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폭 감면을 약속한 올해 주택 보유세가 얼마나 줄까. 윤곽을 드러나는 세금 결정 요인들이 조만간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남은 변수에 관심이 쏠린다.
보유세는 집을 가진 데 따른 세금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말한다. 종부세는 주택 가격에서 일정한 금액(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원, 다주택자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해 재산세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중복되는 재산세는 공제한다. 세금 계산 기준 금액인 과세표준(과표)에 세율을 곱해 세금을 산출한다. 과표는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재산세는 없음)을 빼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한 금액이다.
세율은 이미 법으로 정해져 있다. 올해 공동주택·단독주택 1900만 가구의 공시가격 안이 지난달 열람에 들어갔고 28일 확정 고시될 예정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만 남아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에 따라 과표가 큰 폭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세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 올해 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내린 가운데 재산세·종부세를 좌우할 마지막 변수의 결정을 앞두고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주택가. 연합뉴스
재산세, 작년 30% 수준까지 될 수도
정부는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발표하기로 한 시한이 다가오면서 막바지 고민 중이다. 지난달 공시가격 안을 공개하며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이달 중, 종부세는 상반기 중 확정하기로 했다.
1주택자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지난해 45%에서 더 내려갈 것이 확실시 된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2023년 재산세를 주택가격 하락과 서민 가계 고충을 고려해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며 “4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도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정부는 기존 공정시장가액비율 범위(40~80%)로는 인하 폭이 작기 때문에 관련 법을 개정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 30%(30~70%)까지 내릴 수 있게 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45%에서 30%로 내려가면 과표가 3분의1 줄기 때문에 세금이 대폭 줄어든다. 여기에다 올해 공시가격 하락까지 맞물려 세금 감소 폭은 훨씬 더 커진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 84㎡ 공시가격은 지난해 9억7700만원에서 올해 6억4500만원으로 34% 내려갈 예정이다.
김종필 세무사의 모의계산에 따르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45%에서 30%로 낮춰질 경우, 재산세는 197만원에서 52만원으로 70% 넘게 줄어든다. 2021년 도입된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 세율 0.05%포인트 인하 덕도 본다.
공시가격 내려 종부세도 줄 듯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범위가 60~100%여서 더 내릴 여지가 없다. 정부는 지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문 정부 초기 수준인 80%로 ‘정상화’할 방침이었으나 공제금액 상향 등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자 파격적으로 60%로 낮췄다.
올해는 공시가격이 많이 내렸고 세율 인하 등으로 종부세가 완화됐기 때문에 80%로 되돌릴 수 있다. 80%가 되면 과표가 30%가량 올라가지만 공시가격 하락, 공제금액 상향(1주택자 11억→12억원)과 세율 인하(0.6~3%→0.5~2.7%)로 세금은 대개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 공시가격은 지난해 20억2600만원에서 올해 15억4400만원(열람 가격)으로 줄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20%포인트 올라도 과표가 5억5000여만원에서 2억7000여만원으로 줄고, 이에 따라 종부세는 지난해 340만원에서 올해 110만원으로 3분의1 정도로 급감한다.
김종필 세무사는 “공시가격 인하 폭이 작은 초고가 주택에선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으로 과표가 많이 올라가면 종부세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격 1위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 전용 407㎡의 경우 공시가격이 지난해 168억9000만원에서 올해 162억4000만원으로 3.8% 내린다.
공정시장가액비율 20%포인트 상향으로 과표가 94억7400만원에서 120억3200만원으로 늘면서 종부세가 1억8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늘게 된다.
잦은 변동으로 세제 안정성 훼손
공정시장가액비율 발표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부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공동주택 전국 -18.6%)로 내려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더 낮추지 않더라도 세금 부담은 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약속을 없었던 일로 하거나 '찔끔' 내리는 시늉만 하기도 부담스럽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면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전체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다. 종부세 대상 주택은 공시가격 9억원이 넘어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혜택을 못 보기 때문이다.
올해 세수 ‘펑크’도 걱정이다. 부동산시장 침체, 내수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세수가 연초부터 많이 줄고 있다.
재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 결정을 골치 아프게 하는 변수가 더 있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에 대한 0.05%포인트 세율 인하가 올해까지다. 내년 이후 세율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세율이 원상회복되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또 낮춰야 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요인들을 두고 발표 시한 막판까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으로 세금 부담이 더욱 줄면 유주택자는 반갑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세제 안정성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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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세금을 계산하는 기준 금액인 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비율. 공시가격이 같더라도 공정시장가액비율에 따라 세금이 크게 차이난다. 공시가격이 10억원인 집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이면 6억원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80%이면 8억원에 세금을 낸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주택시장·경기 등을 고려해 세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도입했다. 범위가 재산세 부과 때는 40~80%(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는 30~70%), 종부세 부과 때는 60~1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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