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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을 보는 다른 시각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 지난 6월 연간 집값 상승률이 18.6%였다. 1987년 통계 시작 이후 가장 높다.

서울 아파트값 얘기가 아니다. 미국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대표적인 미국 주택가격 통계인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다. 애리조나 주도인 피닉스는 29.3%나 올랐다. 뉴욕이 16.7%, 로스앤젤레스 18.7%였다.

지난달 한국 집값이 지난 4월부터 5개월째 20년 만의 최고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상승률이 15.1%였다. 이전 최고가 2002년 16.6%였다.

한국·미국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값 급등 몸살을 앓고 있다. 선진국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OECD 전체 평균 상승률이 6.2%로 1973년 2분기 이후 근 50년 만의 최고다.

내 집 마련 1년 새 4년 더 걸려

각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한국이 금리 인상에 나섰고 미국은 대규모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문제 인식은 같았다. 집값이 소득보다 훨씬 많이 오르면서 번질 사회·경제적 파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중간 소득 대비 중간 집값 배수(PIR)가 18.5로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다. 지난해 6월 14.1에서 1년 새 4.4 올라갔다. 집을 마련하는 데 4.4년 더 걸린다는 뜻이다. 전국 평균은 같은 기간 5.2에서 7.1로 올라갔다.

국민은행이 집계한 주택구입 잠재력지수(HOI)를 보면 서울에서 소득의 33%로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지난 6월 기준 전체의 4%도 되지 않는 5만5000가구로 나타났다. 1년 전에는 7가구 중 하나인 21만 가구였다.
 

사회가 ‘벼락거지’와 ‘벼락부자’로 갈라지며 양극화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집을 가진 유주택자도 집값 급등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중개수수료·취득세·양도세 등 거래비용이 덩달아 불어서 갈아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주거 사다리 간격이 넓어져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지고 유주택자도 거래비용 증가로 거주 이전 부담이 크다”며 “사회가 집값에 갇히는 꼴”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주택공동연구센터의 올해 주택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득 대비 집값 배수가 4.4로 2006년 이후 최고다. 미국 백악관은 최근 이를 인용하며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과 불평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값 부담으로 노동자들이 생산성이 높은 지역으로 옮겨가지 못해 경제성장이 둔화한다. 인종 간 부의 격차가 확대되고 부의 불평등이 심해진다.

그런데 원인 진단과 해법이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말 대국민 담화에서 과잉 유동성을 지목했다. 기대심리·투기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 등 수요 관리로 유동성 과잉 유입을 차단하고 투기를 근절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주택 공급 확대도 강조했지만 “지적과 우려만큼 공급 부족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여유를 보였다.

백악관은 지난 1일 발표한 집값 대책 자료에서 380만 가구로 예상되는 주택 공급 부족이 원인이라고 명시했다. 올해 2분기 거래된 주택 6가구 중 한 가구꼴로 투자자가 매입했고 코로나로 주거 선호가 달라졌다고 지적하면서도 다주택 매수와 코로나는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켰을 뿐이라고 했다.

한국이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지금의 1.5배로 올렸다(0.5%→0.75%). 이날 이주열 총재는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뗐다”고 말했다. 금융 불균형은 돈이 주택시장으로 쏠린 데 따른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을 말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내수 회복 저해 우려를 감수하고 집값 안정을 겨눠 ‘큰 칼’을 꺼낸 셈이다. 큰 칼은 통화정책에 대한 노무현 정부 표현이다. 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집값과 전쟁을 치른 노무현 정부도 경기 위축 불안에 ‘작은 칼’(대출 규제)을 쓰다 결국 2005년 꺼냈다. 2년 10개월에 걸쳐 총 8차례에 걸쳐 3.25%에서 5.25%로 2%포인트 올렸다.

백악관은 지난 1일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즉각적인 대책”을 발표했다. 3년간 중하위 계층에 주택 1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주택건설 자금을 지원하고 세제·대출 등을 완화한다. 미국 정부는 200만 가구를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세금·대출 규제 완화키로

그동안 주택공급 발목을 잡아 온 ‘조닝(zoning, 도시계획 지역 구분)’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조닝은 단독주택 외 다세대 주택 건립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고밀 개발을 막아 주택 공급 확대를 제약하고 흑백 간 인종 분리의 사회적 갈등을 낳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조닝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한국 기준으로는 건물을 더 많이 지을 수 있게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 규제를 푸는 것이다.

백악관은 “충분하고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을 늘려 수백만 미국인들의 삶을 향상하기 위한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수 있는 시도”라며 대책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주택 공급 부족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이 없다”고 했다. 주택 공급 장애물을 하나씩 줄여서 나가는 수밖에 없다. 미국식 주택공급 확대 대책에서 한국 정부가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지난 1년 새 20억 뛴 타워팰리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초고층 고급주상복합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24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 6월 68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6월 거래가격이 48억원이었다.

이 주택형은 2006년 38억원에서 2007년 45억원까지 올랐다가 2012년 34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2년 뒤 전 고점인 45억원을 회복했다. 지난해까지 6년간 3억원 오르다 1년 만에 20억원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난 1년 새 집값이 급등하면서 초고가 아파트 몸값이 더욱 치솟았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풍부한 유동성 속에 자산가들의 돈이 희소가치가 높은 초고가 주택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가 급증했다. 30억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11억8000만원, 국민은행)의 세 배에 가깝다. 15억원 넘는 주택담보 대출이 금지돼 구매자금을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일까지 30억원 이상 실거래 신고가 731건으로 지난해 연간 건수(751건)와 맞먹는다. 월평균으로는 지난해 62건에서 올해 91건으로 50%가량 늘었다.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를 밑돌다 올해 2%를 넘겼다. 올해 아파트 전체 거래는 40%가량 줄었다.

올해 개인 간 최고 거래금액이 지난 5월 거래된 85억원이다.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3차 꼭대기 층 265㎡ 펜트하우스로 2007년 준공 후 첫 거래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245㎡,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3㎡가 80억원씩에 거래됐다. 지난 4월 거래된 현대7차는 이전 최고 가격인 지난해 10월 65억7000만원보다 반년 새 14억여원 올랐다. 한남더힐 이전 최고가는 2019년 73억원이었다.

신축 초고가 단지들은 단기 급등 양상을 보였다. 2019년 준공한 한남동 나인원한남과 지난해 말 지은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대표적이다. 법원 등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나인원한남(206~273㎡)이 3월 말부터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한 뒤 5가구가량이 되팔렸다.

3월 말 41억8000만원에 분양받은 206㎡가 한 달여 뒤인 5월 초 65억원에 팔렸다. 다시 7월 말 7억8000만원 오른 72억8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두 차례 손바뀜하며 4개월 새 31억원 상승했다. 3월 말 51억원에 분양전환한 244㎡는 한 달 뒤인 4월에 79억원에 거래됐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91~273㎡ 279가구)에서 거래된 최고가가 60억원(200㎡)이다. 2017년 7월 분양가가 34억8000만원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주택이 유동성 장세의 초고 수혜자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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