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억원. 3.3㎡당 1억8000만원.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다. 서울 강북에서 총액과 단위면적당 금액 모두 강남을 앞질렀다. 요즘 집무실을 옮겨온 덕에 대통령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용산에서다.
지난해부터 100억원대 거래가 잇따르던 용산에서 한남동 나인원한남 244㎡(이하 전용면적) 펜트하우스(꼭대기 층 고급주택, 90평형) 6가구가 지난 3월 164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펜트하우스 다른 한 가구의 가격이 20억원 저렴한 144억원이었다. 이들 펜트하우스 거래가격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나오지 않고 등기부등본에서 2일 확인됐다.
그동안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이나 등기부등본상의 아파트 역대 최고 거래가가 지난 4월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 273㎡ 145억원이다. 더펜트하우스청담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407㎡, 168억9000만원)을 배출한 단지다.
지난해 9월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 273㎡ 185억원에 거래됐지만 아파트가 아닌 4층짜리 연립주택이다.
올해 공시가 91억4000만원
나인원한남은 더펜트하우스청담에 이어 공시가격 2위를 차지한 단지로 올해 펜트하우스 공시가가 91억4000만원이다. 펜트하우스는 전체 206~273㎡ 341가구 중 10가구다. 단층 구조이고 전용 주차장과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다.
나인원한남 시행사 관계자는 “남은 3가구는 당분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인원한남은 당초 고급 임대주택으로 준공했다. 임차인 모집 때 펜트하우스를 제외하고 미리 확정한 분양가 3.3㎡당 평균 6100만원에 따라 지난해 조기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했다. 펜트하우스 분양전환 가격이 당초 업계가 예상한 3.3㎡당 1억원의 2배에 가까운 1억8000만원인 것으로 이번 등기부등본 열람을 통해 확인됐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지난해 분양전환한 다른 주택형의 거래가격이 급등하며 나인원한남 몸값이 치솟자 펜트하우스 가격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국내 최고 아파트 실거래가 기록을 세운 나인원한남. 뉴시스
나인원한남이 분양전환 1년도 지나지 않아 수십억원씩 올랐다. 지난해 3월 48억원에 분양전환 받은 244㎡가 지난해 12월 90억원에 팔렸다. 9개월 새 42억원이 뛰었다. 지난 2월 85억원에 거래된 206㎡의 지난해 3월 분양전환가격이 43억원이었다. 1년 새 2배가 됐다.
나인원한남 펜트하우스 계약자 현황을 보면 ‘회장님 집’이다. 7가구 중 5가구 매수자의 명함이 '회장'이다. 알 만한 중견기업·대기업 오너로 50~70대다. 다른 2명이 금융계에서 일하는 외국인과 가수 빅뱅 그룹 멤버인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30대)이다.
지드래곤은 지난 3월 말 나인원한남 실내 인테리어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아직 등기부등본에 등재되기 전이어서 가격이 90억원대로 추정됐다. 나인원한남에는 방탄소년단·장윤정·주지훈 등도 살고 있다.
7가구 중 6가구가 담보대출이 없다. 전액 현금으로 집값을 지불한 셈이다. 15억원 초과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기도 하다. 하지만 1가구는 채권 최고액 96억원으로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근저당권자가 매수자의 회사다. 의류업체 대표가 회사에서 대출을 받았다.
세무계에 따르면 나인원한남 펜트하우스가 새 정부의 1주택자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완화 덕을 가장 많이 볼 주택으로 꼽힌다. 보유세 완화 방안이 지난해 공시가격으로 올해 보유세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집값이 비쌀수록, 지난해 대비 올해 공시가격 상승 폭이 클수록 세금 감면 효과가 크다.
재산세·종부세가 누진세율에 따라 공시가격이 비쌀수록 적용 세율이 올라가고, 공시가격 11억원 초과에 적용하는 종부세 세율이 재산세 세율보다 높기 때문이다.
나인원한남 펜트하우스의 올해 공시가격이 전국에서 지난해보다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61억3300만원)보다 30억700만원(49%) 뛰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톱10 중 나머지 9개 주택의 평균 상승액이 9억여원(12%)이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세부담 상한, 고령자·장기보유 공제 등을 적용하지 않은 나인원한남 펜트하우스의 지난해 보유세가 재산세 2200만원, 종부세 6800여만원 등 9000여만원이었다. 올해 공시가격대로라면 종부세가 1억4000여만원으로 급증하며 총 보유세가 1억7000여만원으로 예상됐다.
보유세 완화로 종부세 9000만원 줄듯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재산세가 지난해 그대로이고 종부세가 공정시장가액 비율에 따라 80%를 적용할 경우 5000여만원이다. 당초 올해 예상 세금에서 9000만원정도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올해 100% 예정인 공정시장가액 비율(공시가격 중 세금 계산에 반영하는 금액 비율)을 낮춰 세금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2020년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90%였다.
2020년 대비 지난해 공시가격 상승률(공동주택 전국 19%)을 고려하면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90% 이하로 내려야 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주택자 보유세 완화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더 심해지면서 새 정부의 세제 완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가벼워진 초고가주택 수요가 늘고 거래가 기록 경신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주택 매매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초고가 주택 거래 비중은 커졌다.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서울에서 30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이 3.9%로 지난해 2.3%의 1.7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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