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1억~2억원 줄어 반가운 것보다 아파트 이미지 하락 걱정이 많다.”
서울 강남에서 유일하게 공공재건축 컨설팅을 받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9차 김성진 조합장의 말이다. 그는 “일단 컨설팅은 받아보자는 생각에서 신청했는데 주민들이 공공재건축을 선호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가 지난 15일 7개 단지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분석 자료를 발표하고 단지별로 설명회를 했다. 기존 방식보다 주택 수가 19% 늘고 조합원 분담금이 37% 감소할 것으로 봤다. 공공재건축이 사업비 부담을 낮추고 주택 공급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통합지원센터 발표 자료는 ‘공공재건축의 매력’이라고 표현했다.
얼마나 매력적인지 김성진 조합장과 용산에시컨설팅을 받은 이촌동 강변·강서 박영진 조합장에게 물었다.
▲ 공공재건축 컨설팅을 받은 신반포19차가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는 재건축이 활발한 곳이다. 일부는 재건축을 끝내 시세가 최고 3.3㎡당 1억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신반포19차 인근 신반포5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뷰신반포.
먼저 신반포19차는 1982년 준공한 242가구다. 2015년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하고 2016년 조합을 설립했다.
Q. 현재 가능한 재건축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이 300%인데 공공재건축하면 얼마로 올릴 수 있나.
“현재 3종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올릴 수 있지만 405%까지 가능하다는 게 컨설팅 내용이다.”
Q. 500%까지 허용하겠다던 정부 발표와 다르지 않나.
“서울시 도시계획에 따른 최고 40층 층수 제한과 동 간 거리 등 건축 규제를 적용해 가장 많이 지을 수 있는 용적률이라고 설명 들었다.”
Q. 용적률을 올리려면 건축 규제를 풀어야 하나.
“층수 등 현행 규제로는 용적률을 높이고 주택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층수 제한을 풀어야 녹지공간 등을 많이 들여 단지를 쾌적하게 꾸밀 수 있다. 조망과 단지 경관도 좋아진다. 주민들은 용적률보다 층수 완화를 선호한다.”
Q. 공공재건축으로 분담금이 줄어들 텐데.
“조합원당 대략 1억~2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민들은 분담금 감소보다 ‘고급·명품’ 아파트를 짓고 싶어한다. 초고층이 그런 아파트에 필요한 조건의 하나인 셈이다. 분담금이 줄어든다고 모두 주민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때문에 분양수입 증가분의 절반 정도는 재건축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실제 손에 들어오는 이익이 많지 않다.”
Q. 임대주택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기존 방식으로 재건축하면 임대주택이 33가구인데 공공재건축으로 23가구 더 늘어난다. 임대주택이 많아지면 그만큼 임대와 분양주택 주민 간 갈등의 소지가 커질 수 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이미지 하락을 걱정한다. 재건축으로 멋진 집을 지어 자산가치를 높이고 싶은데 공공재건축이 저렴하고 임대주택 많은 '서민 아파트'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업성이 아무리 좋더라도 단지 이미지가 하락하면 결과적으로 손해다.”
Q. 용적률 상향에 따른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하지 말아야 하나.
“공공 기부를 늘려야겠지만 방법이 문제다. 공공재건축 핵심이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것 아닌가. 공공이 기부받은 주택을 임대주택보다 공공분양으로 분양하면 된다. 공공분양 수익금을 다른 임대주택 확보에 쓰는 것이다.”
Q. 공공재건축 불신이 크나.
“재건축 관련한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었다. 정책 연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정권과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이 왔다 갔다 한다. 용적률 대폭 상향을 담은 공공재건축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다급하니까 내놓은 것이다. 이마저도 어찌 될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도 정부 정책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두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
(신반포19차는 공공재건축 대안으로 인근 신반포25차 등과 통합 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성 없는 용산 강변·강서
용산 강변·강서는 사정이 달랐다. 박영준 강변·강서 조합장은 “현재 방식으로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해 돌파구를 찾을까 싶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 단지(184가구)는 50년 전인 1971년 지어졌다. 1992년 4월 조합설립까지 했지만 30년째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존 재건축으로 집을 더 짓거나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없어서다. 현재 용적률이 296%다. 기존 재건축 방식으로 지을 수 있는 용적률 한도가 300%다. 용산에 현 용적률이 300% 안팎인 단지들이 강변·강서만이 아니다. 용산 아파트들이 지은 지 강남보다 오래됐지만 재건축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이런 단지는 세대수나 면적 증가 없이 사업비 전액을 자기 부담으로 재건축해야 해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공공재건축이 용적률을 올릴 수 있다고 해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컨설팅 결과 용적률을 500%로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 규모가 67% 커지며 기존의 절반 정도인 85가구를 더 짓는다. 절반 정도를 임대로 공공에 기부하더라도 40가구 정도를 분양한 수입으로 사업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박 조합장은 “당장 공공재건축을 할지 결론을 내리기 어렵고 서울시에서 수립 중인 이 일대 재건축 계획(지구단위계획)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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