닌 LH가 모든 부담을 떠안으면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공기업 부채 급증은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최근 아파트 전세 시장에선 매물이 사라졌다고 아우성이다. 전셋집의 공급은 필요하다. 그 방법이 반드시 공공 임대주택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쉬워지도록 길을 열어주거나 근로자 연말정산에서 월세 세액공제를 확대해 월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전세난의 ‘도화선’이 된 전·월세 상한제 등을 보완하는 것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남발된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럽다.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급등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한다. 공공 임대주택에 집착해 ‘땜질 처방’만 이어간다면 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동물에 비유하면 LH는 이미 과도한 등짐을 지고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등짐이 계속 무거워지면 결국 말이 주저앉거나 병들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장 좋은 대책은 ‘앞으로 더는 부동산 대책이 없다’고 발표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나오는지 정부가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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