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 풍선효과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는 오피스텔의 콧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올해 분양시장에서 서울 강남 아파트도 제치며 청약 경쟁률 기록을 세웠다. 최고 1398대 1이다. 지난달 초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힐스테이트과천청사역에서다.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 신청했다.
올해 아파트에선 지난 5월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동탄역디에트르(일반공급 302가구) 809대1이 가장 높다. 청약자가 24만명이 넘었다. 지난 6월 주변 시세와 가격 차가 워낙 커 ‘15억 로또’로 불린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경쟁률이 161대1이었다.
청약자격이 달라 아파트와 오피스텔 경쟁률을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세 자릿수 경쟁률이 흔한 오피스텔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아파트 규제 반사이익
오피스텔의 인기 요인은 아파트에 집중된 청약·대출·세제 등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발코니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곤 평면·구조·부대시설 등에서 사실상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 주거용인데도 법적으로 업무시설로 분류돼 무주택·청약통장·청약가점제·청약저축액 등과 상관없고 전매제한 기간이 입주 때까지(아파트 최대 10년)로 상대적으로 짧다.
힐스테이트과천청사역처럼 100실 미만이면 아예 전매제한이 없다. 중도금 대출 제한(분양가 9억원 초과)이 없이 대개 분양가의 70%(아파트 4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청약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되고 종부세 주택 합산에서도 빠질 수 있다.
▲ 파주 운정신도시에 분양하는 오피스텔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최고 30억원에 달한다. 사진은 운정신도시 전경.
인기를 등에 업고 자연히 오피스텔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관리를 적용받는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분양가 규제가 없어 업체 측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매길 수 있다.
오피스텔 분양가가 아파트 분양가는 말할 것도 없고 새 아파트 시세도 추월하기 시작했다. 오피스텔은 발코니가 없기 때문에 아파트와 분양가를 비교할 때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아파트는 공급면적(전용면적+주거공용면적)을 기준으로 한다. 오피스텔 전용 84㎡가 아파트 전용면적으론 59㎡와 비슷하다.
인천시 서구 청라지구 오피스텔 84㎡(이하 전용면적) 분양가가 9억원에 육박한다. 이달 초 분양에 들어간 청라국제도시아이파크(42층) 분양가가 최고 8억9500만원이다. 지난달 말 분양한 한양수자인디에스틴에선 7억5700만원이 가장 비쌌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억5000만원가량 올랐다.
청라지구 아파트 59㎡ 최고 실거래가가 지난 10월 청라국제금융단지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7억6800만원이다.
고양시 일산 풍동지구에서 아파트 59㎡가 아직 5억원을 밑돈다. 4억6000만원이 최고 실거래가다. 이곳에 지난 8월 나온 오피스텔 더샵일산엘로이(42층 1976실) 84㎡ 분양가가 7억9960만원까지 나왔다.
이달 분양을 시작한 파주시 운정신도시 힐스테이트더운정(49층 2669실) 84㎡ 분양가가 최고 8억9580만원이다. 운정신도시 아파트 59㎡ 분양가가 지난 9월 힐스테이트운정 6억7300만원이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오피스텔이 대형건설사 브랜드, 대단지, 초고층 등으로 품질이 아파트 못지않게 좋아지며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관심을 끌며 며 분양가도 많이 오른다”고 말했다.
분양가 규제를 받는 아파트에서 생각하기 힘든 고급화도 분양가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복층형·테라스·호텔식 서비스 등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동에 분양하는 마포뉴매드 79㎡ 분양가가 18억~23억원 선다. 마포에서 한강 조망권이 뛰어난 아파트 59㎡ 최고 실거래가가 17억원이다.
▲ 분양가가 50억원에 달하는 더샵일산엘로이 펜트하우스 전용 247㎡ 평면도.
펜트하우스 분양가 최고 50억
단지 내 극소수여서 희소가치가 큰 펜트하우스(꼭대기 층 고급주택) 분양가는 더욱 높다. 올해 분양한 오피스텔 최고 분양가가 더샵일산엘로이 49억9360만원이다. 꼭대기인 36~42층에 들어선 247㎡다.
일산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아파트 펜트하우스가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 59층 244㎡다. 거래가 없어 실거래가와 시세를 알 수 없다. 올해 공시가격(22억6200만원)으로 추정한 시세가 30억원대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최고 분양가가 26억4500만원이다. 지난 1월 인천시 송도지구 송도자이크리스탈오션 41~42층 복층 205㎡다.
힐스테이트더운정 49층에 147㎡ 펜트하우스 10가구가 들어간다. 같은 층, 같은 평면이지만 동에 따라 분양가 차이가 크다. 18억660만~29억9520만원으로 최대 12억원 가까이 벌어진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조망과 동 위치에 따라 분양가 차이를 뒀다”고 말했다. 가장 비싼 동은 앞에 시야를 가리는 건물 없이 확 트인 조망이 나온다.
운정신도시 아파트 중 가장 비싼 게 한라비빌디센트럴파크 27층 펜트하우스 242㎡다. 2019년 실거래가가 9억7300만원이었다. 올해 7억4100만원으로 종부세 대상(공시가 11억원 초과)에 들지 않는다. 공시가로 추정한 시세도 10억원 안팎이다.
고분양가에도 힐스테이트더운정 펜트하우스 청약 경쟁률이 52대 1로 평균(10대 1)보다 훨씬 높았다.
정부의 규제나 미분양 견제가 없다 보니 오피스텔 분양가 고공행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많이 오른 아파트보다 더 비싸지면서 로또 기대에서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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