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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세력의 차명 투자' 도구로 악용될 수 있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증권사 특정금전신탁이 '부패세력의 차명 투자'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를 '명목상 주주'로 내세우고 실제 투자자의 정체, 주주별 배당액 등은 드러나지 않는 불투명성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특히 공공개발 이익을 늘려야 하는 민관 합동 사업에서 중요한 정보가 묻힐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장동·위례 특금신탁 악용 '판박이'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지분율을 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50%)와 KEB하나은행(14%),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동양생명보험(각 8%), SK증권(6%), 하나자산신탁(5%), 화천대유(1%) 순이다. 이중 SK증권은 3463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하지만 실상 SK증권은 '껍데기'일 뿐, 천화동인 1~7호 등 7명이 SK증권에 '성남의뜰에 투자해달라'고 돈을 맡긴(특정금전신탁) 소유주였다. 이 7명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가족과 언론사 후배,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다.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한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도 대장동 사업과 '판박이'였다. 당시 성남의뜰과 같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푸른위례프로젝트'는 성남시 창곡동의 6만4713㎡ 부지에 아파트 1137가구를 분양했다. 푸른위례에는 메리츠·IBK·유진·SK증권 등 증권사 4곳이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투자했다. 각 14.9% 지분율로 참여해 배당을 10%씩 가져가는 구조다.

천화동인처럼 위례투자1~2호와 위례파트너3호, 에이치위례피엠이 증권사 뒤에 숨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소유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남욱 변호사 부인 정모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부인 김모씨가 각각 위례투자2호와 위례파트너3호 이사로 등재돼 있다.

국민의힘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관 개발 사업에서 실소유주를 증권사로 가리는 방식으로 특금이 악용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례 개발 사업의 투자자 명단을 보면 자기 돈으로 투자한 부국·미래에셋증권과 특정금전신탁인 4개 증권사가 구분이 안 되게 뒤섞여 있다"며 "제3자가 '증권사가 회삿돈으로 투자했다'고 오인해 좋은 투자 대상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관이 얽힌 사업인데 누가 실소유주인지, 누가 얼마를 배당받는지 등이 증권사에 가려져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가 실소유주인지 묻힐 수 있어 문제"

금융투자업계는 특정금전신탁을 대장동 의혹과 연결 짓는 것을 경계했다. 특금신탁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익명 투자는 신탁의 본질"이라며 "특금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악용된 것은 맞지만, 특금 자체가 아닌 비정상적인 수익 배분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로 특금신탁 악용 방지가 필요하다는 데 업계 안팎에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제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특금이 자금 은닉 수단으로 쓰일 수 있어 악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은 "특금에 대해선 관련 서류에 'OO증권 특정금전신탁' 식으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탁은 당사자 간 이뤄지는 것이라 공시할 의무는 없다"면서 "특금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국정감사에서 "2016년 1월 특금신탁에 대한 법률이 개정돼 (금융회사가) 신규 소유자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천화동인이나 위례 사안은 그 이전 발생해 새로 개정된 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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