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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양도세 완화 서둘러 진화
“필요하다면 다음 정부에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일 더불어민주당이 검토 중이라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일시 완화’ 방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 그때 상황에 따라 시간을 갖고 차분히 검토할 문제”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박 수석의 발언은 지난달 30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보유세(재산·종부세)와 거래세(취득·양도세 등)를 동시에 높인 탓에 다주택자의 퇴로가 막혔다는 지적에 당이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시사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양도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를 올렸으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도록 양도세를 내렸어야 했는데, 열성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그러지 못했다.

불로소득을 죄악시하고, 이를 환수해야만 한다는 신념에 휩싸여 정책적 판단을 잘못한 결과다. 오판의 결과는 다주택자를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면서 부의 대물림만 재촉했다.
 

▲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중앙포토 자료사진]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는 증여를 택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아파트 증여 건수는 전국 6만3054건(한국부동산원)에 이른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 6만5574건과 맞먹는 숫자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인천, 지방 광역시에서도 증여 바람이 거셌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어차피 세금으로 다 낼 바에야 자식에게 주고 말겠다고 할 만하다. 종부세가 급등한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최고 75%에 이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수도권·지방의 교통·교육 환경이 좋은 아파트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세대를 넘어 대물림 된 것이다. 이 같은 증여의 급증을 ‘정상’이라고 보는 이는 드물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10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양도세와 종부세 회피를 위한 증여를 막겠다”고 나섰다. 잘못됐다는 걸 알고 조치에 나선 것인데, 그럼에도 양도세율이 워낙 높아 성공하지 못했다.

사실 이제 와서 다주택자 양도세를 완화한다고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많은 다주택자가 이미 증여했고, 세율을 확 끌어내리지 않으면 매물 증가 효과는 얻지 못하고 정부의 우려대로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서울 등 집값 급등지역에 바로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지 않다.

다주택자가 비수도권 등 외곽 주택을 우선적으로 처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세는 일관성과 타당성을 갖춰야 하는데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도 문제다.

그렇더라도 다주택자 양도세는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 보유세를 강화한 만큼 거래세를 낮추는 건 수순이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초에만 해도 보유세는 올리되, 거래세는 낮추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약속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꼬일 대로 꼬인, 아니 꼬아놓을 만큼 꼬아놓은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양질의 주택을 대물림이 아니라 시장에 나오게 할 수도 있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송구하다”고 해 놓고 시장에서 주문하는 ‘해법’에 대해선 “다음 정부가 할 일”이라고 하는 건 잘못은 했지만 잘못한 건 없다는, 정책 실패를 바로 잡을 의지가 없다는 소리로밖에는 안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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