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김모씨. 이달 들어 그에게는 줄곧 짜증 섞인 날들만 이어진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자 땅 주인들이 땅을 팔겠다는 약속을 깨버리는 게 예삿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마정리 1,983㎡(약 600평) 1억2,000만~1억3,000만원에 논밭을 팔겠다고 했지만 방금 연락왔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팔겠다고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남북 간에 합의된 건 아무것도 없는데도 전국 각지에서 매수 문의가 몰려오고 땅 주인들은 가격을 높인다”면서 “여러 소문만 무성하고 일이 안된다. 빨리 회담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주말이 되면 이 지역은 더 어수선해진다고 한다. 주말에만 출입이 가능한 민통선 안에는 땅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이때를 노린 중개업소는 특수를 누린다는 것이다. 한 중개사는 “주말에 관광버스를 타고 들어간 사람들이 다들 부동산 앞에 줄 서있다”면서 “강 건넌 땅(민통선을 넘어간 곳)은 호가가 2배 이상 올랐는데 매물도 없고 찾는 사람은 많고 한 마디로 난리다”고 했다.
땅값이 들썩이자 일대 주택 가격도 올리는 모습이다. 윤씨는 “운천마을(문산읍 운천리)에 면적 99㎡의 주택이 2억2,000만~2억3,000만만원에서 정상회담 발표 후 3억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자격 컨설팅도 활개를 치는 양상이다.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매수자들을 현혹하고 매매를 부추기는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이런 일들은 종종 있어 왔고 그때마다 땅값은 요동쳤지만 곧 ‘거품’은 꺼졌다는 설명이다. 문정읍에서 50년 이상 거주한 김종헌씨는 “정주영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하던 때나 사람들이 들썩이는 분위기에 휩쓸렸다”면서 “과거에도 피해를 많이 본 사람이 있어서 원주민들은 쉽게 분위기에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지금 정상회담으로 들떠있는 분위기에서는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세가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파주=이재명·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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