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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해 개발이익 올라…공급 위축, 집값 자극 우려 현실화
노무현 정부가 만든 ‘재건축 저승사자’가 태어난 지 15년 만에 활보하기 시작했다. 재건축 초강도 규제인 ‘재건축부담금’이다. 서울 강남보다 집값이 훨씬 저렴한 수도권에서도 억대의 부담금 예정액 통지서가 나오고 있다.

재건축 단지들은 전국 조직을 만들며 반발하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주택공급 확대가 화급한 마당에 부담감 공포가 도심 주요 주택공급원인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으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사업 기간(추진위 승인~준공) 오른 집값(공시가격 기준)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금액(초과이익)의 최고 50%를 현금으로 받는 개발이익 환수장치다.

2006년 제정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을 통해 도입됐으나 부동산시장 침체와 함께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3차례에 걸쳐 2017년까지 시행을 유예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2018년 부활했다.

실제 부과에 앞서 준공 후 부과 금액을 예상한 예정액 산정과 통지가 2018년부터 시작했다. 현재까지 통지서를 받은 강남 단지가 5곳 정도다. 조합원당 평균 2억7000만원이다. 지난해 9월 통지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 조합원당 4억원이 가장 많다.
 

▲ 수도권에서도 재건축부담금이 수 억대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조합원당 4억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과천시 주공4단지가 조합원당 1억원의 예정액을 통지받은 데 이어 지난달 수원시 매탄동 영통2구역에 부과될 예정액이 3억원에 달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초 조합이 예상한 금액은 8000만원 정도였다.

조만간 강남에 실제 부과 단지가 부담금 부활 이후 처음으로 나올 예정이어서 재건축 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2018년 5월 예정액이 조합원당 1억3500여만원이었던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다. 지난 7월 말 준공했다. 구청은 준공 후 4개월 이내에 부담금을 결정해 부과한다. 업계는 재건축부담금을 예정액의 2배가 넘는 3억원 이상으로 예상한다.

예정액보다 실제 부과금액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예정액은 개시 시점부터 예정액 산정 시점까지 해당 지역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을 기준으로 준공까지 가격 상승을 예상해 추정하다 보니 훨씬 더 많이 오른 실제 집값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예정액 산정 방식으로는 준공 후 집값 추정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부담금 ‘폭탄’에 조합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순복 반포현대 재건축조합장은 “집값이 다 뛰었고 재건축으로 특별히 더 올랐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재건축 단지만 콕 찍어 초과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실제로 주변 아파트들이 재건축 단지 못지않게 상승했다. 2015년 2월 반포현대와 비슷한 7억8400만원에 거래된 인근 반포미도의 실거래가가 이달 27억원까지 올랐다. 반포현대 재건축 아파트는 아직 거래가 없지만 일부 매물 호가가 30억원이다.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분 당첨자는 재건축보다 더 큰 ‘로또’를 챙겼다. 2019년 8월 16억~18억원에 분양받은 반포현대 일반분양분 당첨자는 2년여 만에 12억~14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재건축 조합원들은 부담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수억원의 재건축 비용을 부담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억대의 재건축부담금까지 준비해야 한다. 재건축부담금은 원칙적으로 6개월 이내에 현금으로 내야 한다.

반포현대 재건축부담금이 3억원 이상이면 조합원이 추가분담금·재건축부담금으로 필요한 돈이 6억원 이상이다. 이순복 조합장은 “조합원이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라 소득이 별로 없다”며 “대출 규제에 따라 담보대출로 돈을 빌리지도 못하기 때문에 부담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60여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지난달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를 만들고 2026년까지 시행을 유예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 대표인 김기원 과천주공4단지 조합장은 “전국 대도시만 보더라도 500여 단지가 재건축부담금 대상”이라며 “가구당 억대 부담금이 예상돼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재건축부담금은 현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통해 ‘핀셋’ 규제를 하는 다른 규제와 달리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만 보더라도 재건축부담금 부활 이후 재건축 사업 속도가 느려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가 2015년 9810가구에서 2017년 6473가구, 2018년 1013가구에 이어 지난해에는 ‘0’이다.

2006년 재건축부담금을 만든 법적 목적이 “주택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이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이런 목적은 사라지고 2006년 법을 만들 때 일부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 전문위원의 법안 검토보고서는 “재건축사업을 위 축시키고 주거 여건이 우수한 지역의 주택공급을 축소함으로써 집값 상승을 야기하고 주변 지역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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