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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대선 이후 재건축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14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달 50억원에 손바뀜했다. 2020년 12월(거래가 40억원) 이후 지난해 1년간 거래가 끊겼다가 1년 2개월 만에 단숨에 10억원 뛰었다.

앞서 지난 1월 인근 현대1차 196㎡가 80억원을 기록했다. 각 63억원, 64억원에 팔린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만의 거래였다. 이 아파트는 2020년 50억원을 넘기며 그해 말 52억7000만원으로 올랐다. 2020년 말과 비교하면 1년여새 30억원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 1월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한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숀 120㎡는 지난해 최고가 40억원을 넘어 올해 실거래가 43억원을 찍었다.

강남 등 12곳 중 7곳 실거래가 상승

서울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강남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여의도 일대 올해 실거래가를 이전 최고가와 비교한 결과 12개 단지 중 7곳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곳이 같았고 나머지 4곳은 내렸다.

대선 이후 재건축 상승세가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최대 수혜주로 꼽히기 때문이다. 잠들어 있던 재건축 대어들을 서울시가 흔들어 깨우고 대선이 날개를 달아준 모양새다.
 

▲ 잠실주공5단지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정비계획 심의를 통과하며 7년 만에 재건축 사업을 재개한다. 다음 사업 단계로 사업승인을 신청하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적용을 받아 거래가 힘들어진다. 연합뉴스


지난달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정비계획안이 7년 만에 서울시 도시계획위 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시는 “압구정, 여의도도 사업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압구정 1~5구역과 여의도 시범 등이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해 해당 지역 개발계획인 지구단위계획과 정비계획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은 신속한 사업을 위해 서울시가 통합심의 등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도 정비계획을 입안한 상태로 추진위원장 재선임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정비계획 결정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재건축 밑그림인 정비계획이 확정되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서울시가 재건축 걸림돌 중 하나였던 35층 층수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층수 규제는 초고층 개발을 막아 획일적인 재건축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가 본격화한다. 대선 공약대로 시행되면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지고 사업성을 좌우하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이 대폭 올라간다. 재건축 ‘저승사자’로 불리는 재건축부담금도 완화될 예정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공약대로 추진된다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웬만한 재건축 규제가 다 풀리는 셈"이라며 “유례가 없는 재건축 활성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며 가격도 꿈틀댄다. 지난 1월 실거래가가 27억8000만원이었던 잠실주공5단지 76㎡의 매물 호가가 이달 들어 30억원을 넘겨 31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여의도 시범 156㎡의 실거래가가 지난해 10월 35억원까지 오른 뒤 현재 매물 최고가가 40억원이다.
 

조합원 거래 제한 강화

재건축 강세에 매물 품귀도 한몫할 전망이다. 현재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 이후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적용을 받아 일부 예외적인 매물만 제외하고 거래할 수 없다. 구입하더라도 조합원 자격이 없기 때문에 매수할 이유가 없고 주인도 조합원 자격을 잃는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그동안은 조합설립을 했더라도 사업이 3년 이상 지체돼 조합원 자격 제한 대상에서 벗어난 곳들이 많아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효과가 크지 않았다.

앞으로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다음 단계로 사업 진척이 이뤄지면 거래 제한을 받게 된다. 잠실주공5단지가 정비계획이 결정되면 조합설립 인가 후 8년여만에 사업승인을 신청하고, 추진위 구성 단계인 은마가 조합설립에 나선다. 4년여전 사업승인을 받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와 반포3주구가 머지않아 착공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강남3구에서 3년 이상 사업승인 신청이나 착공을 하지 못한 아파트가 2만4000여가구다. 은마를 비롯해 조합설립 전 단지가 7000가구 정도다. 3만1000여가구가 재건축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적용을 받으면 극히 일부 예외적인 매물만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 채 거래할 수 있어 매물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거래가 급감한다. 압구정 재건축 2~5구역이 지난해 2~4월 조합 설립을 했다. 압구정3구역이 조합을 설립한 지난해 4월 전후 1년간 거래량이 44건에서 5건으로 줄었다. 5년 이상 거주하고 10년 이상 보유한 1주택자나 이혼·상속 등이 조합원 자격 제한 예외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재건축이 잘 될 것 같은데 누가 팔려고 하겠느냐”며 “5년 거주, 10년 거주 요건을 갖춘 1주택자 매물 등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전했다.
 

매물 품귀 속에 거래가 가물에 콩나듯 이뤄지면서 가격이 계단식으로 뛰게 된다. 압구정동 현대1차 196㎡, 현대7차 144㎡, 한강맨숀 120㎡ 거래 사례는 얼마 전 조합설립 인가(압구정동 현대)와 사업 승인(한강맨숀)을 받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단지들이지만 5년 거주, 10년 거주 요건을 갖춰 규제를 피한 것으로 업계는 본다.

여기다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제안하고 국토부가 받아들인 조합원 자격 강화까지 시행되면 재건축 시장이 거의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 있다. 사업 활성화에 따른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를 현행 조합 설립보다 두 단계 앞선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재건축이 결정되자마자 거래가 막히는 셈이다. 현재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고 재건축 규제 완화에 앞서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거래시장이 막히면 오랜 시간 뒤 준공 후에 구입하는 수밖에 없어 조합원 자격 제한 전에 미리 확보하려는 ‘막바지’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잔치가 열리더라도 문을 닫으면 주택시장 전체가 즐기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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