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서비스

금융

부동산 메뉴

전세 사기 여파로 분기 최다 기록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 전세로 사는 A씨는 최근 집주인을 상대로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했다. 이달 초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빼줄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해서다. 집주인이 주택 50여 채를 가진 임대사업자여서 돈을 떼일까 봐 불안감도 크다.

A씨는 “집주인이 집을 무려 50채 이상 갖고 있는데 보증금 1억5000만원을 내줄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요즘 전세 사기가 많아 나도 돈을 떼일까 겁난다”고 말했다.

A씨처럼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 문을 두드린 세입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9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3월 전국 집합건물에 대한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8294건으로 지난해 1분기(1886건)보다 339.8% 급증했다. 분기 기준 최다로, 지난해 연간 수치(1만2038건)의 68.9%에 달했다.

임차권 등기는 전세 기간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전세금에 대해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한 조치다. 등기부등본에 못 받은 보증금이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려면 꼭 필요한 절차다. 임차권 등기가 이뤄지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하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유지된다.
 

▲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던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에 현관문마다 전세사기 경고문구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2530건으로, 지난해 1분기(572건)의 4.4배였다. 같은 기간 경기도(2371건)는 5.7배, 인천(1911건)은 5.4배로 각각 불어났다. 수도권 신청 건수(6812건)가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시·군·구별로는 서울 강서구(675건)가 전국 1위였다. 강서구는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모씨의 전세 사기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던 지역이다. 그 뒤로도 경기도 부천시(539건)와 인천 미추홀구(458건)·부평구(443건) 등 전세 사기 피해가 몰린 지역이 뒤를 이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면 전세금을 주겠다”, “어떻게든 돈을 구해보겠다”는 식의 집주인 요청이 세입자에게 어느 정도 통했다. 하지만 최근 보증금을 떼이는 사례가 늘면서 세입자가 법적 절차를 밟아 집주인을 압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했다”는 글이 넘쳐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전세금 반환 소송을 빼고는 세입자가 전세금 회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센 조치”라며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과 전세 사기 사건 여파로 세입자의 임차권 등기 신청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자가 전세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보증사고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에서 전세금 미반환 사고 1121건이 접수됐다. 사고 건수가 월간 1000건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엔 968건이었다.

보증사고 금액은 지난 1월 2232억원에서 지난 2월 2542억원으로 13.9% 늘었다. 역대 최다 금액이다. 지난 2월 보증사고의 89.1%인 999건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인천이 356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344건), 서울(299건) 순이었다.

이는 HUG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을 대상으로 집계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저작권자(c)중앙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주요뉴스

더보기

    부동산 이슈보기

    베스트토론

    더보기

      부동산 토론 이슈보기

      서비스 이용정보

      Daum부동산은 제휴 부동산정보업체가 제공하는 매물 정보와 기타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제휴 업체의 매물 정보를 비롯한 각종 정보 및 이와 관련한 거래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Kakao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