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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되는 강남 재건축 수주전
거액 이사비 무상 지원, 미분양 물량 인수, 초과이익부담금 지원, 후분양제 수용….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등장하는 파격 조건들이다. 재건축 공사를 따내려는 건설사들이 조합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있다. 지난 4일 이 단지 재건축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조합 운영비와 이주비 이자 등으로 각각 2조원, 1조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겠다고 밝혔다. 사업이 끝날 때까지 드는 이자만 각각 3200억원, 1600억원에 달한다.

여기다 현대건설은 "조합원에게 이사비 7000만원씩을 무상으로 지급하겠다"고도 제안했다. 조합원이 공사 기간 전·월세로 머무는 데 필요한 ‘이주비’와 달리, 이사하는 비용으로 주는 것이다. 조합원 수(2292명)를 고려할 때 1600억원이다.

즉 현대건설은 공사비(2조6000억원)의 18%인 4800억원을, GS건설은 6% 선인 3200억원을 조합에 그냥 주는 셈이다.
 
수주 경쟁은 최고경영자(CEO) 간 대결 구도로 번졌다. 최근 조합원을 상대로 열린 합동설명회에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정 사장은 "이사비는 지자체·조합과 협의해 조합원 모두의 이익으로 돌려줄 것"이라며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섰고, 임 사장은 현대건설을 향해 "조합원이 꼼꼼하게 볼 수 있도록 입찰제안서 상세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경쟁업체에 대한 비방전도 활발했다. ‘○○은 제대로 된 시공을 못 한다’ ‘○○의 스카이 브리지 설치는 불가능하다’ 등의 식이다. 수주 전 초기엔 호텔급 수영장인 ‘스카이 인피니티풀’과 조깅트랙이 설치된 피트니트 센터 등 첨단 고급설계 경쟁이 치열했다면 이젠 상대 업체를 흠집 내는 방향으로 바뀐 모양새다.

▲ 27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GS건설이 제시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조감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처럼 35층 옥상을 비롯해 단지 곳곳에 수영장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사진 GS건설]

 
"공사비 올라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
 
‘강도’만 다를 뿐 ‘쩐의 전쟁’을 벌이는 건 다른 사업장도 비슷하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롯데건설은 이사비 2000만원 지원과 함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면제 책임’ 공약을 내놓았다.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할 경우 500억여원의 부담금을 대신 내주겠다는 내용이다.
 
‘퍼주기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과도한 이사비 지급은 위법 소지가 있다"며 시정 지시를 했고, 이에 반포1단지 조합은 이사비 지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25일 국토부는 초과이익환수 면제 공약 역시 "법률 자문을 통해 위법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재건축 수주에 ‘올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일감 부족’ 때문이다. 2014년 이후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중단으로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재건축은 조합원 물량이 있어 상대적으로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다. 조합원이 가져가는 주택이 전체 가구 수의 60~80%여서 분양 부담도 작다.

저유가 등으로 해외 수주 실적이 주춤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282억 달러로 2015년보다 38.9% 줄었다. 2006년(165억 달러)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박상훈 대우건설 도시정비사업담당 상무는 "해외 시장 전망이 좋지 않고 택지 개발도 중단돼 정비사업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면서 도로·철도 등 공공공사 발주가 감소하는 점도 한몫한다. 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20% 줄어든 17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수주를 통해 향후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반포 1단지 수주전의 경우 압구정 재건축 수주를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친 수주 경쟁이 결국 재건축 조합원이나 분양 계약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공사 수주를 위해 써 버린 비용이 결국 나중에 공사비를 올리는 요인이 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아파트 분양가를 올리고, 그로 인해 주변 집값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도한 수주 경쟁에 따른 피해가 적지 않은 만큼 정상적 수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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