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159㎡(이하 전용면적) 45층 물건이 지난 19일 6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말 세운 최고가(62억원) 기록을 한 달도 채 안 돼 갈아치웠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0㎡는 지난달 110억원(5층)에 팔렸다. 지난해 5월(110억원)에 이어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올해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최고가다.
서울 용산·성동·강남구를 중심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는 초고가 아파트가 잇따른다. 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불황을 고려할 때 이례적 현상이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고급주택인 ‘상지리츠빌카일룸 2차’ 244㎡는 지난달 중순 82억1000만원(5층)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는 2019년 11월 64억5000만원으로, 3년 반 만에 몸값이 18억원 가까이 뛰었다. 압구정동 신현대 183㎡도 지난달 말 60억원(8층)에 팔렸다.
이 단지는 지난해 3월 59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그해 11월 56억원으로 내렸지만, 올해 3월 59억5000만원(20일)→60억원(27일) 순으로 고점을 높이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초고가 아파트로 유명한 ‘트리마제’ 모습. 연합뉴스
부산에서도 최고가 신고가 나왔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아이파크’ 219㎡가 이달 초 70억원에 직거래 됐다. 2016년 7월 세운 직전 신고가(26억420만원)보다 무려 44억원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초고가 아파트의 신고가 경신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희소가치’를 꼽는다. 고급 주택 공급량은 한정돼 있고 앞으로 물량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도 작다. 반면 수요는 넘친다.
성수동에서 고가 주택 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성공한 청년 기업가 위주로 고급 아파트에 대한 매수 문의가 꾸준하다”며 “일반 시장과 다른,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자산가들은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고, 고가 아파트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방어용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초고가 아파트가 모두 최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 75억원에 팔렸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244㎡는 지난달 63억원(11층)에 거래됐다. 1년 만에 12억원이 떨어진 셈이다.
‘집값 띄우기’로 의심되는 거래 취소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6차 157㎡는 지난해 5월 58억원(4층)으로 최고가 거래됐다가, 9개월 만인 지난 2월 돌연 취소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22년 서울 아파트 계약 해지 건수(2099건) 중 43.7%가 최고가 거래였다.
<저작권자(c)중앙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