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 사는 주부 서 모(49)씨는 최근 거주지 인근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조합원으로 가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서씨는 오래 전부터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저렴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관심을 가졌지만, 투자 상품으로는 허점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 조합 가입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다 2017년, 2019년, 2020년 세 차례에 걸친 주택법 개정으로 지역주택조합의 사업 안전성과 투명성이 확보됐다는 판단이 들어 이번에 조합에 가입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청약 경쟁 없이 새 아파트를 주변 구축 아파트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데다, 원하는 주택형(타입ㆍ군)을 조합원이 직접 고를 수 있는 등 이점이 많아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3차례 법 개정으로 제도적 안전장치 확보
한때 제도적인 허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줄을 이으면서 소비자 외면을 받았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내 집 마련의 새로운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잇단 법 개정으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제도적 안전장치가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평가가 많은 데다, 일반 아파트에 비해 청약 등의 규제가 덜해서 내 집 마련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비슷한 지역에 사는 소비자들이 조합을 결성해 모은 자금으로 직접 땅을 산 뒤 건설사에 시공을 맡겨 짓는 아파트를 말한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1977년 도입됐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특히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데다, 공급가도 보통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도입 초기부터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법률적 뒷받침이 부족한 탓에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제도적 안전 장치 없이 추진되다 보니 사업 안정성과 투명성이 떨어져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사업 부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줄을 이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기 피해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면서 달아올랐던 지역주택조합 가입 열기도 급격히 시들해졌다.
▲ 지난 9월 구청에 조합원 모집 신고 접수 등을 마치고 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선 인천 남동구 서해그랑블 SKY35(전용 59·74㎡ 449가구) 투시도. 생활 인프라가 탄탄한 인천 원도심에서 들어서는 데다, 주변 개발호재도 많아 수요자들의 관심을 끈다. 공급가도 주변보다 합리적으로 책정된 만큼 시세차익도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러다 최근 주춤했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잇단 법 개정으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안전성과 투명성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일부 무자격 업체들의 불법·편법 지역주택조합 사업 추진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줄을 잇자 2017년 6월 3일, 2019년 12월 10일, 2020년 1월 23일 등 세 차례에 걸친 주택법 개정을 통해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대폭 강화했다.
개정된 주택법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우선 50% 이상의 토지 사용권을 확보해야 한다. 또 사업 대상 토지의 15% 이상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해야 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조합 가입 계약금 등 징수·보관·예치·집행 등 모든 거래 행위에 관한 장부를 월별로 작성해 증빙 서류와 함께 사업 종료일까지 보관하도록 했다
지자체의 감시도 갈수록 촘촘해 지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정보열람이 쉽지 않았던 지역주택조합 사업에도 '정비사업 정보몽땅'을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법률적 토대가 마련되면서 중대형 건설업체의 사업 참여도 늘고 있다. 2012년부터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뛰어든 서희건설은 지금까지 전국에 50여개 단지, 5만여가구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을 성사시켰다.
과거 중소형 건설사들이 주로 시장을 주도하면서 제기됐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상품성 등의 문제가 중대형 업체의 사업 참여로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도적 안전 장치가 마련되면서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전체 51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 현장 중 이미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돼 입주를 마친 현장만 송도포레스트·센토피아송도랜드마크시티·도원역지역주택조합·동일하이빌동춘1·간석역행복마을·서창임광·만수지역주택조합·인천만수역지역주택조합 등 14곳에 이른다.
지난해 초까지 입주를 마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한 곳도 없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업승인을 받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늘고 있다. 현재 도원역·용현·숭의1구역·부개·계양방축·강화 등 6곳에 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해 2월 2곳보다 4곳이 늘어난 수치다.
성공 사례가 줄을 이으면서 새로 조합원 모집을 시작하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도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29곳에 불과했던 인천지역 지역주택조합 사업 현장은 올해 8월 51곳으로 22곳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합원을 모집 중인 곳도 9곳에서 23곳으로 급증했다.
서해종합건설(시공 예정사)은 남동구 만수동 인동초등학교 바로 옆에 '서해그랑블 SKY 35’을 추진 중이다. 이 아파트는 4개동, 전용면적 59·74㎡ 449가구 규모로 지난 9월 6일 남동구청에 조합원 모집 신고를 마쳤다.
지역주택조합 가입 땐 옥석은 가려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사업 안전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때는 옥석가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현장마다 제각각 조건이 다르고 변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개정된 주택법을 적용받는 현장인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2020년 주택법 개정 이전에 조합원 모집에 들어간 단지는 개정 법령을 소급 적용받을 수 없어 사업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다 업무 대행사의 사업 경험과 노하우 등이 충분한지도 감안해야 한다. 지하철역과 생활 편의시설, 학교 등 생활 인프라가 풍부한 곳도 조합원 모집과 사업 진행 속도 측면에서 유리하다.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추가 분담금을 감안해 공급가격이 적절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정준환 JH리얼티 대표는 “지역주택조합 가입 계약 때 중요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안기는 업체가 적지 않다”며 “특히 투자자는 계약서에 지정 계좌 등이 명시돼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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