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올해 세금 부담 완화 혜택이 고가주택에만 돌아가는 것 아니냐.”
7월분 주택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본 김모씨가 의아해했다. 올해 29만여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5000원가량 많기 때문이다. 7월분이 전체의 절반이어서 올해 실제 세금이 59만원이고 늘어난 금액도 3만원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 따라 올해 1주택자 재산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하고 세금 계산식을 바꿨다. 그런데 어떻게 세금이 더 늘어날 수 있을까. 세금이 되레 증가했다는 불만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재산세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세 가지다. 공시가격·과세표준·세율이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시세 등을 참고해 시세의 평균 70%선에서 주택마다 정하는 가격이다. 재산세·종부세 등 세금을 계산할 때 기준으로 삼는 가격이다.
과세표준은 공시가격 중 세금 계산에 실제로 반영하는 금액이다.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다.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한 게 세금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4월 말 확정된 상태에서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이나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세율 조정은 국회를 거쳐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에서 만만찮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정부가 정할 수 있다.
▲ 1주택자 세부담 완화에 따라 올해 재산세가 대체로 지난해보다 줄지만 중저가 주택은 반대로 더 늘었다. 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단지. [뉴시스]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60→45%)를 통해 재산세를 낮추는 방법을 택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면 공시가격이 그만큼 내려가는 효과를 낸다.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 17.2%, 서울 14.2% 각각 올랐다. 공정가액비율 인하폭(25%)이 더 크기 때문에 과세표준이 지난해보다 적고 세금도 줄어든다. 물론 올해 공시가격이 25%보다 더 올랐다면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에도 과세표준이 올라가면서 세금이 더 많아진다.
그런데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에서 공시가격이 25% 넘게 뛰지 않았는데도 지난해보다 세금이 늘어난 사례가 잇따른다. 앞선 김씨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4억9300만원으로 지난해(4억2700만원)보다 15% 올랐다. 올해 과세표준이 2억2000여만원으로 지난해(2억5000여만원)보다 낮은 데도 세금이 더 많다.
이유는 숨은 변수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의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 재산세 완화다. 정부는 9억원 이하의 1주택자 세율을 0.1~0.4%에서 0.05~0.35%로 0.5%포인트씩 낮췄다(특례세율). 세율 인하폭이 12.5~50%여서 세금도 대략 이 정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세율 낮춘 특례세율 도입
특히 6억원 이하 세금이 전년도인 2020년보다 감소했다. 2021년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어도 세금이 되레 감소한 것은 세부담 상한 장치 때문이다. 이는 급격한 세금 증가를 막기 위해 전년도 세금보다 늘어날 수 있는 한도(세부담상한)를 설정한 것이다. 6억원 이하가 5~10%다.
원래대로라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면 세금이 5~10% 한도에서 늘어나는 게 맞는데 정부가 특례세율을 도입하면서 세부담 상한 계산식을 바꿨다. 전년도인 2020년 세금을 실제 납부한 금액이 아니라 지난해 도입한 특례세율로 환산해 계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세금 감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세부담 상한 계산을 지난해 특례세율로 맞추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례세율 인하폭(12.5~50%)이 10%보다 크다 보니 세부담 상한에 따라 2020년보다 10%까지 늘어난 지난해 세금도 2020년보다 줄었다. 같은 특례세율을 적용받은 지난해 6억~9억원은 세부담상한이 30%로 특례세율 인하폭보다 크기 때문에 지난해 세금이 2020년보다 줄지 않았다.
김종필 세무사는 “지난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재산세가 워낙 많이 줄어든 바람에 올해 세부담 완화를 상대적으로 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주택의 올해 세금이 지난해보다 늘더라도 대개 2020년보다 적다.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세금 감면을 합치면 올해만 세부담 완화 대상인 9억원 초과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본 셈이다.
신혼부부 2주택 중 1주택만 감면
올해 공정시장가액 45% 적용을 받는 주택이 세대원 전원이 소유한 주택이 한 채인 1세대 1주택이다. 하지만 일부 2주택 중 주택 수에서 제외돼 1세대 1주택으로 간주되는 집이 있다. 상속 5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혼인 5년 이내 주택이다.
1주택자가 주택을 상속받으면 기존 주택은 1세대 1주택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 45%를 적용받는다. 상속 주택은 60%다.
결혼하기 전부터 소유한 주택을 각자 1채씩 갖고 결혼한 신혼부부도 5년까지 1채를 1세대 1주택으로 인정받는다. 행안부 관계자는 “신혼부부가 가진 두 채 중 1세대 1주택 혜택을 받을 주택은 어느 집이든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1주택자인 65세 이상 부모와 같이 사는 1주택자의 경우 1세대 2주택이지만 부모와 자녀 세대를 분리해 각각 1세대 1주택으로 본다. 두 집 모두 공정시장가액비율 45%다.
1주택자 재산세 감면이 내년 이후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정부는 올해에 한해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5%로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세부담을 낮추기 위한 임시방편인 셈이다. 특례세율은 내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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