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는 낮추고, 키 테넌트(key tenant) 유치해 미리 임대 맞춰서, 항아리 상권에…
요즘 상가 분양시장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트렌드다.최근 들어 경기 침체로 상가 분양이 잘 되지 않자 수요자 잡기에 나선 상가 분양업체들이 찾은 해답일 수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인플레이션 등 경제 불안에 대비하는 데는 실물자산, 역시 수익형 부동산만 한 게 없다는 인식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정준환 JH리얼티 대표는 "급격한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시중 투자금이 규제가 덜하고 투자가치가 확실해 웬만한 경기 불황에도 크게 타격 받지 않는 ‘똘똘한 상가’로 몰리면서 나타나고 있는 분양시장의 한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같은 때 5~6% 수익율이 어디야
상가 분양업체들이 요즘 불황 타개를 위해 가장 많이 앞세우고 있는 마케팅 기법은 분양할 점포에 편의점·약국·학원 등을 미리 입점시킨 뒤 분양하는, 이른바 '선임대 후분양' 전략이다.
이 경우 분양업체에선 마케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선임대 업종 대상으로 고객 흡인력이 큰 영화관이나 병원, 키즈카페 등과 같은 '키 테넌트'를 우선 입점시키기도 한다.
키 테넌트는 상가에서 고객을 끌어 모으는 핵심 점포를 뜻하는 말로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라고도 불린다.
▲ 리스타(주)가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2지구 항아리상권에 성황리에 분양 중인 '성산타워Ⅱ' 조감도. 합리적인 분양가, 선임대 후분양 전략을 통해 지난 3월 분양을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전체 점포의 70% 이상을 분양 완료했으며, 현재 추가로 선임대 점포에 대해 투자자를 찾고 있다.
선임대 상가의 장점은 해당 점포에 대한 임대계약이 미리 맺어진 상태에서 분양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시행·시공사의 부도나 사기 등에 따른 위험 부담이 적은 편이고 상가 개장 초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지 않아도 된다.
공실에 따른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고, 투자 후 곧바로 5~6% 선의 고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것도 선임대 상가의 또다른 장점이다.
무엇보다 임대차 계약이 이미 이뤄진 점포를 분양 받는 방식이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선 미리 수익률을 확인한 뒤 투자할 수 있다는 매력이 크기 때문에 최근 선임대 후분양 상가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DL이앤씨가 지난 26~28일 공개 입찰 방식으로 공급한 선임대 후분양 상가인 경기도 성남시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근린생활시설'은 일반분양 48실이 모두 분양 완료됐다.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근린생활시설 분양 관계자는 "5320가구의 아파트 입주민을 기본 수요로 확보하고 있는 데다, 선임대 상가로 분양과 동시에 매월 고정적인 임대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이점이 알려지면서 이번 입찰에서 한번에 분양을 모두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정적인 배후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는 '항아리 상권'에서 분양하는 상가도 좋은 분양 성적표를 받고 있다.
항아리 상권은 특정 지역에 상권이 한정돼 더 이상 팽창하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상권을 말한다. 입구는 있어도 빠져나가는 출구가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상권 형성에 유리하다.
보통 상권이라고 하면 역세권상권을 떠올리게 된다. 역세권 상권은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아 높은 임대수익이 가능하다. 하지만 역세권 상권 내 상가는 분양가가 비싸고 업종 간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항아리상권은 이와는 좀 다르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물이 넘치는 항아리처럼 수요가 항상 공급을 초과하다 보니 임차인이 역세권 상권만큼 선호한다.
이 때문에 항아리 상권에서 분양하는 상가는 경제 상황에 크게 관계없이 분양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세종시 6-3생활권에서 선보인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1567가구)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인 ‘리체스힐’은 분양 시작 2개월만에 192실이 모두 '완판'(완전판매의 줄임말)됐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화하면서 상가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과는 딴판이다.
이 상가가 이처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단지 내 1567가구의 아파트 입주민 고정수요와 1만2000여 가구의 주변 배후수요, 그리고 문화공원ㆍ학세권ㆍBRT정류장을 끼고 있는 전형적인 대로변 항아리 상권의 장점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항아리 상권에서 분양하는 상가는 고정수요가 탄탄하고 배후수요가 풍부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 역시 선호하는 스터디 셀러 상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70% 이상 성황리에 분양 성산타워Ⅱ 눈길
분양가가 싼 상가도 요즘같은 불황기를 극복할 구원 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싼 상가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수익률을 끌어올리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령 10억원에 분양 중인 상가가 실투자금 대비 연 수익률은 6%가 나온다면, 그보다 1억원이 싼 9억원짜리 상가를 분양받아 동일한 조건에 세를 줄 경우 수익률은 6.75%로 뛴다. 여기에 대출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수익률은 더 치솟게 된다.
때문에 분양가가 싼 상가는 상대적은 낮은 투자금으로 높은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실속파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다.
이처럼 항아리 상권에서 분양하는 분양가가 싼 선임대 상가가 꽁꽁 얼어붙은 상가 분양시장의 돌파구로 각광받으면서 항아리 상권에서 선임대 상가를 낮은 분양가에 공급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리스타(주)는 서울시 강동구 고덕강일2지구에서 '성산타워Ⅱ'를 분양 중이다. 이 상가는 1만여 가구의 강일지구를 독점적인 배후수요층으로 확보하고 있는 대로변 코너 상가로 이미 임대 계약이 체결된 상태에서 분양되고 있다.
분양가도 주변보다 5% 정도 낮게 책정됐다.
성산타워Ⅱ 김창룡 이사는 "지난 3월 분양을 시작한지 6개월만에 전체 점포의 70% 이상에 대해 분양을 완료했으며, 현재 추가로 선임대 점포를 대상으로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02-42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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