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 효과가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각종 규제와 경기침체 등으로 순위 내 청약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서울 아파트가 정부 규제 완화 이후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1월 다주택자도 무순위에 청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청약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다 전매제한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효과가 서울을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순위 내 미계약 물량 89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4만1540명이 몰리면서 4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시장에서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당첨자 계약 포기 물량이나 청약 부적격자 당첨 물량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결정하는 분양 방식을 말한다.
이번에 진행된 무순위 청약 물량은 주택형별로 전용면적 29㎡ 2가구, 39㎡ 638가구, 49㎡ 259가구다.
이중 전용 29㎡는 2가구 모집에 1311명이 신청해 655.5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39㎡의 경우 638가구 모집에 1만2831명이, 49㎡는 2만7398명이 신청해 각각 20.1대 1, 105.8대 1의 경쟁률 보였다.
▲ 지난 19일 선착순 분양에 돌입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센텀퍼스트’ 견본주택 앞에 청약 대기자들이 텐트를 쳐 놓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DL이앤씨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분양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3695가구 모집에 1만7378명이 신청해 평균 4.7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최종 정당 계약률도 정당 당첨자와 예비당첨자까지 합쳐 81.1%에 그쳤다.
부동산업계는 이번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무순위 청약 선전이 규제 완화 효과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발표된 1·3대책에 따라 이달부터 만 19세 이상이라면 거주지, 주택 소유 여부, 청약통장과 무관하게 누구나 무순위 청약이 가능해졌다. 그 전까지는 무주택자와 공급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만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었다.
이같은 규제 완화에 따른 분양 열기는 순위 내 청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에스건설이 지난 8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지하 2층~지상 최고 35층 4개 동, 전용면적 39~84㎡ 707가구)는 일반공급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98.8대 1로 모든 가구가 1순위에서 마감됐다.
59㎡A 타입의 경우 18가구는 6424명이 몰리면서 253.2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타입별로 59㎡B 233.42대 1, 59㎡C 187.63대 1, 84㎡A 183.24대 1, 84㎡C 114.72대 1, 84㎡B 107.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1·3 대책으로 서울 4개구(강남·서초·송파·용산)를 제외한 전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이후 서울에서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을 받은 첫 아파트다.
이번에 청약을 받은 전 가구가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로 가점제 40%, 추첨제 60%가 적용되고 전매제한 기간이 짧아진 점 등이 흥행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최대 1억원 이상 싸다는 점도 또다른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뛰어난 입지여건도 흥행에 한몫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707가구로 서울 지하철 5호선 양평역이 인접한 역세권 아파트다. 2호선과 5호선 환승역인 영등포구청역도 약 800m 거리에 있다. 당중초·문래중·양화중·관악고 등이 주변에 있고, 목동학원가도 가까운 편이다. 롯데마트(양평점)와 코스트코(양평점) 등 주변 대형마트도 인근에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대출·전매제한 등 전방위에 걸쳐 규제가 완화된 만큼 금리 등의 변수에 따라 입지여건이 좋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수요가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