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종부세)보다 더 무서운 ‘세금’이 나타났다.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일부 환수하기 위한 목적의 재건축부담금이다.
‘부담금’으로 쓰지만 업계는 ‘세금’으로 읽는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해 국가가 부과해 가져간다는 점이 국세인 종부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사업(추진위~준공) 동안 평균 상승률보다 더 올라간 집값을 초과이익으로 본다. 초과이익에 종부세와 같은 누진세율을 닮은 부과율을 적용해 계산한 게 재건축부담금이다. 집값 측정 기준이 공시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부세 ‘폭탄’을 던지고 떠나는 문재인 정부가 재건축부담금 ‘시한폭탄’의 심지에 불을 댕겨놨다”고 말했다. 터지는 시기가 새로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잠시 중단했다가 문 정부가 살린 재건축부담금이 위력을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문 정부 동안 집값이 급등한 영향이다. 준공 시점 집값이 올라가 그만큼 초과이익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3억 가까운 대전 용문1·2·3구역 재건축부담금
서울 강남이 아닌 지방에서 예상 재건축부담금이 3년 새 135배나 늘어난 재건축 사업장이 있다. 대전시 서구 용문동 용문1·2·3구역이다.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2018년 조합원당 평균 200만원으로 예상된 재건축부담금이 지난해 다시 계산한 결과 2억7300만원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은 착공에 앞서 관리처분(조합원·일반 분양계획)하기 위해 재건축부담금을 재산정했다.
류완희 조합장은 “예정액 산정 때까지 별로 오르지 않던 집값이 그 후 많이 뛰었다”며 “2024년 말 예정인 준공 시점의 예상 집값이 치솟으면서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 재건축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2월 국회 앞에서 열린 재건축부담금 법안(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안) 개정 촉구 집회를 열었다. 뉴스1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구역이 속한 대전 서구 아파트값이 재건축 시작 시점인 2014년 말부터 예정액 산정까지 불과 2% 오르는 데 그쳤다. 거의 오르지 않은 셈이다. 예정액 산정 이후 지난해 말까지 상승률이 58%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전뿐 아니라 지방 전체에서 가장 높다. 수도권 규제 강화의 풍선효과로 대전이 반사이익을 봤고 특히 '대전의 대치동'으로 불린 둔산동 등이 있는 서구가 떴다.
집값 상승과 함께 예상 분양 가히 오르며 일반분양 수입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과이익을 계산할 때 준공 시점 집값에 일반분양 수입도 포함한다.
용문1·2·3구역이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이어서 일반분양분이 많다. 2763가구를 지어 이중 조합원 몫 등을 제외하고 2000가구 정도를 분양할 예정이다. 건립 규모와 일반분양 물량이 대전 역대 재건축·재개발 단지 중 최대다.
2018년 예상한 3.3㎡당 1400만원 분양가가 현재 3.3㎡당 대전 역대 최고인 1700만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착공했고 분양가가 결정되는 대로 하반기 분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 초과이익이 2018년 380억원 정도에서 이번에 4700억원으로 불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초과이익 증가로 재건축부담금 계산에 적용되는 부과율도 20%에서 50%로 올라갔다. 재건축부담금이 종부세처럼 누진구조여서 계산 기준 금액인 초과이익 증가보다 훨씬 더 많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초과이익이 12배 늘어났지만 재건축부담금은 135배 급증한 것이다.
류 조합장은 “낡은 단독주택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대출도 안 되는 판에 어떻게 수억 원을 마련하느냐”며 “조합원들 사이에 벌써 재건축부담금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대전 서구가 투기과열지구여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적용을 받아 준공 때까지 팔 수도 없다.
반포3주구 재산정하면 6억 넘을 듯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재건축부담금도 당초 예정보다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2018년 5월 처음으로 나온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1억3000여만원이었다. 지난해 7월 준공해 부과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준공 시점 집값이 예정액 산정 때보다 더 높아졌기 때문에 재건축부담금을 2억~3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2020년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4억200만원으로 산정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의 경우 현재 시점에서 다시 산정하면 6억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2020년 이후 집값이 더 올랐고 예상 분양가도 많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당시 분양가를 3.3㎡당 5100만원으로 봤는데 주변 분양가가 이미 지난해 5600만원까지 올랐다.
재건축부담금 '공포'에 준공했거나 준공을 앞둔 단지들의 애가 마른다. 반포현대와 은평구 구산동 연희빌라가 지난해 준공해 당장 실제 부과 대상이 됐고 다른 단지들도 앞으로 잇따라 준공할 예정이다.
재건축 단지들은 규제 완화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가 빨리 규제 완화를 시행하길 애태우고 있다. 부담금이 부과되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반포현대와 연희빌라 조합은 급한 대로 자치단체에 부과 보류를 요청했고 자치단체들도 새 정부를 지켜보며 재건축부담금 산정을 머뭇거리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재건축부담금 한시적 면제가 늦게 시행되면서 5개 단지가 부과 통지서를 받았다. 당시 면제 기준이 준공 후 4개월 이내이면서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은 단지였다.
<저작권자(c)중앙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