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증축이 허용된 이래 사업성이 좋아진 덕에 리모델링에 뛰어든 아파트 단지는 많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사업 기간을 착공까지 2년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수직증축 허용 후 5년째,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은 답보 상태다. 현장에서는 “리모델링을 하지 말라는 것 같다”는 위기감까지 나오고 있다.
성지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지을 당시 현장에서 상황에 맞게 공사한 뒤 도면을 수정하지 않은 것 같다”며 “도면상 맞지 않는 부분이 수직증축을 하지 않는 라인인 데다가, 구조기술사들이 조사 결과 문제없다는 보고서까지 만들어 제출했는데도 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교통부, 구청이 서로 판단을 미루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따라서 이달로 예상됐던 송파 성지의 사업계획승인은 기약 없이 늦춰진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승인이 언제 날지 몰라 이주 계획을 못 잡고 있고,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조합이 뭐라 답을 해줄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라고 전했다.
송파 성지의 경우 지반이 단단해 파일을 박지 않고 바로 기초 공사를 해 이 문제를 피했다. 드문 경우다. 잠원한신로얄 조합 관계자는 “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시험체를 만들어 신공법의 안전성을 검증하라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측은 “수직증축을 허용할 때 기존 건물의 무게를 최대한 덜어서 기존 파일을 보강하는 수준에서 추가 증축분의 하중을 견디게끔 했는데 너무 최대치로 늘리는 게 문제”라며 “기존 건물의 무게도 덜지 않고 무조건 3개 층을 증축하다 보니 검증 안 된 신공법까지 거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수직 증축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닥친 단지도 있다.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첫 리모델링 단지로 주목받던 분당구 정자동 한솔 5단지의 경우 현재 교육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단지 북쪽에 위치한 초등학교의 일조권 문제 때문이다. 기존 아파트(15~25층)에서 3개 층을 올리려고 보니 초등학교 운동장에 그림자가 졌다.
잠원한신로얄 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1기 신도시를 지으면서 당시 서울 시내에 신축하는 아파트의 용적률을 덩달아 완화해 용적률이 300% 넘는 아파트 단지도 있다”며 “이런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하면 오히려 가구 수를 줄여야 해 리모델링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재건축 안전진단등급 기준이 D등급으로 강화됨에 따라 재건축 인ㆍ허가 자체가 어려워졌다.
리모델링은 지은 지 15년이 지나면 할 수 있다. 리모델링 시범단지를 운영하며 리모델링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성남시만 해도 지은 지 15년 이상 된 단지가 181개, 총 10만8532가구에 달한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현재로써는 리모델링 인허가 절차가 재건축과 다를 바 없는 데다가 2번의 안전 진단, 2번의 안전성 검토까지 더해져서 절차가 더 복잡한 상황”이라며 “국토부와 서울시 등에서 리모델링 전담 부서를 두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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