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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보증 한도에 발목 잡힌 중도금 대출?
중도금 대출 규제가 완화돼도 ‘로또’ 분양은 여전히 현금부자 잔치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중도금 대출 규제가 풀리다 말았다고 말한다. 중도금 대출 한도 ‘꼬리표’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중도금 대출 대상을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도금 대출 보증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 중 우선 HUG가 이달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들 보증기관이 분양가 9억~12억원인 주택도 중도금 상환을 책임지는 보증서를 발급한다. 금융회사는 이 보증서를 받고 중도금을 대출해준다.

정부가 다음 달부터 앞당겨 시행하기로 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도 중도금 대출 확대 효과가 있다. 대출 한도인 LTV(담보인정비율)가 투기과열지구에서 40%에서 50%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도 주택담보대출에 포함된다.

중도금 대출에 적용되는 LTV 50%
 
하지만 LTV가 늘어나도 중도금 전액을 대출받지 못한다. 중도금이 대개 분양가의 60%다. 10%는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중도금이 이보다 더 줄어든다. HUG 등의 대출 보증 한도에 걸려서다. 현재 HUG가 5억원까지, HF가 3억원까지 각각 보증한다. 이들 기관은 중도금 대출 대상 범위를 확대해도 대출 보증 한도를 높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 분양가 12억원 이하로 중도금 대출 규제가 풀려도 서울에선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 중도금을 전액 대출받기 어렵다. 사진은 아파트 모델하우스. 연합뉴스


HUG 관계자는 "보증 한도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호'가 있어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실제 중도금 대출 가능 금액이 어떻게 될까. 분양가가 12억원이고 중도금이 60%인 7억2000만원 주택의 경우 대출 금액이 LTV 50%에 따라 6억원인데 HUG의 보증 한도가 5억원이어서 5억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나머지 중도금 2억2000만원은 직접 마련해야 한다.

이 주택의 계약금이 20%라면 총 4억6000만원을 여윳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도 현금부자가 아니면 분양받기 어려운 셈이다.

올해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분양가가 12억원 이하 주택형도 마찬가지다. 3.3㎡당 평균 분양가 3829만원을 기준으로 예상하면 층·향이 좋은 전용 59㎡나 저층 전용 84㎡ 일부가 12억원 언저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와 LTV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6억원이던 HUG 보증 한도가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부터 5억원으로 축소됐다. 중도금에 대한 LTV도 문 정부 이전 70%에서 문 정부 때 40%로 조였다가 이번에 50%로 다소 풀렸다.

중도금 대출을 옥죄는 사이 분양가가 뛰었다. 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통계를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3.3㎡당 분양가가 2017년 10월보다 서울 29.3%, 수도권 39% 각각 올랐다. 2017년 10월 3.3㎡당 2200만원인 서울 분양가가 지금은 2800만원이다.

분양가 30% 뛰었는데 대출 보증 6억→5억

중도금을 분양가의 60%로 보고 중도금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주택형이 2017년엔 45평형까지 가능했으나 지금은 30평형 정도다.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34평형)도 중도금을 모두 대출받지 못하는 것이다.

중도금 대출 대상 분양가가 12억원까지 올라가도 중도금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아파트는 분양가 8억3000만원 이하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8억3000만원의 중도금이 분양가 60% 기준으로 HUG 중도금 대출 한도인 5억원이다.
 

앞으로 중도금을 모두 대출로 해결할 수 있는 집이 8억3000만원 이하에서 더 줄어들 수 있다. 분양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업계가 계약금을 10%로 낮추고 중도금을 70%로 높일 경우 중도금이 5억원이 되는 가격이 7억1000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이 잘 될 때는 계약금을 대개 20% 받았지만 분양 경기가 나빠지면 수요자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로 낮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분양시장이 빠르게 침체하며 서울에서도 계약금 비율이 10%에서 20%로 올라가고 있다.

김보현 미드미네트웍스 상무는 “중도금 대출 대상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중도금 대출에 적용하는 LTV와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를 올려야 중도금 대출 완화의 실효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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