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3기 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예전 신도시보다 어려워졌다. 3기 신도시에서 지역 거주자 우선 공급(50%)을 고려하면 서울 거주자의 당첨 비중은 전체의 30%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예컨대 3기 신도시에서 아파트 100가구를 공급한다면 서울 사람들은 30가구 정도만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3기 신도시가 1990년대 경기도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와 비슷하게 서울의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0~12월 위례신도시(경기도 하남)와 하남 감일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한 4개 단지 1945가구의 계약 현황을 분석했다. 서울에서 가까운 공공택지로 3기 신도시의 입지여건과 비슷하다.
▲ 지난해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로또’ 아파트 분양 결과 서울 당첨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과천지식정보타운 아파트 공사 현장.
4개 단지 계약자 중 서울 거주자는 612명으로 31.5%를 차지했다. 해당 지역(하남 또는 과천) 거주자의 비중은 30%, 해당 지역이 아닌 경기도 거주자는 36.6%였다. 인천 거주자는 2.2%로 집계됐다. 계약자의 지역별 분포는 4개 단지에서 거의 비슷했다.
경기도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해당 시·군 거주자에게 30%, 경기도 다른 지역 거주자에게 20%를 우선 배정한다. 서울·인천 거주자는 나머지 50%를 놓고 경기도 거주자 등과 경쟁해야 한다.
▲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당첨자의 지역별 분포가 지난해 하남·과천에서 분양한 4개 단지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도시로 서울 수요를 흡수하려면 빗장을 좀 더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청약통장 1순위자는 약 890만 명이다. 이 중 서울은 404만 명으로 45%를 차지한다. 가입 기간 15년 이상인 청약통장의 지역별 비중은 서울(54.4%)이 가장 높았다. 경기도는 40%, 인천은 5.6%였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수록 청약가점(민영주택)이 높아진다. 공공분양에선 청약저축액이 많을수록 당첨에 유리하다.
▲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과거 분당 등 1기 신도시에선 분양 물량의 절반 이상이 서울 거주자에게 돌아갔다. 국토개발연구원(현 국토연구원)이 93년 신도시 입주민 1400가구의 종전 거주지를 조사한 결과 서울이 61.8%를 차지했다. 1기 신도시를 분양할 때는 해당 지역 우선 공급 비율이 20%였다. 서울 거주자들은 나머지 80%를 두고 경쟁할 수 있었다. 2006년 판교신도시를 분양할 때는 해당 지역에 30%를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70%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거주자에게 공급했다. 현재와 같이 경기도 거주자에게 50%를 우선 공급하는 제도는 2010년 생겼다.
3기 신도시의 입주가 이뤄진 뒤 서울 사람이 새집을 사서 들어가기에도 ‘문턱’이 높다. 3기 신도시 아파트는 입주 후 5~7년간 전매제한을 적용한다. 당첨자가 2~5년간 직접 거주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주택 공급은 다른 곳이 아니라 서울 안에서 찾아야 한다”며 “양적으로 넉넉하고 이른 시일 안에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지난해 7월 18%였던 30대 계약자 비중은 지난해 11월 23%로 상승했다. 아파트 분양에서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요건이 완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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