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경매에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84㎡(12층)가 전날 감정가 27억9000만원의 95.1%인 26억5288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경매 감정가에 대한 낙찰 금액의 비율인 낙찰가율이 70% 안팎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해당 물건은 2021년 8월 대부업체에서 24억원을 빌려 27억원에 영끌(빚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한 사람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경매 시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 아파트에서 경매 물건이 나온 건 2017년 이후 5년 만이었다.
지난해 11월 감정가 27억9000만원에 첫 번째 경매가 유찰됐다. 이어 두 번째 경매에서 최소 입찰가격이 20% 하락한 22억320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역시 응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최소 입찰 가격이 20% 더 하락한 17억8560만원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세 번째 시도 만에 입찰자 45명이 몰리면서 최소 입찰 가격보다 8억6700여 만원 높은 가격에 낙찰이 이뤄진 것이다.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은마아파트의 모습. 뉴스1
이번 낙찰 가격은 최근 이 아파트 실거래가 보다 2억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4일 24억3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매매할 경우 매수자들이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경매로 취득한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가 없고,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있다.
경매로 낙찰받은 뒤 전세를 주고 경매대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경매업계에서는 재건축이 임박한 은마아파트는 투기과열지역에 묶여 있는데, 조합 설립 이전에 소유권을 확보해야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을 수 있어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한다. 은마아파트는 최근 조합 설립 동의서 징구를 진행하는 등 조합 설립이 임박했다.
일각에서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경매 낙찰이 이뤄진 것에 대해 강남의 집값 반등세가 확인된 사례라고 분석한다. 실제 최근 강남 집값은 반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 3구와 강동구가 있는 동남권(0.10%)은 주간아파트값(15일 기준)이 일제히 상승했다.
서초구(0.02%→0.10%), 강남구(0.01%→0.10%), 송파구(0.08%→0.11%), 강동구(0.02%→0.06%) 모두 이번 주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송파구는 일부 단지에서 상승거래가 이뤄지는 등 4월 2주(0.02%) 이후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경매 시장이 약세였는데, 다시 고가 낙찰이 나왔다는 건 매수 대기자들의 심리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은마아파트와 같이 재건축 기대감이 높고 장기적인 투자가치가 높은 경우 매수 경쟁이 생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지역은 아직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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