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 기간은 통상적으로 5년의 장기이기에 임차인의 사정상 중도에서 영업을 그만두게 될 때에는 임대인의 승낙 없이 중개업소의 주선으로 새로운 임차인을 맞이하게 되고, 새로운 임차인은 남은 기간 동안 장사를 하는 일이 종종 있다.
환자의 장기치료를 위하여 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전세나 월세를 놓고 이사를 한다든지, 외국에서 1년 정도 생활을 하게 되면 살던 집을 비워둘 수도 없으려니와 달리 세를 놓으려 해도 들어올 사람이 없게 되면 적당히 남은 기간만 월세로 돌리고 출국하는 사람도 있듯이 실례는 많다.
임차인이 명의를 빌려주는 식으로 장사를 하게 하거나 살게 하는 ‘무단전대(無斷轉貸)’가 있고, 명의와 업소를 통째 넘겨주는 ‘무단양도(無斷讓渡)’가 있는데 어찌됐건 임차인으로서는 그 가게나 주택에서 손을 땐다는 이치에는 변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원래 임차인을 “전대인(轉貸人)”이라 하고, 전대인으로부터 가계를 인수하는 사람을 ”전차인(轉借人)이라 한다. 집주인의 승낙 없이 전대인이 전차인에게 가게를 넘겨주게 되면 나중에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사례-
A는 제과점을 운영하고자 번화가에 있는 상가를 보증금 2억, 월세 2백만 원, 5년 기한으로 甲으로부터 임차하였다. 그리고 다시 2억 원을 들여 훌륭하게 인테리어를 하고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되어 1년 만에 인테리어비용을 뽑을 수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A는 암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 사정을 잘 알고 있는 B는 앞으로 임대차 기한이 4년이나 남아 있었으므로 집 주인과는 의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A와 단둘이서 그 제과점에 대한 전대차 계약을 채결하였다.
B는 A가 상가주인에게 지불했던 보증금 2억 원을 지불하고, 별도 인테리어비용 2억 원을 권리금으로 A에게 지불했으며 월세는 매월 B가 직접 임대인인 甲의 통장으로 입금처리하기로 하였다. B가 그런 식으로 3개월 정도 장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가주인 甲이 나타나서 “당신들끼리의 양도・양수 계약은 인정할 수 없으니 가게를 비워라” 하는 것이다. B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라고 항의했지만, 甲은 명도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이런 경우 B는 어찌해야 할까?
1. 임대인의 동의가 없는 A와 B간의 전대차 계약은 무효다, 가게를 비워줘야 한다.
2. 기한이 4년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B의 권리는 인정된다. 4년 동안은 영 업을 할 수 있다.
3. 임대인의 동의가 없었어도 사회관행상 A와 B간의 양도・양수 계약은 유효하다. 따라서 甲의 주장은 권리남용이다.
해설
요즘 우리 주위에서 이러한 사례는 늘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민법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인(전대인)과 전차인이 서로 양도・양수 계약을 맺게 되면 그 계약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누구냐”하는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에 임대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조문이라고 봐야한다. 이런 강제규정이 없게 되면 가게나 주택은 여러 번에 걸쳐 넘어갈 수도 있어 나중에는 거래질서가 문란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단전대 또는 무단양도가 있게 되면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 계약이 해지되면 전차인은 불법점유가 되기 때문에 가게를 임대인에게 인도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고, 남은 기간도 그 사용을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정답은 1번이다.
법조문
민법 제 629조 (임차권의 양도・전대의 제한)
1)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
2) 임차인이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판례
땅을 빌려 상가를 지은 후 사업자금이 딸리자 그 상가를 일시 사채권자에게 넘겨주고(양도담보) 돈을 빌려 썼을 때의 토지임대인과의 관계-부지에 관한 임차권도 함께 양도되는지의 여부
대판 1995.7.25. 94다 46428
건물소유를 목적으로 한 대지임차권을 가지고 있는 자가 위 대지상의 자기소유 건물에 대하여 제3자에 대한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제3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 하여 준 이른바 양도담보의 경우에는 건물의 소유권이 이전될 뿐 확정적・종국적으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며 앙도담보권자가 건물의 사용・수익권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어서 부지에 대한 임차권은 양도 또는 전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