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초 서울 잠실 소형 아파트를 산 김모(65·대구 수성구)씨. 수성구에도 집이 있어 2주택자다. 다주택자가 되더라도 종부세 걱정을 하지 않고 샀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이 아니어서 중과되지 않고 일반세율을 적용받아서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수성구가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되면서 올해부터 중과돼 세금이 확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 강남 아파트 2채를 가진 70대 박모씨. 한 채 처분 여부를 두고 저울질이다.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 계속 보유하자니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만만찮다. 1주택자가 되면 고령 등의 특별공제를 받아 일반 1주택자보다도 세금이 훨씬 많이 줄어든다.
박씨는 “올해부터 2주택과 1주택 세금 차이가 1년에 1억원가량이나 된다"며 "이 정도면 오르는 집값보다 세금이 더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올해 종부세 강화로 2주택자 세금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 뉴스1]
6월 1일이 다가오면서 다주택자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6월 1일이 되면 지난해 7·10 대책의 세제 강화가 효력을 나타내 세율 상향 조정 등으로 종부세가 많이 늘어난다. 다주택자 대부분을 차지하고 종부세가 가장 많이 오르는 2주택자가 갈림길에 서 있다. 2019년 기준으로 2주택 소유 가구가 전체 다주택 가구의 70%를 차지한다. 전국 230만 가구이고 서울 36만 가구다.
지방 2주택도 종부세 중과
서울로 ‘원정투자’한 지방 2주택자가 올해 보유세 폭탄을 맞는다. 정부는 지난해 6~12월 부산·대구 등 지방 47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과 서울에 집을 2채 갖고 있으면 종부세 세율이 지난해 일반세율에서 올해 중과세율로 확 올라간다.
▲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수성구 김씨 사례에서 종부세가 지난해 1700만원에서 올해 6200만원으로 거의 4배로 늘어난다. 과세표준이 별로 차이 나지 않지만 세율이 1.4%에서 3.6%로 2배가량 올라가서다.
이우진 세무사는 “그동안 세종을 제외하고 지방이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돼 있어 종부세 신경을 쓰지 않고 서울 주택을 산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 원정 주택 구매는 2017년 이후 많이 늘었다. 매입자 중 서울 이외 거주자 비율이 2016년까지 20% 미만이었다가 지난해 25%까지 올라갔다. 2017~20년 서울 주택을 매입한 서울 이외 거주자가 15만 명이고 이 중 2만2000명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집을 샀다.
서울에서 지방에 투자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수도권과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에서 서울 거주자의 주택 매입 건수가 7만 건이다.
이 세무사는 “서울 원정 투자자가 집을 줄이려면 투자용인 서울 집을 처분해야 할 텐데 서울 집값 동향과 지방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을 지켜보며 세금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장기보유 최대 80% 공제
주택 처분을 고민하는 2주택자 가운데 나이가 많거나 집을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으면 처분 쪽으로 좀 더 쉽게 기울 것 같다. 만 60세 이상이거나 5년 이상 보유한 1주택자는 최대 80%까지 종부세 감면을 받기 때문이다. 고령·장기보유 특별공제는 1주택자에만 적용되고 1주택자가 되면 바로 혜택을 받는다.
▲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종필 세무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중대형 아파트에 살면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소형을 가진 2주택자의 종부세가 지난해 4900만원에서 올해 1억30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종부세가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총 7억3000만원이다. 잠실엘스를 처분해 1주택자가 되고 70세 이상으로 래미안퍼스티지를 10년 이상 보유해 80% 특별공제를 받으면 올해 종부세가 500만원에 불과하다. 2025년까지 3000만원이다. 5년간 세금 차이가 7억원이다.
래미안퍼스티지에 살면서 강북 중소형 아파트를 가진 경우에도 2주택과 1주택 간 앞으로 5년간 세금 차이가 5억원에 가깝다.
수성구 김씨가 서울 집을 계속 갖고 있으면 앞으로 5년간 종부세가 총 4억원 정도다. 서울 집을 팔고 1주택자가 되고 고령·장기보유 특별공제 80%를 받으면 같은 기간 400만원이다. 5년 뒤 서울 집을 팔 경우 2주택자 중과로 그 사이 오른 집값의 60%가 넘는 금액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세금이 집값 상승분보다 더 많을 수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종부세 강화로 올해 세금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2주택자의 주택 처분 여부가 정부가 기대하는 다주택자 매물 증가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난다면 3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본다. 3월에 올해 공동주택 예정 공시가격이 열람에 들어가기 때문에 올해 종부세를 정확히 예상할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처럼 집값이 강세일 때는 처분보다 보유 심리가 강하다"며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것도 다주택자 매물 증가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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