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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부동산 단속강화 일주일째..중개업소 뿔났다
재건축 몰린 대치·개포·잠실 등
비상연락망 통해 단속정보 공유..절반 이상이 문 닫고 비밀영업
"거래없어 죽을 맛인데 단속이라니..안마주치는 게 상책"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정병묵 기자] “6개월마다 치르는 연례행사도 아니고, 왜 이렇게 (공인중개업소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난 건지 모르겠습니다. 시세가 올랐다고 해도 실제 거래가 없어 수입도 변변찮은 상황에서 영업마저 못 하니 죽을 지경입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A중개업소 사장)

정부와 서울 강남지역 공인중개업소 간 숨바꼭질이 또다시 시작됐다. 주택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정부가 강남 등 주요 지역에 대해 최고 강도의 현장단속을 한다고 밝히자 부동산 중개업소가 일제히 개점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구 대치·개포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는 중개업소 절반 이상이 문을 닫고, 단속을 피해 비밀리에 영업 중이다. 거래를 원하는 손님이 있을 경우 밤늦은 시간대에 잠깐 문을 열거나 인근 카페에서 만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레도 적지 않다. 인근 지역 중개업소들은 서로 단체 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 연락망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가령 회원 중 한 명이 “△△일 ㅁㅁ시, ㅇㅇ동에 단속 떴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면, 인근 옆동네 중개업소까지도 모두 문을 닫는 식이다. 흡사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미리 모든 서류를 없애고, 직원들을 내보내 사무실 문을 아예 잠가버리는 것과 같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피하고 보자”… 몸 사리는 중개업소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다주택자’와 ‘강남’을 겨냥해 잇단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집값은 좀처럼 잡히고 있지 않다. 특히 강남 아파트 등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나며 재건축 아파트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달 둘째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1.17% 오르며 지난 2006년 11월 둘째 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접 나서 “투기 수요 근절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구성하고, 무기한 최고 수준의 강도로 현장 단속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발표 이후 강남 일대 공인중개업소 경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단속이 떴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면 일단 업소 문을 닫아 버리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S공인 관계자는 “어제도 사복 경찰이 돌아다닌다는 얘기가 돌면서 3시간 정도 아예 가게 문을 닫았다”며 “요새 시세만 올랐다 뿐이지 거래도 거의 없는 상황인데 무슨 단속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부분 중개업소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전역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취득한 사람에 대해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화 등 불법 세금 탈루를 조사한다는 소식에 강남 일대 중개업소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하지만 집중 단속은 한 달도 안돼 끝났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10년 넘게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J공인 대표는 “불법 거래 등 잘못한 게 없다고 해도 단속반이 뜨면 본보기로 예전 계약서까지 모두 열어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마주치지 않는 게 상책”이라며 “중개업소를 때려잡는다고 집값이 잡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북지역도 떨고 있긴 마찬가지다. 용산구 L공인 관계자는 “작년에도 한 번 단속이 뜬 적이 있는데 그 기간에는 아예 일을 하지 못했다”며 “음주 단속을 하면 음주 여부만 체크해야 하는데 과거 과태료 미납, 신호 위반 딱지, 교통 사고 이력 등 모든 걸 뒤지니 미칠 노릇이다”고 푸념했다.

◇아파트 거래 ‘뚝’… 시장과 엇박자 정책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영업 자체를 하기 힘든 상황이 오자 생존권에 위협을 느끼는 중개업소들도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8·2 대책이 나오기 전인 1~8월 서울 아파트 총 거래량은 7만 7273건으로 한 달 평균 9659건이 거래됐지만 8~12월에는 한 달 평균 6725건으로 30%가 급감했다. 반면 공인중개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전국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2013년 8만 2031명에서 2016년 말 9만 6058명, 지난해 7월 10만 255명으로 사상 첫 10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단속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강남 아파트값 상승의 주범을 투기자로 보고 중개업소 단속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규제를 강화할수록 강남권 똘똘한 한 채를 잡으려는 잠재적 수요자가 더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 불법행위 감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법률 개정으로 각 행정청 소속 공무원을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으로 제청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아 단속 실효성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국토부 부동산산업과 관계자는 “8·2 대책 이후 서울·세종 등에서 3개월 간 집중 단속을 벌여 업·다운 계약과 편법 증여 등 부동산 불법 거래 7만 2407명(2만 4365건)을 적발해 조치했다”며 “이달 말까지 서울 전체 25개구나 지자체별로 사법경찰 공무원을 추천받아 지정 절차를 완료하면, 경찰관 동행 없이 긴급체포·영장집행 등의 행위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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