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세 안고 집 투자
지난 5-6년 동안 전세수요가 넘쳐 계약금만 있으면 잔금걱정 없이 집 한 채씩을 사뒀다. 지방까지 원정을 다니면서 사재기를 한 사람들은 아파트가 10채인 사람도 있고, 20채인 사람도 많다. 1채당 3억씩 계산해도 20채면 60억이다.
60억이 다 내 돈이면 얼마나 좋으랴. 전세보증금이 50억이므로 실제 내 돈은 10억뿐이다. 서울 강남도 마찬가지고, 용산도 마찬가지다. 집 2채인 사람은 명목상 40억이지만, 그 사람도 전세보증금을 30억 안고 있기에 실제 내 돈은 10억이다.
전세 안고 집을 사게 되면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조건 집값이 올라야 한다. 값이 내리면 전세보증금도 따라 내리게 되므로, 세입자들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빼주거나 일부를 돌려 달라고 부리나케 전화를 한다. 지금 전화벨이 울리고 있으리라.
집주인인 당신 지금 핸드폰 꺼놓으셨지? 주택시장 불경기 때 세입자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아예 핸드폰 꺼놓은 사람도 있고, 노이로제 걸려 죽은 사람도 있다. 그런 고비를 잘 넘긴 사람은 3-4년 후 다시 ‘쨍’하고 ‘해 뜰 날’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요즘 서울 부자 동네는 전세보증금이 3-4억씩 내려 집 주인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고, 매매대금을 5-6억씩 내려도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몇 달 전에는 집을 안보고도 샀었는데 지금은 보고도 못 본 채 한다.
다주택자들은 대부분 임대사업등록을 해버렸다. 집 한 채 팔아 3-4억 세금 내고나면 남는 것도 없으려니와 아까워서 그 돈을 어찌 내겠는가? 일단 위기를 넘겨놓고 보자는 심정이겠지. 세월아! 나는 너를 믿는다.
지금부터 역 전세대란은 시작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려면 현금이 있어야 한다. 은행문턱도 어렵다. 가지고 있는 부동산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을 팔아 바닥을 정리하는 게 답이다. 값이 내릴 때는 좋은 것을 내놔야 팔린다.
2. 중도금 대출 안고 집 투자
우리나라 아파트 분양은 선분양제를 택하고 있고, 계약만 되면 중도금은 자동으로 은행에서 건설사 통장으로 입금되기 때문에 집 투자하기 좋은 나라다. 중도금은 대개 분양대금의 60%인데 3개월 단위로 나누어 지급이 된다.
중도금 대출은 수분양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집단대출’이라고도 하는데,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건설사에 따라 무이자로 해주는 곳도 있고, 입주 때 수분양자가 잔금과 함께 내는 방법도 있다.
무이자라면 분양가에 반영이 되었을 것이나 어찌됐건 안 내서 좋고, 나중에 내는 후불제라면 외상이어서 좋다. 양잿물도 외상이면 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계약금 10%내고, 중도금으로 60%대출 받으면 잔금은 30%다.
새 아파트는 주택시장 불경기 때와 미분양이 많은 곳을 제외하고는 입주 때 값이 내린 곳은 거의 없다. 살던 집 팔아 잔금내고 중도금대출 일부 갚고 입주하려 했으나 욕심이 생기고 보면 두 채 모두 보유하기를 원한 사람도 있더라.
한 채는 내가 살고, 한 채는 전세 놓고~ 그러나 요즘은 그게 안 된다. 살고 있는 집도 안 팔리고, 대출도 한도가 부족해서 잔금을 치를 수 없다. 새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값이 5천만 원이나 내려 있는 곳이 많다.
새 아파트 입주는 이미 시작되었으나 살고 있는 집이 안 팔리지 않으면 어찌해야 할까? 건설사에서는 앞으로 한 달 내에 입주를 하지 않으면 연체이자를 물리겠다고 한다. 은행에서도 중도금 대출에 따른 복잡한 계산서를 내놓기도 하고,
당신도 지금 핸드폰을 꺼놓으셨겠지? 입주기간이 지나도록 입주하지 않으면 중도금대출은 개인채무로 둔갑하여 우선 신용부터 막히게 된다. 살고 있는 집도 가압류한다. 그것 뿐 아니다. 건설사와 은행에서는 소송이 들어온다.
3. 계약금 10%로 집 투자.
집값이 오를 때에는 동짓날 하늬바람에 연(鳶)오르듯 오른다. 그러나 눈비가 오거나, 바람이 자자지면 연은 땅에 머리를 처박는다. 집값이 연 오르듯 할 때는 분양권을 사거나, 가족들 명의의 통장을 꺼내 새 아파트 청약에 승부를 건다.
몇 개월 후 분양권으로 되팔려는 마음으로 계약금 10%씩을 걸고 중도금은 대출로 처리한다. 분양 때 나중에 되팔 수 있다고 장담했던 ‘떳다방’은 온데 간데 소식이 없고, 연락을 해봐도 핸드폰은 그런 번호 없단다.
분양이 막 끝났을 무렵에는 값이 오르는 것 같더니 그 후 계속 내리막길이다. 금방 `1년이 가고, 2년이 가서 다음 달 부터는 입주다. 당초부터 입주할 능력은 없었기에 어찌하던 분양권으로 팔아야 하는데 지금 값은 마이너스 5천이다.
분양권 3개 샀다가 고스란히 2억을 까먹을 처지가 됐다. 그렇게라도 팔아야 할까? 그냥 한 번 끝까지 버텨볼까? 아무 대책 없이 끝까지 버티는 사람은 멍청한 사람이다. 당신이야 말로 입주기간이 넘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사람이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웃돈을 더 얹어 주더라도 당신이 사회생활을 하려면 분양권으로 파는 게 옳다. 부탁들이 건데 계약금 10%만으로 아파트에 투자한다는 세상은 이미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다시는 계약금만으로 아파트 투자 하려하지 말고, 여유 있거든 수도권 외곽 개발지의 작은 땅에 투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