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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넘치는 초고가 주택 시장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자리에 들어서 있는 한남더힐 아파트. 서울 송파구 잠실의 마천루 롯데월드타워 내 주거용 오피스텔인 시그니엘 레지던스(이하 시그니엘).

입지와 상품성에서 단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한 국내 최고급 주거시설이다. 가격도 일반인은 꿈도 꾸기 어려운 초고가다.

하지만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아 미분양이 심하다. 구매하려는 수요에 비해 물량이 많은 공급과잉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남더힐 초대형 96가구 중 23가구만 등기

24일 대법원 등기부등본을 조회한 결과 한남더힐(총 600가구)에서 초대형인 240~244㎡(이하 전용면적, 옛 91~100평형) 96가구 가운데 23가구(24%)만 등기가 돼 있다. 등기된 주택은 잔금까지 내 분양업체로부터 소유권이 넘어온 집이다.

애초 임대주택으로 지어진 한남더힐은 2013년 분양전환(소유권 이전)을 추진하다 분양가 논란을 겪은 뒤 지난해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주인을 찾아 나섰다. 240㎡형 이상의 분양가가 3.3㎡당 6500만~8100만원이다. 가구당 55억~82억원이다. 244㎡형 12가구 중 6가구가 75억~82억원에 팔렸다.

시그니엘 223실 중 6실만 팔려

시그니엘의 판매실적은 ‘0’에 가깝다. 현재 223실 중 6실만 팔렸다.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42~71층에 입주한 시그니엘은 133~829㎡(60~370평형)다. 시그니엘 내에서도 펜트하우스(꼭대기 층 고급주택)로 꼽히는 200평형대와 300평형대가 각각 5실, 7실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옛 110평형 이하다.

크기와 가격에서 국내 최고급인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들어서 있다. 123층 555m 높이여서 상층부가 먹구름에 둘러싸였다. 

시그니엘은 법적으로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이지만 주거용으로 지어져 사실상 주택이다. 분양 홈페이지에 “최첨단 수직도시 롯데월드타워에서 누리는 고품격 주거공간”으로 소개돼 있다. 거실·안방·주방·욕실의 근사한 인테리어 디자인 사진도 들어있다.

분양가는 3.3㎡당 6700만~1억원으로 실당 42억~370억원이다. 실당 가격은 90% 이상인 200여 실이 50억원 이상이고 전체 실당 평균금액은 75억원이다. 

계약된 6실은 133~244㎡이고 층수는 44~65층이다. 거래금액은 43억~89억원이다. 3실이 50억원이 넘는다.

89억원은 65층 전용 244㎡로 역대 아파트 최고가격인 한남더힐 전용 244㎡ 최고 분양가(82억원)를 능가하는 금액이다. 단독주택을 제외하고 실제 거래 가격으로 최고다.

시그니엘은 올해 초 준공돼 4월부터 소유권 이전이 시작됐다. 분양 마케팅은 준공 훨씬 이전부터 진행됐다.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의 금액이 워낙 비싸 매각 속도가 느리겠지만 그렇더라도 너무 더디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2006년 이후 50억원 이상 거래 51건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은 물건을 내놓기 무섭게 동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초기(분양 3~6개월) 분양률을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 88.2%였다. 2만9000여 가구가 분양돼 이중 2만5000여 가구가 계약됐다. 
 

이들 초고가 상품이 비슷한 시기에 일부 지역에 몰려 쏟아지며 ‘소화 불량’에 걸렸다.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에서 분양가가 50억원 이상인 물량은 300가구(실) 정도다. 지난해부터 2년 새 나왔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분양가가 50억원이 넘는 물량은 서울에선 2008년 서울 뚝섬 한화갤러리아포레 전용 271㎡ 2가구(52억원) 이후 없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분양된 해운대 엘시티더샵 전용 244㎡ 2가구(68억)를 포함해도 4가구에 불과하다. 

50억원 넘는 거래도 뜸하다. 지난해 17건이었고 실거래가 거래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총 51건이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24건이 한남더힐 분양전환이다.

