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평짜리 도시형 생활주택 분양가가 14억원대?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사전 청약 접수 중인 한 도시형 생활주택이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분양가 책정의 적정성 여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로 들어설 예정인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상업시설 복합주거단지 '아츠 논현'이 바로 그 논란의 현장이다.
이 단지는 도시형 생활주택(전용면적 38~51㎡ 42가구)과 오피스텔(전용면적 40~75㎡ 24실),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됐다. 시공은 호반건설이 맡았다.
아츠 논현은 상품별 분양가가 각각 17평형(서비스면적 3평 포함)대를 기준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이 14억8000만~14억9000만원 선이고, 비슷한 크기의 오피스텔은 16억6000만원 선이다.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분양가가 평당 1억원 선이 넘는다.
이는 2017년 분양 당시 역대 최고가 논란을 불렀던 서울 잠실의 최고급 레지던스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평균 분양가(3.3㎡당 7500만원)보다도 훨씬 비싼 가격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도심 서민이나 사회적 주거 약자 등을 위한 주거시설인 도시형 생활주택의 분양가가 평당 1억원을 넘는 것은 당초 도시형 생활주택의 도입 취지와는 너무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아츠 논현 분양 관계자는 "조식서비스, 발렛파킹, 룸 클린 서비스 등이 제공되는 레지던스 스타일인 데다, 오피스텔보다 높은 고층에 배치돼 분양가가 비싸게 책정됐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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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당 1억원대로 초고가 분양 논란을 빚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ㆍ오피스텔 복합주거단지 아츠 논현 투시도.
하지만 서민 주거안정 등을 위해 도입된 도시형 생활주택치고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는 의견이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동안 서울 종로 등지에서 고분양가 논란을 불렀던 도시형 생활주택도 분양가가 3.3㎡당 3000만~4000만원 수준이었다"며 "아무리 땅값이 비싼 강남이라고 하지만 대표적인 서민 주거시설인 도시형 생활주택 분양가가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하는 슈퍼리치들을 대상으로 분양했던 잠실 시그니엘 레지던스보다 훨씬 비싸게 책정된건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정부가 독신자·독거노인·학생 등 도심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서민 주거시설이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공공 주거시설 성격이 강한 만큼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사업에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건물간 이격거리 완화, 가구당 주차대수 완화 등과 같이 아파트에 비해 대폭 완화된 건축 규제를 받는다. 또 주거용 건물이지만 상업지역도 건축이 가능하다.
성격 상 원룸형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과 같지만 아파트로 포장해 분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 비해선 각종 안전과 편의 시설 설치 의무가 대폭 완화돼 있다. 그러다 보니 화재 등의 재해에 취약해 불이 나면 사망사고 등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아파트에 적용되는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같은 단지에서도 도시형 생활주택이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비싸게 책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올 상반기 한 대형 건설사가 서울 종로구 세운지구에서 분양한 단지의 경우 도시형 생활주택 분양가가 3.3㎡당 평균 3890만원으로 함께 분양된 같은 단지 아파트(3.3㎡당 2760만원)에 비해 평균 1000만원 이상 비싸게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건설사들이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관할구청에선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입장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분류돼 고분양가를 규제할 법적 근거나 권한이 없다"며 "자체적으로 검토해 권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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