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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새해 주택시장 변수
넘칠 듯이 차고 올랐던 물이 쫙 빠지고 있다. 후끈하던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 2021년을 마무리하고 2022년 새해로 넘어가는 길목의 주택시장 분위기다.

계기판 바늘이 일제히 뚝 떨어졌다. 주택 거래량과 가격 상승률이 빠르게 동반 하락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집값 동향 선행지수로 꼽히는 실거래가 지수가 아파트 기준으로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선 지난해 10월, 전국·수도권·서울이 지난해 11월 한꺼번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동시 하락은 2020년 4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11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1월 기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게 집계됐다고 밝혔다. 1년 전의 거의 반 토막이다. 잠실 일대 재건축 아파트 2만4000여가구 중 지난해 11~12월 실거래 신고된 건수가 20건에 미치지 못한다.

실거래신고 기간 한 달간을 고려하더라도 한 달에 10건 정도다. 지난해 10월까지 월평균 건수의 3분의 1 수준이다.

[전국·서울·수도권 실거래가 동반 하락

시장 심리도 가라앉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매수우위지수가 전국(62)이 2020년 5월, 서울(54.6)은 2019년 6월 이후 최저다.

지난해 주택시장 기온이 여름을 지나면서 가파르게 떨어졌다.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 상승세 모두 대략 8월 정점을 찍었다.
 

이 사이 시장 열기를 주도하던 30대도 움츠러들었다. 아파트 30대 매입 비율이 전국에서 지난해 9월 25.7%까지 올라갔다가 지난해 11월 23.2%로 하락했다. 서울에서는 40%에 육박했다가 지난해 11월 33%로 6%포인트 내렸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7일 새해 부동산시장 안정방안 브리핑에서 현 시장을 ‘안정세’로 봤다. 주택공급 확대 노력, 가계부채 관리, 금리 인상을 원인으로 꼽았다.

시기적으로 맞물려 상관관계가 인정된다. 지난해 8월 말 기준금리가 0.75%로 2020년 3월 이전 수준으로 올라갔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강화방안을 발표하며 대출 고삐를 조였다.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오던 유동성 압력이 떨어지고 유동성 꼭지가 잠겨진 셈이다.

지난해 7월부터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청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분양은 미래의 주택 수요를 흡수한다.

"추세적 하락국면 진입"
 
정부는 “공급·금융·인구 등 주택시장 핵심 변수들의 흐름을 살펴볼 때 중장기적 추세적 하락국면 진입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아파트 기준 연평균 전국 43만6000가구(서울 6만9000가구)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공급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공급량이 전국  31만7000가구, 서울 3만7000가구였다. 새해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DSR 시행 등 대출 규제도 더욱 조여든다.
 

하지만 안정세와 추세적 하락국면으로 보기에 성급하고 불안하다. 정부가 꼽는 핵심 변수부터 변수가 많다. 정부가 밝힌 수치는 기대감에 부풀려져 장담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서울 공급이 문제다. 정부 추정대로 보더라도 새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이 3만6000가구로 최근 5년 연평균보다 6000가구 적다.

정부는 2023년 4만8000가구로 확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지난해 아파트 착공 물량이 그 전보다 많이 줄었다. 지난해 4만가구 정도 착공한 것으로 예상되는데(지난해 10월까지 3만4000가구) 3만3000가구였던 2016년 이후 가장 적다.

과거 공급이 늘어도 집값이 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집값이 급등한 현 정부(2017~2021년) 5년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이전 5년보다 전국 50%, 서울 40%, 수도권 80% 급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2005년부터 진행된 ‘불장’은 기준금리 상승기였다. 2004년 3.25%까지 내린 기준금리가 2005년 3.75%, 2006년 4.5%, 금융위기 전 5.25%까지 올라갔다. 인구 효과는 워낙 장기적인 변수다.

공급이 늘어도 그 이상으로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 증가 효과가 묻히고 집값 상승 기대가 높으면 비싼 이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택정책 차이 줄어든 여야 대선 후보

새해 주택시장의 주요 키는 대통령 선거가 쥐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주택정책이 현 정부와 상당히 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 모두 공급 확대와 일부 세제·대출 완화를 외치고 있지만 누가 되느냐에 따라 완화 방향과 폭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어느 후보가 되더라도 시장이 급변할 것 같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 정부보다 시장에 전향적이어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역풍에 주의할 것이다. 집값을 더 올린 현 정부 규제의 역설을 명심할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더라도 집값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직전 노무현 정부의 규제에 대대적으로 손을 댈 수 있었던 건 2008년 금융위기로 집값이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표심을 잡기 위한 수정을 거치면서 두 후보의 당초 확연했던 주택정책 방향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새해 주택시장이 다시 호랑이 등에 올라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호랑이 등에서 떨어져 곤두박질칠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대선을 잡아먹을 다른 변수는 얼마든지 있다. 코로나, 금리, 30대 ‘영끌’, 입주물량, 계약갱신요구권 2년 맞는 전세시장 등 눈에 보이는 것도 있지만 보이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뜻밖의 변수가 튀어나올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30대는 빚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고 대출을 받기 힘들어도 언제든 적극 주택 매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이 넘칠 때는 모르지만 유동성이 빠지면 높고 낮은 지형이 드러나듯 새해는 지역에 따라 ‘울퉁불퉁 장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세라는 정부도 걱정을 놓은 게 아니다. 지난해 12월 29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일부 규제지역 해제를 검토했으나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전히 낮은 금리 수준 및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고려할 때 규제 강도가 낮아지면 국지적 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위원이 많았다"고 전했다.
 

가장 확실한 불확실성

국민은행에 따르면 2021년을 제외하고 1987년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연간 10% 넘게 올랐다가 연말에 상승세가 확 꺾이거나 하락세를 보인 해가 6차례 있었다.

이후 2년 이상 보합세나 약세를 띤 해가 1기 신도시 입주를 앞둔 1990년 한 번이었다. 이듬해 1년간이나마 상승률이 떨어진 해가 3번이었고 나머지 2번은 머지않아 ‘불길’이 되살아났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제 힘이 부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2004년 한해 반짝 약세를 품고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대세 상승세가 10년간 이어진 적도 있다.
 
새해 주택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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