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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반포1단지 30억 폭락
“입주 직후부터 50년 가까이 갖고 있던 아파트를 어이없이 조합에 뺏겼습니다. 시세 반값에 쫓겨난 셈입니다."(반포주공1단지 '30억 폭락' 매도자 A씨)

주택형 오기도, 친인척 간 저가거래도, 급매도 아니었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0억 폭락 미스터리’가 풀렸다.

예상치 못한 사연이다. 조합원 자격이 박탈돼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신 받은 현금청산이었다.

분양신청 놓쳐 아파트 배정 못 받아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해당 주택 107㎡(이하 전용면적)는 A씨와 조합 간 거래였다. 거래금액 28억7000만원은 현금청산 금액이다.

조합이 착공을 위해 조합원이 아닌 A씨에게 현금으로 보상하고 집 소유권을 가져온 것이다. 부동산중개업소를 거칠 필요가 없어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직거래'로 표기됐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를 갖고 있더라도 새로 짓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자격이 없는 소유자는 현금청산하도록 돼 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에 반대해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소유자는 말할 것도 없고 동의했다 하더라도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못 하거나, 혹은 재당첨 제한 등에 걸려 분양신청 자격이 없는 경우 모두 조합원 자격을 잃어 현금청산 대상"이라고 말했다.
 

▲ 한강변에 낮게 자리잡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전용 104~196㎡ 2100가구가 5층 65개 동에 들어서 있다. 강남 첫 중대형 고급 아파트로 1974년 지어졌다.


현금청산 금액은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이후 진행하는 분양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통해 정해진다. 반포주공1단지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때가 2017년 9월이다. 현금청산 금액 28억7000만원은 실제 이 무렵 실거래가와 비슷하다. 그해 7~8월 실거래가가 25억~28억8000만원이었다.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일 현금청산될 때까지 3년여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시세와 현금청산 금액 간 격차가 벌어졌다. 최근 실거래가가 지난해 10월 56억원이었다.

A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재건축을 반대한 게 아니어서 조합설립에 동의했고, 분양받을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며 “조합으로부터 제대로 연락을 받지 못해 분양승인 시기를 놓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A씨는 반포주공1단지가 준공(1974년 4월)한 직후인 그해 12월 매수했다.

그는 “형이 거주하고 나는 다른 곳에 살았는데 조합에 연락처와 주소를 줬는데도 조합에서 분양승인 신청 서류 등을 반포주공1단지에만 보내고 내가 살던 주소에 보내지 않았다”며 “나이 드신 형님이 무슨 서류인지 모르고 그냥 버리는 바람에 내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져서 집을 비워줘야 했다. 반포주공1단지는 착공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이주 중이다.

A씨는 “너무 억울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포1단지 3주구에도 2가구  현금청산

반포주공1단지에 A씨 집 외에 현금청산된 집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4㎡ 한 가구가 2019년 11월 27억4600여만원에 현금청산돼 소유권이 조합으로 넘어갔다. 104㎡ 실거래가가 35억7000만~37억2500만원이었다.

현금청산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에 나오는 소유주는 2016년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아들 부부다.

이밖에 현금청산 아파트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5가구 더 있다. 조합이 2018년 현금청산하기 위해 매매·증여 등을 금지해달라고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사람이 A씨, 104㎡ 부부 외에 9명 더 있다. 이들 주택 7가구에게 줄 현금청산 금액으로 총 182억원을 공탁했다.

반포주공1단지 건너편 주공1단지 3주구(에이아이디차관주택)에도 2가구가 현금청산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과 5월 72㎡ 2채가 각 16억여원에 조합에 소유권을 이전했다. 3~5월 실거래가가 25억3000만~30억원이었다. 16억원은 이 아파트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2017년 9월 무렵 시세다.

박일규 조운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소송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당사자와 조합 간 현금청산 협의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내려갈 때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현금청산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근래 집값이 급등하면서 자칫 새 아파트와 시세차익 둘 다 잃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택공급 확대에 현금청산 복병
 
현금청산은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주택공급 확대 정책의 복병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으로 사업 속도를 높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신속통합기획 등이 조합원 자격 기준 시점을 대폭 앞당겼기 때문이다.

기준 시점 이후 취득한 주택은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는 현금청산 대상이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 지난해 6월 29일, 신속통합기획의 경우 1차 후보지가 지난해 9월 23일, 2차가 1월 28일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일반 재건축·재개발도 조합원 자격 기준 시점을 당기기로 합의하고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재건축의 경우 안전진단 통과, 재개발은 조합설립 시점부터 제한할 수 있다. 현재는 각각 조합설립·관리처분이다.

박일규 변호사는 “도심 낡은 주택을 매수할 때 장래에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으로 현금청산될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며 "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업 대상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입주권을 제한하는 조치여서 과도한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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