기존 재고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물량이다.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시세가 5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공시가격 30억원이 넘는 공동주택(아파트 외 연립·다세대 포함)은 전국적으로 590가구이고 서울이 587가구다. 이중 한남더힐이 240㎡ 이상 96가구와 233~235㎡ 일부 144가구를 합친 240가구로 40%가량이나 차지한다.  


1000억원 이상 자산가가 수요층

50억원 이상의 주택을 유지할 수퍼리치(초고소득자) 층도 두텁지 않다. 업계는 자산이 1000억~1500억원 이상이어야 이런 주택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1500억~2000억원 이상의 수퍼리치 현황을 알 수 없지만 각종 데이터로 대략적인 규모를 추정해볼 수 있다. 국민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초고자산가’로 분류하는 금융자산 200억원 이상이 2015년 기준으로 800명에 불과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종합소득-소득공제) 10억원 초과가 전국 6300여 명, 서울 3400여 명이다. 소득으로는 연 15억원 이상이어야 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급여만으로만 본다면 국내에 한해 5억원 이상 받는 기업체 임원이 700여 명이다. 

이들 기준으로 추정해본 수퍼리치 규모는 수천명으로 예상된다. 새로 공급되는 주택이 300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수퍼리치의 10명 중 한명이나 새 집으로 옮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은 총 600가구 가운데 절반인 300가구의 분양가가 30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이다.


지역·주택유형 등 따라 수요 분산돼
 
그런데 이들은 초고가주택의 잠재적인 수요층일 뿐이고 지역·주택유형에 따라 실제 수요는 더 제한적이다. 지역적으로 강남구 청담동 등을 선호하면 한남동이나 잠실 등으로 쉽게 옮기지 않을 것이다. 

단독주택의 대저택이나 몇가구 되지 않는 소규모 빌라을 원하는 수요도 있다. 수퍼리치는 사생활과 보안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단지를 기피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한남더힐과 시그니엘은 일부 지역과 품목에 공급량이 넘치는 상품인 셈이다. 
 
투자성에서도 회의적이다. 앞으로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까 하는 점에서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한남더힐은 세입자와 업체간 분양전환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할 때 정부가 나서 2014년 감정평가를 했다. 정부가 제시한 적정 가격은 3.3㎡당 5000만~6000만원이었다.
 
2년 뒤 지난해부터 실시된 분양전환 가격은 이보다 3.3㎡당 1500만~2200만원 올랐다. 2년새 30% 정도 뛰었다. 오를 만큼 오른 셈이다.

▲ 시그니엘 거실 인테리어 사진.


초고가 주택 분양 잇따라

시그니엘은 주거용으로서 한계가 있다. 바닥난방이 되지 않고 내부구조가 전통적인 한국식 주택과 다르다. 너무 앞서나간 셈이다. 오피스텔은 전용 85㎡ 이하만 바닥난방을 할 수 있어 시그니엘은 천정에 매립된 장치를 통해 공기를 덥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한남더힐과 시그니엘 분양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그니엘은 사실상 업무용으로 마케팅 방향을 틀었다. 기업체가 외국 손님이 머물게 하는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숙박은 물론 각종 부대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최고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지상 555m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 같은 건물 안에서 수영 등 여가와 휴식을 즐기고 회의 등 업무도 볼 수 있다. 실제 계약된 6실 중 넷은 법인명의다.

한남더힐과 시그니엘 미분양이 적체된 상황에서 조만간 잇따라 나올 초고가 주택의 분양도 만만찮을 것 같다. 우선 한남더힐과 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외인아파트 부지에 대신금융그룹이 추진하는 전용 205~273㎡짜리 아파트 335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이 넘고 가구당 4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전용 244~273㎡가 절반가량인 165가구로 이들은 모두 50억원이 넘을 것 같다.

일레븐건설이 3.3㎡당 8000만원에 낙찰 받은 용산 유엔사부지에도 럭셔리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땅은 한남더힐에서 용산공원쪽으로 직선으로 1㎞ 정도 떨어져 있다. 

이밖에 한남동과 청담동 등에 초고가 빌라 개발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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