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인 종부세 중과로 시름이 컸던 ‘억울한’ 2주택자가 구제된다. 3000만원이 넘는 세금이 100만원까지 줄어든다.
정부가 지난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종부세 산정에서 불가피한 사유로 소유한 주택을 주택 수에서 빼겠다”고 밝힌 데 이어 21일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이제까지는 사유에 상관없이 집을 두 채 갖고 있으면 다주택자로 중과 대상이었다. 세금 계산에서 빼주는 공제금액(6억원)이 1주택자보다 5억원(올해는 8억원) 적다. 세율이 거의 2배다. 적게 공제하고 세율을 높이니 ‘세금 폭탄’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정부가 밝힌 불가피한 사유는 이상 등에 따른 일시적 2주택, 상속주택, 지방 저가주택이다. 주택 수 제외 기간이 일시적 2주택 2년이다. 상속주택의 경우 저가주택(공시가격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이거나 40% 이하인 소액지분은 기간 제한을 두지 않고 이외의 상속주택이 5년이다.
지방 저가주택은 수도권·세종특별시·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이고 주택 수 제외 기간 제한이 없다. 지역이 규제지역 여부와 상관없다.
▲ 일시적 2주택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한 2주택자가 다주택자 중과 대상에서 제외돼 종부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공시가 합산해 1주택 공제·세율 적용
종부세 산정 방식은 공시가격을 합산하되 공제금액과 세율에서 1주택자 기준을 적용하는 식이다. 정부의 올해 1주택자 3억원 특별공제 적용까지 받아 14억원을 공제받는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중 세금 계산에 반영하는 금액 비율)이 100%에서 60%로 내려가고 세율도 2주택자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간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10억원(이하 공시가격) 주택을 가진 사람이 이사하기 위해 산 12억원 집을 합쳐 2주택인 경우 지금까지 종부세가 3900만원이다. 합산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을 뺀 과세표준이 16억원이고 세율이 3.6%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과세표준이 4억8000만원으로 11억원 정도 줄고 세율도 4분의 1이 안되는 0.8%로 내려가면서 종부세가 27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15억원 자기 집과 6억원 상속주택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현행 종부세가 3500만원이다. 개편안으로는 230만원이다.
일반주택만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
그런데 개편안의 세금 감면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1주택자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도 적용받을 수 있다. 60세 이상이거나 5년 이상 보유한 1주택자의 세금을 최대 80% 깎아주는 것이다.
다만 전체 종부세 금액에서 공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주택에 해당하는 세금에서만 공제한다. 이사하기 위해 산 집이나 상속주택, 지방 저가주택은 나이나 보유 기간이 세액공제 요건에 맞아도 공제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일시적 2주택 등으로 없어지는 1주택자 세액공제 혜택을 되살리는 것"이라며 "공시가격별로 안분한 종부세에 세액공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10억원 자기 집과 5억원 주택을 상속주택으로 가지고 있다면 계산된 종부세의 3분의 2(10억/(10억+5억))가 세액공제 대상인 것이다.
이는 1주택자가 다른 주택 부속토지(건물 제외)를 가진 경우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당초 1주택과 다른 주택 부속토지를 가지면 1주택으로 보지 않다가 2009년부터 1주택으로 간주했다. 주택 공시가격과 부속토지 공시가격을 합친 금액으로 종부세를 계산하고 세액공제는 주택만 해당한다.
앞선 10억+12억원의 경우 10억원 주택이 80% 세액공제를 받으면 종부세가 270만원에서 17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더 줄어든다. 15억+6억원에선 2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절반도 안 된다. 다주택자 중과로 3500만원인 종부세가 100만원으로 급감한다.
김종필 세무사는 “종부세를 줄이기 위해 상속주택이나 지방 주택 처분을 고민하던 2주택자들이 걱정을 많이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속주택이나 지방 저가주택을 계속 갖고 있다가 종부세 폭탄을 다시 맞을 수 있다. 공시가격이 올라 기준 금액을 넘어서면 다주택자 중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재건축 '1+1' 어떡하나"
한편 정부가 1주택자로 보기로 한 2주택자에 들지 못해 한숨을 쉬는 이들이 있다. 새 아파트를 ‘1+1’로 두 채 받은 재건축 조합원들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임대주택으로 쓸 수 있는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 조합원이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을 포함해 2채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소형주택을 3년간 팔지 못하는 단서를 달았다. 당시에는 다주택자 중과가 없어 2주택자가 되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준공한 서초구 반포동 옛 삼호가든3차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에 ‘1+1’로 분양받은 2주택자가 적지 않다. 전용 130㎡를 분양받는 대신 전용 49㎡와 84㎡를 받은 2주택자 종부세가 4000여만원으로 예상된다. 전용 130㎡ 1주택자 600만원 정도보다 6배가량 많다.
조합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호응해 두 채를 분양받았고 관련 법령에 따라 3년간 매도할 수 없는데 이게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고 뭐냐”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