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서비스

금융

부동산 메뉴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대선 부동산 세제 공약
노무현 전 대통령(16대)은 차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던 2007년 5월 방송사 특별대담에서 “어떤 대통령 후보가 양도소득세 깎아준다, 종부세 깎아준다고 공약한다면 그 사람은 1% 대통령이고, 많아야 4% 대통령"이라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 주자들의 부동산 세금 완화 공약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많아야 4% 대통령’이라던 이명박 후보가 48.7%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세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상이 적다고 갈라치기를 해서 지나치게 옥죄면 경제·정치 모두 역풍을 맞는다. 현 정부 들어 노무현 정부보다 더 세게 규제했지만 집값은 더 뛰었다. 17대 대선은 억압적 세금이 가져온 정치적 부메랑이었다.

취득세 6배 뛰고 갈아타기도 힘들어

부동산 세금으로 보면 이번 20대 대선에 17대 대선이 어른거린다. 현 정부 들어 집을 사는 취득에서 보유·양도에 이르는 전 과정에 무서운 세금이 버티고 있다.

서울에서 평균 가격 아파트의 취득세가 지난 5년 새 660만원에서 4191만원으로 6배나 됐다. 평균 가격이 2017년 1월 6억원에서 지난달 기준 12억7000만원으로 100% 넘게 뛰었기 때문이다(KB국민은행).
 

▲ 여야 후보 모두 부동산 세제 완화를 공약하면서 대선 결과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주택시장 역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한 시민이 잠실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뉴스1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2배로 늘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7년 4조4460억원이던 주택분 보유세가 지난해 12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재산세가 4조원에서 7조원 정도로 늘어나는 사이 종부세가 3878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재산세 증가는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 영향이다. 여기다 세율 상향과 다주택자 중과까지 겹쳐 종부세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무주택자에겐 내 집 마련 문턱이 높고, 양도세 등 거래비용을 지불하고 내면 1주택자가 같은 수준의 집으로 갈아타기 힘들다"며 "다주택자는 집을 팔아도 최고 82.5% 양도세를 내면 별로 남는 게 없고 그동안 낸 보유세까지 고려하면 빈손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7대 대선 결과를 잘 알고 있는 여야 후보가 하나같이 당장 세금을 깎겠다고 외치는 이유다. 후보들은 생애최초주택 구입자 중심으로 취득세 완화를 공약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감면 요건을 완화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면제하거나 1% 단일 세율(현행 1~3%)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보유세는 세금 계산 기준인 공시가격을 인하하거나 공시가격 중 세금 계산에 반영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해 완화한다. 전년도 대비 늘어날 수 있는 세금 한도인 세 부담 상한도 낮춘다. 일시적 2주택 등을 구제하고 납부를 늦춰주는 이연제도를 도입한다.
 

양도세:1년간 단계적 완화 vs 2년간 배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1년간 단계적으로 유예하고, 윤 후보는 2년간 중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주택자는 이미 현 정부가 비과세 금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려 세금 부담이 완화됐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중장기적으로 세제 개편도 예고했다. 이 후보의 토지이익배당제(국토보유세)와 윤 후보의 종부세·재산세 통합이다. 이 후보는 토지이익배당제 도입의 전제로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고 있어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누가 당선되든 다음 정부에서 부동산 세제는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은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 유예를 주시하며 세제 완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과세가 유예되면 다주택자가 처분을 택해 매물이 늘어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이다. 앞서 한시적 유예가 시행된 적 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정부는 2019년 12·16대책에서 다주택자 종부세를 강화하며 2020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 달리 다주택자 매물이 많이 늘지 않았고 집값 상승세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해 6월부터 다주택자 중과 세율이 10%포인트 올랐고 집값도 더 뛰며 중과 배제 효과가 커졌다. 5년간 9억원 오른 2주택자 주택의 경우 중과 세금이 5억7300만원이지만 중과하지 않으면 3억3400만원으로 2억원 넘게 줄어든다. 유예 기간도 더 길다.

김종필 세무사는 “중과가 배제되면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도 볼 수 있어 오래 보유한 집일수록 세금이 많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보유세 완화가 매물 발목 잡을수도

변수가 보유세다. 다주택자 보유세가 줄면 매도 대신 버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데 윤 후보가 종부세 차등 과세 기준을 보유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환원해 다주택자 중과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1주택자 보유세 완화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늘려 인기 지역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가 없어지면 다주택자 수요도 살아날 수 있다.

현 정부가 대폭 축소한 임대주택등록제도도 다주택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다음 정부가 세제 지원 확대 등으로 임대주택등록을 활성화하면 처분 대신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완화’로 모이는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세제 공약에 집값이 내려가거나 오를 수 있는 요인이 얽혀있다”며 “대규모 공급 변수도 맞물려 있어 대선 후에도 시장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c)중앙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주요뉴스

더보기

    부동산 이슈보기

    베스트토론

    더보기

      부동산 토론 이슈보기

      서비스 이용정보

      Daum부동산은 제휴 부동산정보업체가 제공하는 매물 정보와 기타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제휴 업체의 매물 정보를 비롯한 각종 정보 및 이와 관련한 거래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Kakao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