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하락률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연간 낙폭의 두 배에 가깝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추가 하락 우려에 주택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호가(부르는 값)를 크게 낮춘 ‘급급매’만 거래된 결과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4.14% 떨어졌다. 전월(-3.33%)보다 낙폭이 커졌다. 지난해 1~11월 누적 하락률은 14.34%로, 2006년 조사 이후 최대다.
수도권도 지난해 11월 5.09% 내리며 1~11월 누적 하락률이 19.39%에 달했다. 서울은 지난해 11월 6.47%, 지난해 들어선 18.86% 하락했다. 수도권과 서울 모두 같은 기간 역대 최대 하락이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헬리오시티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의 경우 연간 기준으로 하락률이 가장 높았던 2008년(-10.21%) 수치를 크게 넘어섰다.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 변동만 집계하는 통계다.
서울을 권역별로 나눠 지난해 1~11월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있는 동북권(-21.21%)이 가장 많이 내렸다. 강남 4구가 속한 동남권(-20.01%), 서남권(-16.94%), 서북권(-16.78%), 도심권(-4.36%) 순으로 낙폭이 컸다.
개별 단지별로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말 15억9000만원(6층)에 팔렸다. 지난 2021년 10월 거래된 최고가(23억8000만원)보다 8억원 가까이 떨어지며 2019년 7월(14억~17억원) 가격대까지 밀렸다. 강북권 상황도 비슷하다.
노원구 중계동 양지대림 전용 84㎡는 지난달 말 7억9100만원(4층)에 손바뀜됐다. 2021년 8월 최고가(12억7000만원)보다 4억8000만원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집값 하락 폭이 커지는 가운데 거래 절벽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31건으로, 지난해 11월(1360건)보다 46% 줄었다. 지난해 1~11월 누적 거래량은 1만1062건으로 집계됐다. 2006년 조사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집계가 끝나지 않은 12월 잠정 실거래가지수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2.18%, 수도권 -2.6%, 서울은 -2.95%로, 11월보다 낙폭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집값도 하락 전망이 많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지난해엔 거래가 끊긴 상태에서 집값이 내려갔지만, 올해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면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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