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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양도세 비과세 확대 '희비'?
8일 이후 1주택자가 잔금을 받거나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해 판 주택의 양도소득세(양도세)가 12억원까지 나오지 않는다. 양도가격 12억원까지 양도세가 없고 12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면 양도차익(양도가격-취득가격) 중 12억원 초과분에만 세금이 나온다. 양도차익을 12억원 빼주는 게 아니다.

비과세 금액이 이전 9억원에서 3억원 늘면서 1주택자 양도세 부담이 줄지만 같은 1주택자도 조건에 따라 세금 차이가 크기 때문에 비과세 확대보다 주의해야 할 게 있다. 1주택자 비과세 확대로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세금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 4건 중 3건이 비과세

비싼 집이 많은 서울이 1주택자 비과세 확대 덕을 톡톡히 본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동안 전국 실거래가 신고 건수가 2만3031건이었다.

9억원 이하가 97%(2만2325건)이고 9억~12억원이 1.7%(387여건)이다. 서울(889건)에선 각각 60.4%와 13.8%다. 서울의 비과세 대상이 74.2%로 4건 중 3건을 차지한다. 비과세 확대 혜택이 서울에 집중된 셈이다.

1주택자가 12억원에 집을 팔면 비과세 확대에 따라 이론상으로 양도세 최대 1억원을 절약한다. 0원에 취득해 양도차익이 12억원이라고 하자. 이전 비과세 금액 9억원에서 2년만 보유해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자마자 팔면 양도세가 가장 많아 1억원이 나온다. 비과세 금액이 12억원으로 늘어나면 양도세가 '0'다.
 

12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의 세금으로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를 모의계산해봤다. 4년 전인 2017년 12월 15억4000만원에 사서 현재 27억8000만원에 팔아 양도차익을 12억4000만원이라고 보자.

4년간 거주하고 비과세금액이 9억원이면 양도세가 양도차익의 20%에 가까운 2억2000만원이다. 12억원까지 비과세하면 1억8000만원으로 4000만원가량 줄어든다.

그런데 집이 한 채인데도 비과세 확대가 부러운 1주택자가 있다.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1주택자다. 비과세 혜택은 비과세 요건을 충족해야 나온다. 2년 이상 보유다. 여기다 2017년 8·2대책 이후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했으면 2년 거주 요건도 채워야 한다.

비과세 여부에 따른 세금 차이가 상당하다. 은마 사례에서 전세를 끼고 산 '갭투자'로 4년 보유만 하고 2년 거주하지 않아 12억원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면 양도세가 4억9000여만원으로 3억여원 더 많다.

다주택자 세율 10~20%포인트 높아져

비과세 혜택을 받는 같은 1주택자 사이에 12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일수록 무시하지 못할 세금 차이가 있다. 보유 기간이 길수록 세금을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때문이다. 올해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 요건이 추가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가 80%인데 보유와 거주 비중이 절반씩이다. 10년 이상 보유만 하면 40%이고 거주까지 해야 80%다. 지난해까지는 거주 요건 없이 10년 이상 보유만 하면 80%였다.

10년 전 10억3000만원에 사서 시세차익 17억5000만원인 은마 전용 84㎡에서 10년간 보유만 했다면 양도세가 3억3000만원이다. 10년 전 매수할 땐 2년만 보유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았다. 이 아파트에 10년간 거주도 했다면 세금이 5분의 1 수준인 6000만원으로 급감한다.

김종필 세무사는 "고가주택이고 양도차익이 많을수록 거주에 신경을 써야 세금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과세 확대로 1주택자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사이 다주택자 양도세는 더욱 불어났다. 기본세율에 더하는 가산세율이 10~20%포인트에서 지난 6월부터 20~30%포인트로 올라갔다. 3주택자 세율이 최고 75%에 달한다.

10년간 은마 17억5000만원 시세차익 중 다주택자 세금이 가산세율 상승으로 2억원 정도씩 늘어 2주택자 11억8000만원, 3주택 이상자 13억7000만원이다.

1주택자가 비과세 확대로 세금 4000만원 이득을 보는 반면 다주택자는 가산세율 상승으로 2억원 더 내게 됐다.
 

'똘똘한' 한 채 인기 더 높아질 듯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에 이은 1주택자 비과세 확대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왕 사는 것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집을 살 것이어서 주택 수요가 인기 지역이나 해당 지역의 대표적인 단지로 쏠려 지역별·단지 간 차별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과세 확대로 세금 부담이 줄어든 1주택자의 매물이나 양도세 강화로 세금이 많이 늘어난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집값 전망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1주택자가 세금이 줄었다는 이유로 선뜻 집을 팔고 갈아타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여야의 내년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는 양도세 완화 기대감에 ‘버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c)중앙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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