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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 서울 재건축 대안으로 관심 끌지만
수직증축 허가 받은 단지 없어
안전진단 등 두 번씩 받아야
정부·자치단체 지원도 부족
기대와 달리 실제 리모델링 진척은 없는 분당 아파트단지 전경.
기대와 달리 실제 리모델링 진척은 없는 분당 아파트단지 전경.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이 아우성치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주목받았지만 꽉 막힌 행정 체계 탓에 실제 사업 속도는 더딘 탓이다. 2014년부터 가구 수를 늘려 리모델링하는 수직증축(가구 수 대비 15%, 최대 3개 층)이 가능해졌지만, 실제로 공사에 들어간 아파트는 한 곳도 없다.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아파트조차 없다.

수직증축이 허용된 이래 사업성이 좋아진 덕에 리모델링에 뛰어든 아파트 단지는 많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사업 기간을 착공까지 2년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수직증축 허용 후 5년째,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은 답보 상태다. 현장에서는 “리모델링을 하지 말라는 것 같다”는 위기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수도권 일대에서 가구 수를 늘려 리모델링하는 아파트 22곳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곳은 송파동 성지아파트다. 현재 298가구인데 수직증축으로 42가구를 늘려 일반 분양할 계획이다. 그만큼 주민 분담금을 낮출 수 있다. 집 면적도 늘어난다. 현재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에 상관없이 기존 전용면적의 30%(85㎡ 이하의 경우 40%)까지 늘릴 수 있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 후의 송파 성지 아파트 모습.  [사진 포스코 건설]
수직 증축 리모델링 후의 송파 성지 아파트 모습. [사진 포스코 건설]
성지는 최근 구청의 사업계획승인을 앞두고 2차 안전성 검토를 받다 문제가 터졌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하려면 옛 구조 도면이 있어야 가능한데, 성지의 경우 현장 조사 결과 옛 도면과 현재 지어진 상태가 일부 맞지 않았다.

성지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지을 당시 현장에서 상황에 맞게 공사한 뒤 도면을 수정하지 않은 것 같다”며 “도면상 맞지 않는 부분이 수직증축을 하지 않는 라인인 데다가, 구조기술사들이 조사 결과 문제없다는 보고서까지 만들어 제출했는데도 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교통부, 구청이 서로 판단을 미루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따라서 이달로 예상됐던 송파 성지의 사업계획승인은 기약 없이 늦춰진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승인이 언제 날지 몰라 이주 계획을 못 잡고 있고,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조합이 뭐라 답을 해줄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송파 성지의 경우 나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차 안전성 검토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단지가 수두룩해서다. 수직 증축을 하려면 더해지는 가구 수의 무게만큼 구조 보강을 해야 하는데 관련 공법 자체가 검증이 안 됐다. 안전성을 검증하지 못하면 수직증축 리모델링 자체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 후의 잠원한신로얄 아파트 모습 [사진 HDC현대산업개발]
수직 증축 리모델링 후의 잠원한신로얄 아파트 모습 [사진 HDC현대산업개발]
현재 현장에서 유력하게 검토 중인 공법은 이론적으로만 검증됐을 뿐 실제 사용된 사례가 없다. 지반이 약해 콘크리트 파일을 건물 지하에 박아 기초를 보강한 아파트의 경우 모두 해당한다. 잠원한신로얄아파트, 대치 선경 3차, 신정 쌍용 아파트, 분당 느티마을 3ㆍ4단지와 분당 무지개 4단지 등 강남권 일대 아파트와 1기 신도시 아파트 대다수가 이 문제에 발목 잡혔다.

송파 성지의 경우 지반이 단단해 파일을 박지 않고 바로 기초 공사를 해 이 문제를 피했다. 드문 경우다. 잠원한신로얄 조합 관계자는 “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시험체를 만들어 신공법의 안전성을 검증하라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측은 “수직증축을 허용할 때 기존 건물의 무게를 최대한 덜어서 기존 파일을 보강하는 수준에서 추가 증축분의 하중을 견디게끔 했는데 너무 최대치로 늘리는 게 문제”라며 “기존 건물의 무게도 덜지 않고 무조건 3개 층을 증축하다 보니 검증 안 된 신공법까지 거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수직 증축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닥친 단지도 있다.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첫 리모델링 단지로 주목받던 분당구 정자동 한솔 5단지의 경우 현재 교육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단지 북쪽에 위치한 초등학교의 일조권 문제 때문이다. 기존 아파트(15~25층)에서 3개 층을 올리려고 보니 초등학교 운동장에 그림자가 졌다.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려면 그 전에 학교 영향평가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문제에 딱 걸렸다. 리모델링 관련 설계 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도 학교 운동장에 그림자를 약간 드리우는데 증축하니 조금 더 그림자가 들게 됐다”며 “신축이라면 재배치라도 하겠지만, 기존 아파트 구조를 유지한 채 층수를 올리는 리모델링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니 이래저래 상황이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1990년대 초 건설된 1기 신도시의 생애주기와 맞물려 꼭 시행돼야 할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분당·일산·평촌 등 1기 신도시 30만 가구를 동시에 재건축할 수 없어서다. 게다가 이미 용적률을 꽉 채워 지어진 터라 재건축의 사업성도 떨어진다. 노후 아파트 관리를 위해 리모델링 사업이 필수적인 이유다.

잠원한신로얄 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1기 신도시를 지으면서 당시 서울 시내에 신축하는 아파트의 용적률을 덩달아 완화해 용적률이 300% 넘는 아파트 단지도 있다”며 “이런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하면 오히려 가구 수를 줄여야 해 리모델링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재건축 안전진단등급 기준이 D등급으로 강화됨에 따라 재건축 인ㆍ허가 자체가 어려워졌다.

리모델링은 지은 지 15년이 지나면 할 수 있다. 리모델링 시범단지를 운영하며 리모델링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성남시만 해도 지은 지 15년 이상 된 단지가 181개, 총 10만8532가구에 달한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현재로써는 리모델링 인허가 절차가 재건축과 다를 바 없는 데다가 2번의 안전 진단, 2번의 안전성 검토까지 더해져서 절차가 더 복잡한 상황”이라며 “국토부와 서울시 등에서 리모델링 전담 부서를 두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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