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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올해 분양시장 로또는
서울 한강변 뚝섬에 치솟은 초고층 아파트 아크로서울포레스트. 26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해 9월 130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개인 간 거래 최고가다. 5년 전인 2017년 8월 60억5000만원에 분양한 집이다. 분양가 대비 2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며 70억원가량 차익을 안겨줬다.

하지만 분양 당시에는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4가구 모집에 1순위서 3명이 신청해 미달했다. 분양가가 비쌌기 때문이다. 공급면적 기준으로 3.3㎡당 6000만원이었다. 인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크기의 갤러리아포레가 3.3㎡당 5200만인 52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실거래가가 78억5000만원이었다.

분양 당시 7억원 정도이던 몸값 차이가 지금은 50억원 넘게 벌어졌다. 고분양가 아파트가 역대급 로또로 탈바꿈했다.
 

▲ 집값 하락, 미분양 우려 등으로 새해 분양물량이 예년보다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 견본주택 모습. 뉴시스


40% 미분양 반포자이, 3배 뛰어

올해 주택시장이 ‘빙하기’를 맞았지만 로또는 살아있다. 분양가가 오르고 주변 시세가 급락하면서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줄었는데 로또라니….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보여주듯 로또는 ‘분양가’가 아니라 ‘타이밍’이다. 언제 사고, 언제 파느냐가 좌우한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을 대표하는 단지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반포자이. 84㎡ 실거래가가 최고가(39억원)에서 좀 내리긴 했어도 지난해 말 거래된 금액이 34억8000만원이었다.

2008년 11억원대 분양가의 3배가 넘는다. 반포자이 분양 시기에 비슷한 가격이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 84㎡의 최근 실거래가 21억~25억원이다.

반포자이는 고분양가 논란을 겪으며 당첨자 계약 포기 속출로 초기 계약률이 60%에 그쳤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지금은 집값이 많이 올라 모두가 부러워하는 강남 고가 아파트 가운데 고분양가 논란, 미분양 몸살 등을 겪은 단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할수록 로또 가능성이 크긴 하다. 하지만 로또 규모 여부는 매도 시점에 달렸다. 2006년 청약 돌풍을 일으킨 성남시 판교신도시 분양에서 민영주택 84㎡가 4억원 선에 분양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어렵사리 분양받았다가 2008년 금융위기에 놀라 2009년 입주 후 팔았다면 5억원 정도를 받았다. 계속 갖고 있다가 지난해 팔았다면 15억원 정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로또 기대를 갖고 눈여겨봐야 할 단지가 어디일까. 공급 물량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유동적이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민영 아파트 계획 물량이 26만 가구로 지난해(42만 가구)의 62% 수준으로, 2014년(21만 가구) 이후 가장 적다.
 

올해부터 5년간 270만 가구를 목표로 공급 확대를 추진해온 정부도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지난달 21일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270만 가구 정상 추진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필요하면 공공분양 일정을 조정해 물량 분산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분양시장이 살아나면 순식간에 늘어날 수 있다. 2015년 당초 계획 물량이 31만 가구였는데 청약경쟁률이 오르며 실제 분양 물량이 44만 가구로 급증했다.

경기가 좋아지면 분양을 미루던 물량을 바로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의외의 단지가 나올 수 있다.
 

나눔형 분양가, 주변 시세보다 3억 저렴

2023년 로또 1순위 후보는 올해부터 시작하는 나눔형(이익공유형) 공공분양이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이하다. 정부 관계자는 “나눔형이 분양가상한제 가격의 80% 이하와 주변 시세의 70% 중 낮은 금액으로 분양가를 정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청약 접수하는 3기 신도시 고양창릉 나눔형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앞선 사전청약 가격보다 20%가량 저렴하고 주변 새 아파트보다 최고 3억원 정도 싸다. 시중 금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낮은 대출금리(연 1.9~3% 고정금리)까지 고려하면 매도 때 공공이 가져가는 30% 시세차익보다 더 남는 셈이다.

2순위가 분양가상한제다. 상한제 가격이 감정평가 택지비에 정부가 정한 건축비 이하에서 매긴 금액으로 사실상 원가나 마찬가지로 가격 하한선인 셈이다. 정부는 공공분양 상한제(일반형) 분양가를 낮춰 주변 시세의 80% 이하에서 정하기로 했다. 주변 아파트값이 내려도 고분양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다음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지 않더라도 주택시장이 되살아났을 때 지역 집값을 선도할 수 있는 브랜드 대단지다. 재건축·재개발 외에는 별다른 주택공급 방법이 없는 도심에선 가격보다 입지 여건·상품성 등이 더 중요하다. 그동안 분양을 미뤄온 사업장들이 올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시점에서 분양가와 주변 시세 차이만 볼 게 아니라 입주 후나 주택시장이 달라졌을 때의 미래 가치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가 올 분양시장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 추첨제 확대 등으로 30대 등 청년층에 문턱을 낮추기로 한 데 이어 분양시장의 족쇄인 전매제한·중도금대출 제한도 풀기로 했다. 변수가 많은 올해 분양시장은 들뜬 기대감을 내려놓더라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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