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부동산 규제 완화를 또 언급한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건설사의 자금 경색 해소가 그만큼 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에 규제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측면이 있지만,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 여파로 시장 하락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연내에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등 부동산 규제 추가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정부가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21일 기준 한 주 새 0.52% 하락, 3주 연속 최대 낙폭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49건으로,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등록임대사업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임대인에게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7월 임대사업자를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보고 아파트를 임대주택에서 제외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아파트를 등록 임대 범위에 넣고 장기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와 종부세 등 세금 혜택도 일부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재건축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은 안전진단 규제가 다음 달 완화된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3단지와 4단지 모습. 뉴스1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 기준도 개편한다. 정부는 안전진단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구조 안전성 비율을 종전 50%에서 30∼40%로 낮추고 주거환경, 설비 노후도 배점을 상향하는 등 평가항목 손질에 나설 예정이다.
구조 안전성은 건물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안전한지를 따지는 것으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배점을 종전 20%에서 50%로 높였다.
시장은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없다면 재건축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 때문에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면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인허가 후 분양을 준비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한 보증 규모를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리고, 보증이 제공되는 대출금리 한도를 폐지한다. 또 5조원 규모의 미분양주택 PF 보증을 당초 내년 2월에서 내년 1월로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주택 경기가 침체된 시기인 만큼 과도한 규제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일부 부활시키면 미분양 주택을 임대로 돌려 미분양 물량을 해소할 수 있고, 안전진단 완화로 인해 재건축 문턱이 막힌 단지들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PF 보증 방안은 자금시장 불안을 일부 해소할 뿐 아니라 향후 주택 공급을 지속해서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여전히 금리 인상이 시장을 짓누르는 데다, 집을 사고 싶도록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어서다. 김규정 소장은 “규제를 풀더라도 경기 상황이 안 좋아 시장이 당장 바닥을 형성하거나 매수 심리가 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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