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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윤석열 당선인 부동산 공약 실현될까
‘부동산 정상화.’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에 들어가 있는 제목이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은 한마디로 ‘탈 문재인 정부’를 넘어 ‘반 문재인 정부’다.

그 구체적 내용을 간추리면 ▶공급 확대 ▶재건축 활성화 ▶임대시장 정상화 ▶민간임대 활성화 ▶공시가격 환원 ▶세제 정상화 ▶대출 규제 완화 등이다. 문 정부의 규제를 대부분 뒤집는 셈이다.

과표 줄이고 세율도 인하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규제 완화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세제다.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과 과세표준에 적용하는 세율이 모두 낮아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윤 당선인은 보유세 과세표준 산정에 쓰이는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지난해와 비슷한 20% 정도로 예상돼 올해보다 40% 정도, 지난해보다 20%가량 내려갈 것 같다. 종부세 과세표준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 중 반영 비율)을 지난해 95%로 동결한다. 문 정부의 계획이 올해 100%였다.

1주택자 종부세 세율을 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낮춘다. 현재 0.6~3%에서 0.5~2%로 내려간다. 다주택자 종부세 과세를 보유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으로 전환한다. 문 정부가 도입한 다주택자 중과를 폐지하겠다는 뜻이다.

김종필 세무사의 조언을 받아 모의 계산한 결과 현행 기준으로 올해 내야 할 세금보다 재산세가 절반, 종부세가 80%가량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략적인 추정으로 앞으로 결정될 세부 내용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서울 노원구 전용 84㎡의 올해 예상 공시가가 9억원대다. 2020년 6억3000만원 선이었다. 공시가 9억원대 재산세가 280만원인데 6억3000만원 선으로 계산하면 160만원이다. 지난해 세금(공시가격 8억5000만원 정도)보다 적다.

고가주택은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의 올해 예상 공시가가 21억원대다. 2020년 11억5000만원선이었다. 1주택자의 올해 재산세가 73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종부세가 87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각각 감소한다.

은마와 공시가격이 같은 집을 한 채 더 가진 2주택자를 가정해 종부세를 보자. 은마 한 채 몫의 종부세가 2020년 660만원이었다가 2021년 4300만원으로 6배 정도 급증했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올해 종부세가 6000만원으로 더 늘겠지만 2020년 공시가격으로 중과 세율을 배제하고 계산하면 900만원으로 확 내려간다.

거래세 인하 핵심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다. 1주택자 양도세는 지난해 비과세 금액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되면서 부담이 줄었다. 중과세율 적용을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한다. 현재 중과세율이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 20%포인트, 3주택자 30%포인트 가산한다.

가령 2주택자가 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13억5000만원에 산 은마 84㎡를 현재 시세인 27억원에 판다고 보자. 현행 기준으론 세율이 65%이고 양도세가 8억9000만원이다. 중과 배제로 세율이 45%로 내려간다. 중과가 배제되면 보유 기간이 3년 이상일 경우 세금을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살아난다. 양도세가 5억3000만원으로 4억원 가까이 줄어든다.

김종필 세무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공시가격 환원, 중과 배제 등의 세금 인하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대부분 완화 가능

규제 완화 속도와 구체적인 방법이 관건이다. 정권을 내어주고 야당으로 바뀐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이 넘는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에서 야당이 버티면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를 거치지 않고 규제를 상당 부분 풀 수 있는 ‘마스터키’가 있다. 문 정부가 만든 키다. 대표적으로 규제지역 해제다. 문 정부는 앞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푼 규제를 되살린 뒤 실제 적용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통해 시행했다. 이른바 ‘핀셋 패키지 규제’다. 세제·대출·재건축·청약 등 여러 규제를 한꺼번에 적용한다.

대상 지역 범위를 줄이면서 신속하게 묶고 또 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지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 국토부 장관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을 담당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투기지역 소관이다.

현재 전국 226개 시·군·구 중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절반인 113곳이다. 112곳이 조정대상지역이다. 일반가구 수와 주택 수로는 전국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집값 상승세가 꺾여 규제지역을 해제할 여건이 마련됐다. 규제지역 지정에 필요한 기본 요건이 소비자물가보다 30% 이상 높은 집값 상승률인데 올해 들어서 역전됐다.

조정대상지역을 풀면 다주택자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2주택자 종부세 세율이 1주택자와 같아진다. 다주택자 취득세도 3주택까지 1주택자 수준으로 내려간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담보대출 LTV(담보인정비율)가 40%에서 70%로 올라간다. 9억원 초과분 20%, 15억원 초과 금지(LTV 0%)도 없어진다.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청약가점제 비율도 내려간다. 현재 전용 85㎡ 이하 기준으로 조정대상지역 75%, 투기과열지구 100%다. 윤 당선인 공약은 전용 60㎡ 이하 40%, 60~85㎡ 70%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워크 대표는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1주택자가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 정부의 핀셋 규제가 워낙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포괄적이어서 윤 당선인 공약 상당 부분을 규제지역 해제로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참에 규제지역 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으로 정해 지켜야 할 과세마저 정부가 임의대로 할 수 있는 핀셋 규제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 ‘지름길’이었다.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문 정부의 ‘전가의 보도’였다.
 

집값 자극·억제 효과 혼재

그런데 규제지역 해제의 효과가 엇갈린다. 핀셋 규제가 복합적이어서 해제하면 원치 않는 규제 완화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지역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자격, 분양권 전매, 신도시 등 공공택지 이외 민간택지 분양가 등도 규제한다.

윤 당선인이 주택정책을 의존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안에 따라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자격 강화가 영향을 받는다. 이 방안은 윤 당선인이 공약한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 인센티브 등으로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며 우려되는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대해 현실화를 공약한 것이지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규제지역 해제에 상충하는 효과가 얽혀있기 때문에 새 정부는 규제지역 해제와 법령 개정을 통해 쉽지 않은 규제 완화 ‘큐브 맞추기’를 해야 한다. 법 개정(종부세 가액 기준 과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이나 정부의 시행령 개정(용적률 상향 등)으로 풀어야 하는 공약도 있다.

윤 당선인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약한 종부세·재산세 통합과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 폐지 등은 법 개정에 앞서 다주택자에 대한 합의부터 필요하다. 다주택자를 규제할지, 규제한다면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등이다.

다주택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2주택자가 관건이다. 2주택자에는 투기로 보기 어려운 억울한 사연이 많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도 3주택이나 4주택 이상에 대한 규제가 있었다.

세제 완화 혜택이 고가주택에 쏠리면서 '부자 감세' 지적도 나온다. 더 어려운 문제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집값 하락 요인과 상승 요인이 얽혀있다는 점이다. 주택공급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집값 하락을 가져와도 단기적으로 개발 호재에 따른 가격 상승을 자극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휘발성이 강하다.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 한시적 배제가 매물을 늘리지만 보유세 완화는 매물 유도를 막고 수요를 늘릴 수 있다. 매물 잠김을 낳는 증여도 양도세 중과 배제 반사이익을 본다.

새 정부는 두 손으로 여러 개의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돌리는 묘기인 ‘저글링’과 같은 규제 완화 솜씨를 보여야 한다.

윤 당선인이 겨냥해야 할 주택정책 목표는 공약에서 밝힌 대로 ‘시장 안정’이다. ‘가격 안정’이 아니다. 가격에 꽂히면 이전 정부와 같은 시장 개입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수요억제에 매달리게 된다. 새 정부는 가격 안정이라는 수치에 얽매이지 말고 시장 안정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시장 안정이 가격 안정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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