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세입자)의 주거안정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설명자료의 일부다. 이른바 ‘임대차 3법’에 대해선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임대차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정부가 임대차 신고제를 도입한 지난 6월 이후 서울에서 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흐름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세입자가 계약갱신 청구권(2+2년)을 행사한 계약이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부의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시장에서 세 가지 전셋값이 공존하는 ‘삼중가격’ 현상도 나타났다.
세입자 보호를 명목으로 도입한임대차 3법이 되려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를 불안하게 하는 모습이다. 만일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세입자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집을 비워줘야 한다.
▲ 정부가 ‘임대차 3법’을 시행한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사진은 8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시세표를 붙여놓은 모습. [뉴시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부 세입자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시세의 70~80%로 재계약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집주인 입장에선 전·월세 상한제에서 규정한 인상률(5%)보다 높은 수준에서 편법으로 재계약을 하는 셈이다.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전세에서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계약은 4052건에 달했다. 집주인들은 전세 보증금을 평균적으로 18.8% 올려받았다. 전세 보증금 인상률이 5% 이하였던 계약은 1388건(33%)이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7월 이후 2년 5개월 동안 지속해서 올랐다. 민간 연구소에선 내년에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세입자가 지난해 8월부터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한 전셋집은 내년 8월 이후 시장에 나온다. 이때 4년 치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리려는 집주인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도 커진 점도 집주인들의 전셋값 인상 요구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올해 말까지 전셋값 이중구조를 해소할 대책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에도 추가적인 전세대책의 필요성을 한 번 더 언급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국토부에 추가 전세대책에 관해 물어봤다. 그러자 “기재부에 확인해 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임대차 3법으로 힘들어하는 세입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부는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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