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고가 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264㎡(이하 전용면적) 복층형 펜트하우스가 지난달 30일 130억원(47층)에 거래됐다.
지난 2020년 11월 준공 후 4가구뿐인 이 주택형이 거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분양가는 60억5000만원대로 5년 새 두 배로 뛰었다. 이 물건은 지난 4월 각각 145억원, 135억원에 팔린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 273㎡와 파르크한남 268㎡에 이어 올해 최고가 3위에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복층 매물이 워낙 귀해서 나오자마자 팔렸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서울 초고가 아파트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거래 한파' 속에서도 계약됐다 하면 최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 여파로 주택시장이 흔들리는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40㎡는 지난달 6일 73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65억원에 최고가를 찍은 뒤 올해 66억원(2월 16일)→71억원(5월 10일)→71억5000만원(9월 3일) 순으로 고점을 높였다.
▲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서울숲에서 바라본 초고가 아파트 갤러리아 포레(왼쪽)와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오른쪽). 황의영 기자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 244㎡도 지난 8월 말, 1년 전 최고가(56억5000만원)보다 7억5000만원 오른 64억원에 거래됐다.
거래가 활발하진 않지만, 전체 아파트 거래 중 초고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의 5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94건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9797건)의 0.96% 수준이다.
지난해 1~9월 5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은 전체(3만6772건)의 0.37%(137건)에 그쳤다. 구별로는 서초구가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35건), 용산구(12건), 성동구(8건), 영등포구(1건)가 뒤를 이었다.
초고가 아파트의 신고가 경신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희소가치'를 꼽는다. 공급량이 한정돼 있고 물량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도 작다. 이영진 신한은행 PWM센터 팀장은 "초고가 아파트를 움직이는 것은 특수수요"라며 "희소성과 상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자산가들이 초고급 아파트를 옮겨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년 사이 코인 시장에서 큰돈을 벌었거나 창업한 회사를 매각해 '영리치'(젊은 부자)가 된 30~40대가 초고가 아파트를 산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나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분석도 많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자산가들은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고, 고가 아파트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방어용 자산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며 "집값이 15억원이 넘고 현금으로 거래되다 보니 금리 인상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말했다. 시가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2019년 12·16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금지(LTV 0%)된다.
시장의 관심은 초고가 아파트의 신고가 행진이 이어질지다. 한남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하이엔드(최고급) 주택 가격은 아직 내려가지 않고 있다"며 "소유자들은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팔지 않기 때문에 일반 집값처럼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격 조정은 시간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고가 아파트(시가총액 기준) 50개 단지의 매매가격은 지난 7월부터 4개월째 하락세다(KB국민은행). 이 기간 하락률은 3.8%다. 이런 분위기가 초고가 시장으로도 퍼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도 가격 상승이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앞에 장사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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