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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또 헛짚는 정부?
“여러 선행지표에 집값 하락 전망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집값 하락론’을 설파했다. 집값이 이미 고점을 찍었고 이제 하락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노형욱 장관이 “주택시장이 과열 국면에서 벗어나는 흐름이 강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한 것과 전날인 2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시장이) 그간의 상승 추세가 주춤하고 시장심리 변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한 것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정부가 근거로 삼는 ‘지표’는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와 KB국민은행의 ‘매수우위지수’다. 11월 첫째 주(1일 기준) 매매수급지수는 100.7로 7주 연속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도 1일 기준 서울은 74로 2주 연속 80선 아래로 내려갔다. 경기도는 79.5까지 떨어졌다.

이 두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클수록 시장에 매수자가 많고, 100보다 작을수록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 지수가 100에 근접했거나 100보다 아래인 만큼 정부는 시장에 곧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정부의 판단에 또 하나 영향을 미친 게 바로 거래량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아파트 거래량은 54만8761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8.4% 감소했다.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거래량까지 확 쪼그라들었으니 곧 시장에 매물이 쌓이면서 집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지 않는가 하는 그런 걱정을 안 하셔도 된다”(3일 김 국무총리)고 했다. 주택시장은 과연 정부 예측대로 흘러갈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최근의 상황을 매수 심리 위축보다는 매수세의 관망·대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서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보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여전히 뜨거운 대체 주택시장

우선 시중은행의 대출 절벽, 대출 금리 상승으로 아파트 매매가 어려운 사람들이 아파트 대체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방 1~2개를 갖춘 이른바 주거용 오피스텔과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연립주택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최근 불이 붙고 있다. 2일 진행된 과천시 별양동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청약엔 89실 모집에 12만4000명이 몰려 평균 13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오피스텔은 방이 2~3개인 84㎡(이하 전용면적)형으로 아파트로 치면 59㎡형과 비슷한 크기다.
 

아파트보다 규제가 덜해 투자 수요도 적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청약가점이 낮아 아파트 당첨 확률이 낮은 젊은층 등이 최근 오피스텔 청약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분양한 주거용 오피스텔 역시 대부분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존 오피스텔에도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운영사 스테이션3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의 오피스텔 매매량은 올해(9월 24일) 2만827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가량 급증했다. 거래가 늘면서 3분기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0.74%, 경기도는 1.21% 상승했다.

또 다른 아파트 대체재인 빌라로도 주택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보통은 아파트 거래량이 빌라보다 많은 편인데, 서울에선 빌라가 아파트보다 거래량이 많은 현상이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등록된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계약일 기준)는 4일 기준 2751건, 아파트 매매(1394건)의 두 배가 넘는다.

거래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거래량은 바뀌겠지만 아파트보다 빌라 거래량이 많은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빌라 역시 매수세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세다. 특히 올해 들어 월간 상승률이 1% 이하에서 머물렀는데, 대출 절벽이 시작된 9월부터는 1%대로 상승 폭이 커졌다.

시장 선행지표 경매도 후끈

법원경매시장도 불을 뿜고 있다. 경매는 통상 주택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린다. 낙찰가가 주택시장의 매도 호가나 실거래가의 최저가를 바탕으로 써 내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높다는 건 경매 참가자들이 그만큼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낙찰가율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시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70.32㎡(5층)형은 감정가(14억5000만원)보다 59% 높은 23억1020만원에 낙찰됐다.

매매시장에서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 4층이 9월 22억9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보다도 비싸게 낙찰된 것이다. 같은 달 19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경기 시흥시 장곡동 연성3차대우 전용면적 80㎡는 낙찰가율이 199%(감정가 4억300만원, 낙찰가 8억원)나 됐다.

법원경매정보회사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119.9%로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2월 99.9%에서 3월 112.2%로 큰 폭으로 상승한 이후 4개월 연속(112.2%→113.8%→115.9%→119.0%)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등을 축소하기 시작한 8월과 9월에도 각각 116.3%, 115%를 기록했다.

경기도와 인천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각각 109.9%, 120.1%로 경기도는 14개월, 인천은 9개월 연속 100% 이상의 평균 낙찰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시장에 아파트 물건이 부족한 편이어서 서울은 당분간 낙찰가율이 110%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주택 공급, 정부 목표치 미달

그렇다고 집값을 끌어 올렸던 전셋값 상승세가 꺾였다거나, 주택 공급이 확 늘어난 것도 아니다. 전셋값은 상승 폭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면서 1년 내내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선 84㎡형 전셋값이 15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공급 물량은 당초 목표치도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9월 주택 준공(입주) 실적은 27만4121가구로, 당초 목표로 했던 46만 가구에 턱없이 부족하다.

국토부는 4분기를 감안하면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3개월만에 19만 가구 준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규 분양 물량도 늘기는커녕 쪼그라들었다.

부동산R114와 KTB투자증권은 최근 올해 서울에서 분양했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1만5933가구로 추산했다. 2006년 1만5843가구 이후 최저치로,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전망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공공분양과 사전청약 분양 물량 4000가구를 고려하면 4만 가구가 넘는 민간 분양이 차질을 빚은 건데, 이는 재건축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논란 등으로 재건축 대단지의 분양이 지연된 때문이다.

기존 주택의 매물을 늘리기 위해 양도소득세를 완화하겠다던 여당의 계획도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이 때문에 대출 절벽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집값 상승 폭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쉽게 꺾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내년 서울·수도권과 지방 집값이 각각 3%, 1%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 대통령 선거 등도 내년 집값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출이 없거나 있어도 20% 이하 수준이어서 대출 규제 영향이 적었던 9억원 초과 주택시장에선 신고가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지금은 집을 팔고 나면 집을 사기도, 전·월세를 얻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주택자 일부 외에는 집을 팔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출 금리가 오르더라도 어떻게든 보유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집값이 쉽게 꺾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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