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9월까지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하락률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 위기를 겪은 2008년 연간 낙폭보다 크다. 수도권 하락률은 10%를 넘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집값 추가 하락 우려에 주택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호가(부르는 값)를 크게 낮춘 급매물만 거래된 결과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1.95% 떨어졌다. 지난 8월(-1.89%)보다 낙폭이 커졌다. 올해 1~9월 누적 하락률은 7.14%로, 2006년 조사 이후 최대다.
연간 기준으로 하락률이 가장 높았던 2008년(-4.01%)보다 더 내린 것이다. 수도권도 지난 9월 2.88% 내리며 1~9월 누적 하락률이 10.46%에 달했다.
서울은 지난 9월 1.95%, 올 들어선 8.63% 하락했다. 수도권과 서울 모두 같은 기간 역대 최대 하락이다.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 변동만 집계하는 통계다.
▲ 최근 매매가격이 급락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연합뉴스]
서울을 권역별로 나눠 올해 1~9월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있는 동북권(-10.74%)이 가장 많이 내렸다. 은평·마포·서대문구 등이 있는 서북권(-9.51%)과 용산·종로구 등 도심권(-8.46%), 강남 4구가 속한 동남권(-7.55%), 영등포구 등 서남권(-6.3%) 순으로 낙폭이 컸다.
개별 단지별로는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가 지난달 말 19억850만원에 팔렸다. 1층 물건이긴 하지만, 지난해 11월 거래된 최고가(28억7000만원·9층)보다 9억6000만원가량 내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도 지난해 11월 26억3500만원(11층)에 팔렸지만, 이달 초엔 17억7000만원(1층)에 거래됐다. 1년 사이 8억6500만원 하락했다.
강북권 상황도 비슷하다.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 84㎡는 지난달 10억원(7층)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2월 최고가(14억2000만원·8층)보다 4억원 넘게 떨어진 가격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집계가 아직 끝나지 않은 10월 잠정 실거래가지수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2.37%, 수도권 -3.37%, 서울은 -3.60%로, 9월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을 짓누르는 금리 인상의 속도도 가파르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섰고, 오는 24일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 속도가 시장이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주택시장 침체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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