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 분양 등에 상관없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전방위로 묶는 규제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대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 규제를 핵심으로 한 8·2 부동산 대책의 연장선이다. 주택 대출 한도를 줄이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내년에 도입하기로 한 데 이어 아파트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를 낮춘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매매·분양시장 모두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
특히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중도금 대출 보증 비율을 90%에서 80%로 낮추기 때문이다. HUG는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도 6억원에서 5억원(수도권·광역시·세종시)으로 낮춘다. 기타 지방은 기존과 같이 3억원을 유지한다.
중도금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내는 계약금과 입주 때 내는 잔금 사이에 치르는 금액으로, 통상 분양가의 60% 정도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중도금 대출 같은 집단대출을 조이는 조치다.
특히 시장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보증 비율 축소다. 내년 1월부터 건설사나 시행사가 사업을 제대로 못할 경우 HUG 등 공사가 은행에 대출금의 80%만 지급하게 된다. 은행 입장에선 80%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90%)보다 리스크(위험)가 커지기 때문에 은행이 중도금 대출 심사를 보다 엄격하게 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건설사의 신용도와 자금력 등을 따져 대출 여부를 정하게 돼 중소 건설사의 분양 물량이나 지방 물량은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 부동산 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상가. 가계부채 대책과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손님 발길이 끊겨 한산하다. [중앙포토]
소득 적은 실수요자 피해 볼 수도 분양 계약자의 피해도 예상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나 지역은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을 꺼려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린다"며 "이렇게 되면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돼 분양권 매물이 늘고 미입주 사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은 강남권 같은 사업성이 있고 입지 좋은 아파트 사업에만 참여하려 할 것"이라며 "계약자도 제1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단지로만 몰리는 ‘쏠림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DTI와 DSR 도입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고된 악재’이고 도입 시점이 내년 이후여서 당장 집값이 급락하는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5년 고정형 기준)가 최고 5%를 넘어서고,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압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 악재가 많은 가운데 은행에서 빚을 내 부동산을 사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며 "지난 3년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자금으로 인한 시장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1주택자나 다주택자의 ‘갭 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또 이번 대책으로 대출을 이용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중장년층 등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DTI나 DSR을 적용하면 아무래도 소득이 적은 사람은 대출받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며 "오히려 자산이 많은 다주택자들은 대출을 받지 않아 영향이 덜하고 실수요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보수적으로 대응하라고 입을 모은다. 대출 환경이 불리한 상황에서 과도한 빚을 내 집을 사진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도한 대출보다는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집을 살 때 대출금은 집값의 30% 이내에서, 원리금 상환금액은 월급의 30% 이내로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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