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빌라·오피스텔 1139가구를 임대하다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김모(42)씨의 소유 부동산 47건이 법원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는 대부분 임차인으로, 청구액은 105억원에 달했다.
23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김씨 명의의 수도권 부동산 총 47건이 지난 3월 이후 잇따라 경매에 부쳐졌다. 채권 청구액은 총 105억754만원이었다. 유형별로 소형 다세대주택(도시형생활주택 포함)이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오피스텔(10건), 주상복합(8건), 상가(4건), 아파트(1건)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30건)이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금천구(11건)와 강서·송파구(각 4건) 물건도 많았다. 서울 외에는 경기도 수원·용인·광주·고양·오산, 인천 물건이 경매 시장에 나왔다.
전체 47건 중 1건은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이며, 46건은 경매 신청은 됐으나 아직 입찰 전 물건이다. 대부분 임차인이 임대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금융기관 대출 등 선순위 채권은 거의 없었다. 대신 상당수는 경기도 포천세무서에 압류된 상태다. 김씨의 종합부동산세 체납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뒤 채권 회수를 위해 강제경매를 신청한 물건도 있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국세 체납일이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빠르면 경매 낙찰이 되더라도 국세가 보증금보다 우선 배당되기 때문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며 “낙찰자 입장에서도 보증금 일부를 물어줘야 할 수 있어 낙찰을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일하게 입찰에 들어간 경기도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은 지난 10월 경매가 진행됐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두 차례 유찰됐다. 내년 1월 초 예정된 3회차 경매의 최저가는 최초 감정가(2억6000만원)의 49%인 1억2740만원으로 떨어졌다. 임차인의 청구액(보증금)인 1억8500만원보다 낮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도 김씨의 소유 물건이 줄줄이 경매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최근 집값 하락 여파로 낙찰이 쉽지 않은 만큼 임차인이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빌라왕’ 관련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HUG의 대위변제 사전심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통상 임차권 등기 이후 진행되는 대위변제 심사를 임차권 등기 전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2일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기존에는 보증금 반환까지 몇 달 이상 걸리지만, 이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임차인에게는 연 1%대로 가구당 최대 1억6000만원을 지원한다.
또 경매 진행으로 머물 곳이 없는 이들에겐 HUG 강제관리 주택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 중 공실을 활용해 임시 거처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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