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거래량을 아파트 가격 상승과 하락의 선행지표로 활용한다.
즉, 거래량이 증가하면 부동산 가격도 몇 달 뒤 상승세를 나타내고. 거래량이 감소하면 부동산 가격도 조만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아파트 시장도 양도소득세 중과 등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4월 1일 이후 거래량이 급감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이 향후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본 근거 중에 하나로 거래량 급감을 말한다.
그럼 정말 거래량만으로 아파트 등락을 예측할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표한 ‘3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과 KB 매매지수를 가공한 그래프를 비교해서 살펴보자.
2017년 12월의 거래량은 7만 2천 건이며, 2018년 1월 거래량은 7만 건으로 작년 12월 대비 1월의 거래량은 2천 건 정도가 감소했다. 반면, KB 매매지수는 2017년 12월 약 0.13을 기록했지만 2018년 1월 약 0.27로 지수가 배 이상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2018년 3월의 아파트 거래량은 9만 3천 건으로 2월의 아파트 거래량 7만 건에 비해 2만 3천 건이 증가했지만 매매지수는 오히려 약 0.6정도 감소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굳이 동일 기간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선행지표로서 의미를 갖는다면 거래량과 매매지수가 비슷한 흐름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야 하나 2017년 7월 이전까지는 비슷한 흐름을 보이다가 8월 이후부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실거래가격 신고 기준이 매매계약일로부터 60일이기 때문에 매매지수나 가격 등 아파트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최근 국토교통부도 현재의 실거래가 신고기간이 60일로 너무 길어 실거래가격을 기반으로 작성해 발표하는 실거래주택가격지수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신고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내부 유관부서와 협의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고기간을 30일로 단축한다면 거래량의 효용성이 증가하고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신고기간 단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매매가격의 등락에 있어 ‘거래량’ 과 꼭 함께 체크해야 할 것이 바로 ‘물량’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부동산도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A지역에는 10채의 아파트가 있고, B지역에는 5채의 아파트가 있다.
첫 달에는 3채, 두 번째 달에는 2채, 세 번째 달에는 1채씩 거래할 수 있는 매수자가 있다고 하자. 설명을 위한 것이니 매달 새롭게 유입되는 아파트는 없다고 가정한다.
두 달 후 A지역에서 거래할 수 있는 아파트는 10채 중 5채가 거래되었기 때문에 5채가 있을 것이고 B지역은 5채 중 5채 모두가 거래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거래할 수 있는 아파트가 없다.
세 번째 달에 1채씩 거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A지역은 4채가 남는 반면 B지역은 사고 싶은 사람은 있으나 팔 수 있는 물건이 없기 때문에 아파트의 호가는 올라가고 호가 물건이 거래가 되면 매매가격도 동반해서 상승하게 된다.
매달 거래량은 3채에서 2채로, 그리고 2채에서 1채로 줄어들었지만 부동산 시장에 물량이 적어지면 결국 수급불균형으로 매매가격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물량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거래량만으로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예측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옴으로서 피해자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1일 이후, 특히 조정대상지역 내에 있는 부동산은 당분간 매물이 부족하고 불안한 시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작은 호재 하나에도 매수 심리를 자극해 매수세가 살아난다면 물량이 없는 상황에서는 거래량이 적더라도 매매가격이 폭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2000년 초중반의 상황이 재연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