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일까.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은 1월 이후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강동, 용산, 노원, 동작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간 아파트값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거래량 회복에 따른 집값 반등 현상은 서울 주요 지역의 일부 대단지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네이버 부동산 등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거래가 단 한 건이라도 이뤄진 서울 아파트 단지는 2540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9795건이다.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단지(분양 전 아파트 제외) 1만342곳 가운데 4분의 1(24.6%)에서만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이마저도 절반 가까이는 올해 거래가 단 한 건(1157곳)만 이뤄졌다.
한 달에 평균 한 건(4건) 이상 거래가 이뤄진 곳은 640곳으로 전체의 6.2%에 불과했다. 서울 대부분 아파트는 아직 ‘거래절벽’ 상태다.
실제로 2002가구의 노원구 월계동 월계주공 2단지는 지난해 11월 이후 거래가 끊겼다. 이 단지는 2020년 136건, 2021년 90건이나 거래됐는데, 올해는 아직 계약서를 작성한 가구가 없다.
이 아파트 전용 44㎡는 2021년 최고가(5억4000만원)보다 1억6000만원 낮은 3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가끔 있지만,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종로구 창신동 창신쌍용2단지(919가구)도 2020~21년 패닉바잉 붐이 일었지만 올해는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다. 강동구 성내동 성내삼성(1220가구), 관악구 신림동 신림삼성(492가구)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가격이 오르는 건 지난해 말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일부 대단지의 얘기”라며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경기 침체, 고금리 등으로 집값 상승 전환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하기 위해서는 최근 5년 월평균 거래량인 5000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가격이 다소 오르면서 거래가 다시 줄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중 역전세난을 겪을 수 있는 비중이 4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본지가 부동산R114에 의뢰해 2년 전인 2021년 6월과 이달 12일 기준으로 2년간 전세 시세를 조사한 결과다.
역전세난 비중은 부동산R114가 전세 시세를 조사 중인 서울 147만 가구를 표본으로 삼아 추산했다. 하반기에 전세로 나오는 물량 중 약 40%가 이전 계약 시점인 2021년 하반기보다 더 낮아 역전세난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021년 하반기가 전셋값 고점이었고, 2년 계약 시점으로 볼 때 올 하반기 역전세난이 심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지역별로 역전세난 비중은 송파구가 59.6% 가장 높게 나타났고, 강동(58.7%)·관악(53.2%)이 뒤를 이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