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시작하는 올해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공시가격 열람에 주택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해 공시가격도 크게 뛸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부세 등 과세를 비롯해 60여 가지 분야에 활용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공시가격은 지난해 1년간 가격 상승분에 올해 현실화율(시세반영률) 제고분을 반영해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정한다. 집값이 10% 오르고 현실화율이 70%에서 71%로 오른다면 공시가격은 12%가량 상승하는 식이다. 정부가 계획한 올해 현실화율이 71.5%다. 지난해 70.2%보다 1.3%포인트 높다.
실거래가 변동률에 가까운 공시가격 변동률
지난해 아파트값은 2006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전국 가격이 한국부동산원(14.1%)·국민은행(20.2%) 모두 2006년(각 13.9%, 13.8%)보다 높다.
한국부동산원·국민은행 시세 통계로 보면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2007년(전국 22.7%, 서울 28.45)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지난해 19%대 기록을 넘어설 것 같다.
▲ 가수 장윤정, 방탄소년단 멤버 등 연예인이 많이 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하지만 지난해보다 전국이 더 올라도 서울은 낮을 가능성이 있다. 실거래가격 상승률이 2020년(전국 14%, 서울 17.3%)과 비교해 전국(16.6%)이 올라갔고 서울(13.6%)은 내려갔다.
실거래가 통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공시가격 변동률을 보면 한국부동산원·국민은행 시세 통계보다 실거래가 변동률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실거래가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변두리의 공시가격이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 등 지방 5개 광역시, 세종시의 114개 시·군·구 중 경기도 오산(63.1%), 양주(59.8%), 안성(57.3%)이 실거래가 상승률 1~3위를 차지했다. 4위가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인천 연수구(55.5%)다.
2020년 12월 4억2100만원에 팔린 오산시 세교동 세마역트루엘더퍼스트 8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해 11월 55% 오른 6억5100만원에 거래됐다. 2020년 7억원대에 턱걸이한 인천 송도 59㎡ 소형 아파트가 지난해 8월 실거래가 10억원을 찍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뒤처졌던 지역이 지난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도·강’이 강세다. 노원구(24.7%), 도봉구(24.9%)가 많이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등 시세 통계도 노·도·강이 지난해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 실거래가 1위 185억원
지난해 초고가 주택 실거래가 급등하면서 ‘공시가 폭탄’이 예상된다. 초고가 주택은 거래가 드물어 대부분 한국부동산원·국민은행이 제공하는 시세 정보가 없기 때문에 공시가격 산정에 실거래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서울에서 30억원 이상 거래 건수가 2020년 752건에서 지난해 1019건으로 36% 급증했다. 거래 비중이 0.8%에서 2%로 커졌다.
규모별 실거래가도 서울에서 지난해 대형(135㎡ 초과)이 가장 높은 22.8% 상승했다. 대형 상승률로 2006년 이후 최고이고 대형이 가장 많이 오르기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에 아랑곳하지 않는 ‘현금부자’들의 자금이 초고가 주택으로 몰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동주택 최고 실거래가가 2020년까지 줄곧 공시가격 1위였던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 273㎡ 185억원(9월)다. 2017년 9월 97억6560만원 거래 이후 4년 만에 90% 뛴 금액이다. 지난해 1월 1일 기준으로 공시가격 72억9800만원에 현실화율(82%)을 적용한 시세가 89억원인 셈이다. 실거래가가 9개월 새 시세 대비 100억원 정도 치솟은 셈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185억원에 올해 현실화율 목표 84%를 적용하면 155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년 새 100%가 넘는 상승률이다.
업계는 너무 높은 상승률이어서 실제 공시가격이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본다. 앞서 실거래가가 2006년 60억원에서 2008년 12억7550만원으로 101% 뛰었지만 공시가는 45억4400만원에서 49억3600만원으로 9%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해당 단지만이 아니라 인근 거래사례와 시세 변동을 고려해 공시가격을 산정한다”고 말했다.
2020년 대비 가장 많은 금액이 오른 단지가 성동구 성수동1가 뚝섬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인 갤러리아포레다. 2020년 53억7000만원에 거래된 241㎡가 지난해 9월 30억8000만원 상승한 8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84억5000만원을 기준으로 현실화율을 적용하면 올해 공시가격이 71억원으로 지난해 43억8000만원에서 60%가량 오르는 셈이다. 여기서도 공시가격 산정에 실거래가격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공시가격 급등해도 세금 부담은 그대로
지난해 같은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상승폭을 기록한 단지가 가수 장윤정, 방탄소년단 멤버 등이 지난해 분양받은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이다. 장윤정씨가 지난해 3월 50억원에 분양받은 집과 같은 244㎡가 지난해 12월 90억원에 손바뀜을 했다. 10개월 새 40억원 뛰었다.
90억원 실거래가가 지나치게 비싼 금액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시세정보 사이트인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시세가 83억6000~88억원으로 나온다. 지난해 42억6400만원인 장윤정씨 집 공시가격이 올해 60억원을 넘길 수 있다.
지난해 집값 급등세가 초고가 주택에 집중되면서 주택 가격에 따른 자산가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셈이다.
초고가 주택 공시가격이 뛰더라도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실제 세금 부담은 공시가격 상승만큼 크게 늘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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